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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긱스도 흥행공식도 넣어둬…황문섭을 찾아서(인터뷰)


연인 캐스퍼부터 뮤지션 고민까지, '황문섭'에 담은 음악

[이미영기자] 긱스는 '잘 나가는' 힙합 듀오다. 음원차트 성적도 좋고,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하는 뮤지션들도 많다. 멤버 루이는 그런 긱스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음악과 이야기를 세상에 내놨다.

긱스의 루이가 자신의 본명을 내건 첫 정규앨범 '황문섭'을 발표했다. '황문섭'은 어릴 적 추억과 가족, 연인 캐스퍼와의 연애, 뮤지션으로서의 현재 등 소소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풀어낸 자전적 앨범이다. 긱스의 색깔도, 흥행공식도 접어두고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놨다.

긱스는 "막연히 정규앨범을 하게 된다면 황문섭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싶었다. 그 어떤 멋있는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라며 "황문섭은 긱스 루이라는 뮤지션의 시작이고, 긱스의 루이가 완성된다. 황문섭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물여섯 황문섭, 곧 우리들의 이야기

"어느덧 시간은 쌓여 나이는 26. 난 이 탑에 내 모든 경험과 언어를 칠해. 좁아터진 의식을 열어줄 마디수는 18. 여전히 부족해 내 자신을 끊임없이 탐구."

'황문섭'의 앨범을 여는 인트로에 담긴 한 구절이다. 앨범을 열면 긱스 루이가 아닌 황문섭의 지난 날들과 오늘이 선명하게 펼쳐진다. 제기동 좁다란 골목길 어머니 손을 잡고 꼭 잡고 걸어가던 꼬마의 모습이 , 버스 안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들으며 인생의 목표를 고민하는 한 소년의 모습이 그려진다. 4계절 때때로 여행을 떠나겠다는 연인의 달달한 속삭임도, 아름다운 도시 불빛 속 느끼는 공허함도, 음악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자신감도 담겼다. 이 모든 것이 스물여섯 황문섭이자 곧 긱스의 루이다.

"편집적으로 멋있는 부분이나 아름다운 부분을 잘라서 쓸 수 있지만, 내 평생의 단면을 보여주는게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매 순간순간이 하나의 단면이고, 앨범에 그런 것을 감추지 않았죠."

황문섭의 과거는 곧 루이의 현재와 맞닿아있다. 음악을 대하는 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예컨대 '라디오의 그 음악이 들리면'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인용한 것과 관련, 흥미로운 대답을 내놓는다.

"새학기 초 새벽의 버스 안 이미지를 떠올렸죠. 그 분의 인생을 이야기 하지 않겠지만, 제가 음악을 대하는게 그 분의 자세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의식이 담긴 글을 쓰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사명감이 생겨요.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된다는 생각도 해요. 매일 아침 마이크 앞에 서야하는 것도 닮아있죠. 이 말 한마디가 영향을 끼친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수록곡 '그림자'도 음악에 대한 그의 가치관이 투영됐다. 그는 "부모님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제 그림자였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그림자는 늘 옆에 있다. 누군가의 그림자에게 응원을 해주고 싶었고, 내가 또 그림자가 되어주고 싶었다. 내가 그림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노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스물여섯 황문섭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은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과 맞닿아있다. 울컥하기도 하고, 또 위로가 된다. 아마 그게 '황문섭'이라는 앨범이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가 아닐까.

"황문섭이라는 사람이 평범하고, 새롭지 않고 또 뻔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들었을 때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 때문에 공감하는게 더 많을 것 같아요. 평범한 감성은 누구나가 갖고 있는 거니까요."

◆"흥행공식? 타협하지 않고 고집부려 만든 앨범"

요즘 가요계는 힙합이 대세다. 힙합을 소재로 한 각종 음악프로그램이 넘쳐나면서 래퍼들은 유명해졌고, 음원차트 상위권에서도 힙합 장르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힙합 듀오 긱스는 유행을 선도하는 팀이자 음원 강자다. 긱스는 지난 2011년 데뷔음반 '오피셜리 미싱 유'(Officially Missing You)로 가요계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렸고 차근차근 음악으로 검증 받았다.

