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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눈 가리고 아웅' 하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박준영기자] 지난해 3월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구성 비율과 상품 획득 확률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개정안이 발의되자마자 게임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민감하게 반응했다. '확률형 아이템'이 대다수 게임, 특히 모바일 게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게임업계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자율 규제'가 되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주최로 규제를 진행할 경우 '게임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업계는 제대로 '자율규제'를 실천하고 있는가? 전혀 아니다. '확률형 아이템'의 자세한 내용을 말하라는 것이 아니라 '확률 정보'만 공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실천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명확한 수치가 아니라 '희박', '낮음' 등 애매한 단어로 확률을 공개하는 곳도 있다. 이러한 단어는 말 그대로 '상대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1%와 0.01%라고 가정하자. 1%라는 확률은 100번 중의 1번 될까 말까 한 낮은 확률이지만 0.01%를 기준으로 보면 높다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말장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체에서 확률을 공개하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게임 업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율규제는커녕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역시 자율규제를 방관하고 있다. K-IDEA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조사한 '자율규제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지만 이마저도 지난 2일에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결과를 '한꺼번에' 공개했다.

보고서 내용 역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내 서비스되는 게임 전체가 아니라 협회 회원사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된다. 보고서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현재까지 올라온 보고서의 조회수는 '80'을 넘기지 못하며 가장 최근 보고서인 2월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40'도 되지 않는다.

게임업계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셧다운제'와 '쿨링오프제', 게임을 마약과 술, 도박과 같은 중독 물질로 보고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신의진법'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게이머들이 개정안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게임업계에 대한 국내 게이머의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기업이 수익 창출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이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할 경우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자율규제를 하겠다고 나섰으면 제대로 해야 함에도 현재 게임업계는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가 모두 사업을 접는다고 해도 게이머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 외국 게임을 즐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게임업체이지 게이머가 아니다.

자율규제는 국내 게이머로부터 신뢰를 되찾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정 의원의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 통과되느냐 문제를 떠나 지금부터라도 자율규제를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

'게임'은 '서비스업'이다. 서비스업에서 소비자가 떠난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박준영기자 sicr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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