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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훈] 구글, 인공지능 앞세워 인간을 기만하는가


[성상훈기자] 2천792만2천445명.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의 제1국과 제2국의 유튜브 생중계 시청자 수다. 단일 생중계 유튜브 영상 중에서는 역대급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아프리카TV를 비롯해 바둑TV 등 방송 시청자 수를 합치면 수천만명이 '바둑' 경기를 숨죽이며 지켜봤다. 바둑을 전혀 모르는 시청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대국이 모두 끝나는 시점에는 인터넷 시청자만 1억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이비드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조차 한때는 "인공지능이 바둑의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을 불가능하고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로 바둑은 인공지능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런 바둑으로 인간 최고수와 대결을 한다는 것 만으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고 알파고는 현재 2승을 달리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구글의 인공지능이 인간 최고수를 이겼다' 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의 머리속에 인식시켰다.

그러나 대국이 연이어 진행될수록 구글이 이세돌 9단과 전세계의 바둑팬을 기만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실 인공지능과 프로 바둑기사의 대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알파고가 판 후이와 대전했던 것을 제외해도 일본의 '젠'이나 프랑스의 '크레이지스톤'도 종종 프로 바둑 기사와 대전해 승리한 적이 있다. 다만 몇 점의 핸디캡이 포함된 상태였다.

최강의 인공지능을 골라 프로 바둑 기사와 대전을 벌여도 인간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이 바둑으로 인간을 이기려면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알파고는 다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과 달리 심층학습과 강화학습을 결합한 심층강화학습을 통해 스스로 훈련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인간의 1천년의 세월에 해당하는 연습량을 4주만에 소화할 정도로 시뮬레이션 능력도 탁월하다.

이런 가운데 알파고는 이세돌 9단에게 도전하기 전에 다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까지 연거푸 누르고 '최강의 인공지능'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진정 최강인가. 지난 1월 네이처지에 게재된 '심층 신경 네트워크와 트리 분석을 이용한 바둑 해법' 논문을 보면 알파고의 성능은 48개의 CPU와 8개의 GPU(그래픽연산처리장치)로 구성돼 있는 시스템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대전 상대인 프랑스의 크레이지스톤은 32개의 CPU이며, 일본의 젠은 겨우 8개에 불과하다. 물론 응용 프로그램이 설정할 수 있는 구성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똑같은 상태의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부터 성능이 더 뛰어나다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펼치는 알파고는 CPU 1천202개에 GPU는 176개로 100배 가까이 업그레이드 됐다. GPU 1개는 평균적으로 CPU 10개에 해당하는 성능을 지녔기 때문에 3천여개에 가까운 CPU를 장착하고 이세돌 9단과 맞선셈이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당시의 알파고의 기보만을 보고 알파고의 실력을 가늠해야 했다. 이세돌 9단이 '나와 실력을 논할 수준이 아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이후 스타크래프트로 인간과 겨루면 어떨까? 라는 의문을 던진다. 구글 딥마인드 개발자 제프 딘이 향후 스타크래프트로 인간에게 도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을 스타크래프트에 비유하면 이세돌 9단만 상대의 종족과 맵(지도)을 모르고 상대는 이세돌 9단을 대비해서 철저히 대비해온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전 스타크래프트 인간 최고수 끼리의 시합은 이런식으로 불공평하게 진행된 경우는 단 한차례도 없다.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의 '현재 실력'을 기보 분석을 통해 샅샅히 분석한 후 시작했지만 이세돌 9단은 그렇지 못했다. 구글 딥마인드측도 사전에 이세돌 9단에게 이 부분은 협조하지 않았다.

물론 이세돌 9단은 세계 최강자인만큼 자신이 있었기에 대결을 수락했지만 시작부터 공정한 출발은 아니었다는 생각은 기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이세돌 9단에게 많은 전문가들이 관련 조언을 했다면 시작 지점에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을 것이다.

국내 머신러닝 전문가들은 알파고와 이세돌 대결을 단순히 인간과 기계와의 대결이 아닌 '천재 vs 수천명의 천재'로 비유하곤 한다.

정보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은채 시작한 이 대국은 알파고가 무한에 가까운 컴퓨팅 파워를 동원해 이세돌 9단과 전세계 바둑팬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정당한' 승부로 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글은 향후 인공지능 오픈 플랫폼으로 제2의 안드로이드에 해당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도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는 최우선이라고 늘 강조한다.

현재의 안드로이드 처럼 수많은 개발자들이 구글의 인공지능 플랫폼 안에서 서비스를 만들어 내며 종속되길 원한다.

구글은 인공지능 기술의 한 종류인 머신러닝을 활용한 서비스를 이미 지난해부터 선보였다. 구글 포토, 지메일 스마트 리플라이가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머신러닝 기술을 공개 소프트웨어 버전 '텐소플로우'도 내놨다.

오픈된 범용 인공지능 기술이 모든 산업 분야을 아우르는 서비스로 개발자들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올 날도 머지 않았다. 그만큼 인공지능은 구글에게 있어서 미래의 막대한 캐시카우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승부수'다.

만약 이세돌 9단이 최종 승리를 거둔다면 상금 100만달러와 대국료 10만달러, 승리수당 15만달러를 받게 된다. 그러나 구글이 단돈(?) 115만달러의 리스크로 '인공지능이 세계 최강 바둑 기사를 꺾었다'는 이미지를 전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다면 이는 너무나도 싼 비용이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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