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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 '역차별' 국산맥주, 수입산에 '반격'


성장세 둔화로 신제품 출시·수출 확대 등 돌파구 마련…"규제 개선 시급"

[장유미기자] 수입맥주 공세로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국산맥주 업체들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대형마트가 앞장 서 수입맥주 소비 촉진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다 정부의 국산맥주에 대한 역차별 영향으로 점차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세전 기준으로 지난 2013년 2조4천100억원 규모였던 맥주시장은 지난해 2조6천650억원 규모로 커졌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5.4% 증가한 2조8천1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성장세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산맥주가 지난 2013년 2조1천100억원, 2014년 2조1천400억원, 2015년 2조1천650억원으로 소폭 성장에 그친 반면, 지난 2013년 3천억원 수준이던 수입맥주 시장은 올해 6천2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도 국산맥주의 인기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실제로 A마트의 국산맥주 매출 구성비는 수입맥주에 밀려 지난 2013년 78.2%에서 지난해 69.1%로 떨어졌다.

B편의점에서도 지난 2012년 81.2%의 매출 비중을 차지했던 국산맥주는 2013년 76.5%, 2014년 70.8%, 지난해 58.3%, 올해 1~3월은 54.5%로 매년 감소세를 보였다. C편의점 역시 지난 2013년 79.0%였던 국산맥주 매출 비중은 지난해 64.7%로 급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수입맥주가 식당이나 주점 등 업소에서 많이 판매되지 않고 있지만 가정용 시장에선 상황이 다르다"며 "전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업소용을 제외하면 국산 맥주의 비중은 5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맥주 강세, 대형마트 덕분"

이처럼 국산맥주가 점차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다변화되면서 수입맥주를 찾는 이들이 많아진 탓도 있지만 유통업체들이 앞장 서 수입맥주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대형백화점의 지난 1~2월 수입매출 비중은 70%에 달했고 주요 마트와 편의점 판매 비중 역시 40% 안팎인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수입맥주 상시 할인행사에 적극 나서면서 소비자들이 국산맥주를 점차 외면하고 있다"며 "대형마트들이 경쟁적으로 수입맥주를 다양화하고 프로모션에 나서면서 가정용 시장에서의 국산맥주 판매량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산맥주는 국세청 고시에 따라 출고가격 이하로 판매하거나 묶어팔 수 없지만 수입맥주는 가능하다"며 "국산 맥주업체는 마케팅에서도 맥주잔 증정, 업소용 달력 제작 등에 국한된데다 이마저도 수입업체에 밀리고 있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가 세금을 붙이는 방식이 다른 것이 국산맥주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다"며 "국산맥주와 달리 수입맥주는 이윤이나 판매관리비가 세금 정산 뒤에 매겨져 업체 재량껏 이윤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할인 프로모션에 제약이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각 대형마트들은 수입맥주 인기에 편승해 2012년부터 직접 맥주를 수입해 판매하며 국산맥주의 설 자리를 밀어냈다. 독일이나 벨기에 등 해외 맥주 제조사와 공동 기획을 통해 수입, 판매하는 이른바 '마트맥주'를 선보여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다. 실제로 마트맥주들은 한동안 수입맥주 판매량 전체 1위에 오르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각 대형마트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 2012년 10월 독일 웨팅어사와 연계해 개발한 'L맥주'를 론칭했고 이마트는 독일 홀슈타인의 '5.0시리즈'를 시작으로 '마트맥주' 비중을 점차 늘려갔다. 현재 각 마트별로 판매하고 있는 마트맥주는 이마트가 250여종의 수입맥주 중 40종, 홈플러스가 350여종 중 11종이다.

반면 롯데마트는 L맥주를 판매하면서도 200여종의 수입맥주 중 직수입하는 맥주를 판매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브랜드만 L을 쓰고 있을 뿐 중간에 유통회사가 따로 있는데다 다른 유통경로를 통해 판매가 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역시 마트맥주를 처음 론칭할 당시에는 '직수입'이라고 표기했으나, 현재는 계열사인 신세계 L&B를 통해 들여온다며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각 마트들이 마트맥주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다가 최근 독일산 맥주에서 제초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말이 나온 후부터 직접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롯데마트의 'L맥주'와 이마트의 '5.0 시리즈' 등이 문제가 됐던 독일 맥주 제조사 웨팅어에서 제조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반격' 나선 국산맥주…"정부 역차별 해소 절실"

맥주 업체들은 국산맥주의 성장이 정체되자 수입맥주의 라인업 강화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오비맥주는 기존 호가든, 버드와이저, 산토리 등을 수입·제조해오다 지난해 프란치스카너, 모젤, 바스, 하얼빈, 호가든 로제 등을 새롭게 수입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프랑스 밀 맥주 '크로넨버그 1664블랑' 등을 수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호주 맥주를 추가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은 국산맥주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소맥(소주+맥주)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과 함께 외면받자 인식 개선을 위해 '맥주 고유의 맛'을 앞세워 신제품 출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수입맥주 공세로 점유율 60%선이 무너진 오비맥주는 그동안 2~3년에 한 번씩 출시하던 신제품을 지난 2014년 11월 '더 프리미어 오비 필스너'를 시작으로 1년간 '바이젠', '카스비츠', '둔켈' 등 4가지를 선보였다. 또 젊은층을 겨냥해 지난해 '카스'를 블루캔으로 리뉴얼했으며 올해는 '오비' 브랜드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더불어 올해는 국산맥주 수출도 더 강화할 예정이다.

올해 시장점유율 40% 달성을 목표로 두고 있는 하이트맥주는 '하이트' 리뉴얼과 함께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배우 송중기를 앞세워 소비자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또 친구들과 어울려 마시는 '친맥' 시장에서는 '하이트'를, 집에서 혼자 마시는 '혼술족' 시장에서는 '맥스'를, '스타우드·퀸즈에일' 등은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클라우드'로 맥주시장에 진입한 롯데주류는 아직까지 생산량이 적어 시장 대응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연내 충북 충주에 제2공장을 완공해 연간 생산량을 30만kl까지 늘릴 계획이며 신제품 출시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가 다양한 제품과 판촉활동으로 시장점유율을 점차 늘리고 있지만 국산맥주는 경쟁제한적 규제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각 업체들이 '국산맥주가 맛 없다'는 소비자 인식 개선과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국산 맥주에 대한 역차별 해소 없인 수입맥주의 공세를 점차 버텨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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