루이의 '황문섭' 앨범은 긱스의 색깔과는 또 다르다. 계산 없이 만들어졌다. 앨범엔 보너스 트랙까지 합하면 총 15곡이 수록됐다. 싱글이 추세인 요즘 좀처럼 보기 힘든 빼곡한 구성이다. 긱스 특유의 '달달한' 노래도 없다. 긱스가 아닌, 솔로 앨범이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이번만큼 덜 노력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한 트랙 한 트랙 내가 담고 싶은 모든 것의 합의점을 깨끗하게 도출했어요. 흥행을 목표로 만들었다고 하면 '황문섭'은 실패한 앨범이겠지만, 황문섭이라는 사람을 표현하려고 했다는 점에선 칭찬 받을 만 해요. 타이틀곡은 나가서 싸워야 되는 곡이라 여자분들이 좋아하는 육성재 씨와 함께 했지만(웃음), 다른 곡들은 흥행 공식을 따르진 않았어요. 크게 욕심을 부렸다면 아마 달콤한 노래를 많이 했겠죠. 회사 입장에서는 고집스러워 보일 수 있고, 무리한 행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첫 정규앨범이라 부끄럽긴 싫었어요. 타협이 부끄럽진 않은데, 속이는 건 부끄러운 거잖아요. 루이라는 이름으로 명함 하나 괜찮게 판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해봤으니 이젠 흥행공식을 한 번 연구해봐야죠."

래퍼들 전성시대, 수많은 래퍼들이 TV프로그램에 나와 스타가 되고 인기를 얻는다. 긱스의 멤버 릴보이 역시 '쇼미더머니'와 '힙합의 민족' 등에 출연했다. 반면 루이는 노출이 많이 된 멤버는 아니다. 목소리는 익숙한데 얼굴은 낯설다. 이번에도 앨범만 내놓고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은 방송을 일부러 피하는 건지 궁금해 한다.

"물론 홍보도 잘하고 싶죠. 다만 불청객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저를 필요로 하면 어떠한 곳이든 달려가고 싶지만, 필요가 없는데 있는 것 자체가 실례니까요. 사실 모 프로그램 출연을 고민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결국 안 나가기로 마음 먹은 것은 그게 싸움이고 경쟁이였기 때문이예요. 굳이 그 사람들과 싸우거나 누군가를 짓밟고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 프로그램이나 출연자들을 부정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보는 데서 싸우고 경쟁하는 게 제게 어울리지도 않고 무섭기도 했어요. 일부러 방송 출연을 하지 않는 건 아니예요. 언제든지 열려있죠."

◆"행복하지만 무거운 중압감, 이제 긱스로 돌아가야죠."

오랫동안 작업해온 솔로 앨범을 낸 루이의 마음은 마냥 홀가분하지는 않다. 그는 취업에 성공해 막 명함을 받은 회사원에 자신을 비유했다. 그는 "회사 생활을 잘해야 하는 일만 남은 거나.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엄청 행복하지만, 무거운 중압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긱스로 돌아갈 차례다. 릴보이도, 루이도 개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태생은 긱스다.

"릴보이도, 저도 지금은 반쪽자리 긱스예요. 둘이 해나가는 음악과 제가 하는 음악은 달라요. 긱스를 기대해주는 사람들이 제 음악을 기대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제 음악을 기대하는 사람 모두가 긱스의 음악을 기대하는 건 아니에요. 감성 자체도 다르고, 음악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다르죠. 긱스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야 해요. 내 앨범은 내가 공감하면 되지만, 긱스는 1차적으로 릴보이가 먼저 공감을 해야하니까요. 제 수익의 절반 이상도 긱스죠(웃음). 긱스의 음악을 돈으로만 보는 건 아니고 돈이 안 되도 계속 하겠지만, 돈이 되고 유명해지는 콘텐츠가 긱스로부터 나오는 건 멋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대박을 내야죠."

루이의 다음 스케줄은 여행이다. 앨범에서 노래했듯, 그의 연인과 약속을 지키고 싶다며 미소 짓는다. 물론 다음 앨범 작업을 위해 지금의 정서를 환기 시키는 이유도 포함된다. 루이의, 그리고 긱스의 기대되는 음악 여정이 시작됐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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