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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가 인종차별 논란을 대하는 법(이모저모)


MC 크리스 록, 차별 논란 풍자

[권혜림기자]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논란을 소재로 한 재치 있는 풍자와 함께 마무리됐다. 배우 이병헌은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시상자로 초청돼 의미 있는 순간을 맞이했고 한국에서도 흥행을 이뤘던 영화 '매드맥스'는 6개의 트로피를 가져가며 다관을 이뤘다. 수상 여부로 가장 큰 관심을 얻었던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드디어 오스카를 품에 안았다.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LA 돌비극장에서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크리스 록의 진행으로 열렸다. 올해 후보자들 중 흑인 영화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종종 지적돼 왔던 아카데미의 인종차별적 관행을 다시 한 번 논란의 도마 위로 올려놨다. 시작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시상식은 흑인 방송인 크리스 록을 MC로 발탁했다. 크리스 록은 시상식 내내 논란을 풍자하는 재기 넘치는 진행으로 웃음을 안겼다. 치명적인 비난을 정면으로 받아치며 '셀프디스'를 택한 오스카의 선택이 시선을 끌었다.

◆흑인 MC 크리스 록, 인종차별 논란 맞은 오스카의 자구책

이날 크리스 록은 "이번 시상식은 제가 오는 오스카 중 제일 큰 논란이 있는 시상식"이라고 입을 열어 풍자를 예고했다. 이어 "흑인 후보자가 하나도 없다보니 사람들이 내게 이 시상식을 보이콧 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나는 실업자인데 어떻게 일자리를 관두겠나"라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그는 "진행을 그만두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제가 안해도 어차피 시상식은 열릴 것 아닌가. 일자리를 넘겨주는 것만은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해 다시 시상식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시상식에선 올해 후보작들의 클립에 흑인들이 주요 인물을 연기한 패러디 신을 합성한 영상들이 공개돼 웃음을 주기도 했다. 데니쉬 빵을 먹으며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 역을 연기한 흑인 배우, '마션'의 맷 데이먼의 모습을 패러디한 장면 등이 웃음으로 이어졌다. 또한 논란을 의식한듯 앞선 시상식들과 비교해 유독 많은 흑인 방송인들의 코믹 클립을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병헌, 외국어영화상 시상자로 등장

이번 시상식은 한국 배우 이병헌이 한국인 최초로 시상식의 시상자로 참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 영화 팬들의 기대를 얻었다. 유명 방송인 조지 페나치오는 물론, 이병헌과 함께 시상자로 나설 소피아 베르가라는 지난 28일 SNS에 이병헌과 함께 한 시상식 리허설 사진을 공개하며 시선을 끌기도 했다.

이병헌은 외국어영화상 시상을 맡아 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병헌을 소개하는 자막에는 "한국 최고 스타"라는 표현이 쓰였다.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이었지만, 이병헌은 짧은 시상 멘트를 무리 없이 마치고 무대를 내려왔다. 이들이 시상한 부문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는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사울의 아들'이 수상했다.

◆디카프리오, 데뷔 25년 만에 첫 오스카 수상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날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데뷔 후 연기력과 스타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활약해 온 그는 유독 오스카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올해 그는 배우 데뷔 25년 만에 처음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는 "감사하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 다른 후보 분들께도 존경을 표하고 싶다"며 "'레버넌트'는 굉장히 훌륭한 출연진, 제작진들로 만들어졌다. 제 형제 톰 하디, 엄청난 열정의 이냐리투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2년 간 훌륭한 작품들을 남겨주신 것이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며 "굉장히 초월적 영화적 체험을 하게 해 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디카프리오는 '길버트 그레이프'로 1994년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된 후 '에비에이터' '블러드 다이아몬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로 세 차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레버넌트' 임마누엘 루베즈키, 3년 연속 오스카 촬영상 '기염'

이날 촬영상은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촬영 감독 임마누엘 루베즈키가 가져갔다. 지난 2015년 시상식에서 같은 감독인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와 작업했던 '버드맨', 그 이전인 2014년 시상식에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로 촬영상 트로피를 가져갔던 그는 이번 시상식으로 3년 연속 수상의 기록을 세웠다.

임마누엘 루베즈키는 "감사하다. 정말 놀라운 상이다. 이냐리투 감독님께 감사하다"며 "감독님의 열정 덕이다. 그리고 이 상을 함께 나누고 싶다. 디카프리오, 프로듀서들, 영화사와 투자배급사 등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감사하다"며 "모든 촬영 감독님과 함께 기쁨과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니쉬 걸' 알리시아 비칸데르, 오스카 신성의 탄생

영화 '대니쉬 걸'에서 릴리의 아내 게르다 베게너 역을 맡은 비칸데르는 올해 시상식에서 루니 마라, 케이트 윈슬렛 등 막강한 후보들을 누르고 첫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할리우드에 뜨거운 인상을 남긴 직후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그는 "감사하다.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 훌륭한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훌륭한 출연진, 제작진과 나누고 싶다"고 감격을 표했다. 이어 상대 배우를 향해 공을 돌리며 "에디, 최고의 연기를 펼쳐 준 파트너다. 감사하다. 당신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매드맥스', 기술상 싹쓸이 '6관왕'

이날 시상식에서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이하 매드맥스)는 12개 부문 후보작인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이은 최다 부문 후보에 올랐다. 10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영화는 작품상과 감독상(조지 밀러), 미술상, 촬영상, 편집상, 시각효과상 등에 노미네이트됐다.

'매드맥스'는 의상상(제니 비번)과 프로덕션 디자인상(미술상, 콜린 깁슨, 리사 톰슨), 분장상(레슬리 반더월트, 엘카 워데가, 데미안)까지 수상하며 현재까지 진행된 기술상 시상 부문에서 연이어 호명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에 더해 편집상(마가렛 식셀)과 음향편집상(마크 맨지니, 데이비드 화이트), 음향상(크리스 젠킨스, 그렉 루트로프, 벤 오스모) 등 기술 부문 수상을 이어간 영화는 시상식이 중반에 이미 6관왕의 기록을 달성했다.

◆이냐리투, 감독상 2연패…인종 차별에 대한 소신 발언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지난 2015년 시상식에 이어 올해도 감독상을 수상하는 이변을 낳았다. 지난 해 시상식에서 그는 '버드맨'으로 트로피를 안았다.

이날 감독은 "감사하다. 이게 현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이 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의 영광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굉장히 재능있고 뛰어난 출연진들이 있었기에 모두가 이 작품을 만들수 있었다"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하다"고 알렸다.

그는 "디카프리오야 말로 레버넌트이고 진정한 영혼을 가진 연기를 보여줬다. 감사하다"며 "톰 하디, 모든 아메리카 원주민들, 모든 출연 배우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출신인 이냐리투 감독은 "운 좋게 여기 와있다 생각한다"며 "아직 저같은 행운을 얻지 못한 사람이 많다. 아직도 피부색 때문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굉장히 운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아버지가 남기신 말씀인데, 피부색이라는 것이 머리카락 길이만큼 의미 없는 것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한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가 12개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돼 최다 부문 후보 기록을 세웠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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