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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사' 김보경, 이재성과 콤비플레이를 기다린다


전북에서의 기대감 커, "한 번만 뛰어봐도 느낌이 와"

[이성필기자] 전북 현대가 올겨울 이적 시장에서 영입한 인물들의 이력은 화려하다. 대부분 각국 국가대표를 지낸 선수이거나 자신이 속했던 리그에서 공격포인트 등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동안 '포스트 박지성'으로 불렸던 김보경(27)도 전북이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 중 한 명이다. 박지성이 은퇴하며 자신의 후계자로 찍었던 것은 김보경에게 평생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수식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해야 하고 이를 뛰어넘어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가야 한다.

전북의 전지훈련지였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만난 김보경은 인터뷰마다 박지성의 인상적인 화법인 "**때문에"를 끊임없이 연발했다. 국가대표를 할 때 만나 들으며 익혔던 박지성식 화법은 그저 일회성이 아닌 100%에 가까워졌다.

김보경은 K리그를 거치지 않고 세레소 오사카(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영국으로 진출해 카디프시티(잉글랜드)에서 뛰며 챔피언십(2부리그)과 프리미어리그를 모두 경험했다. 나름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수 영입 규정이 바뀌면서 취업비자(워크퍼밋) 발급에 실패해 블랙번 로버스 입단이 좌절되는 불운도 겪었지만, 전북에서 새로 시작하기 위해 아픈 기억은 모두 지워버렸다.

"전북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열망에 놀랐다"

김보경이 전북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전북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열망, A대표팀 시절 인연을 맺은 최강희 감독의 설득, 다시 시작하겠다는 자신의 의지가 있었다.

그는 "다양한 팀을 경험해봤는데 전북은 정말 편한 팀이다. 해외 팀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다. (홍익대 시절 함께했던) 김기희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 방도 함께 쓴다. 팀의 스타일과 철학, 문화 등 모든 것을 물어봤다"라고 전북에서 느낀 점을 전했다. 단순히 뛰기 위해 온 것이 아닌 모든 것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이야기다.

가장 많이 놀란 것은 전북 선수들의 자부심이다. 김보경은 "선수들이 '내 팀'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더라. 전북이 강팀이라는 의식 말이다. 그런 것들을 보니 정말 믿음이 가더라. 나 역시 부담 없이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언젠가 K리그에 올 줄 알았지만, 전북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외국에 있다 보니 K리그에 한 번 정도는 가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몰랐다. 막상 와보니 선수들과 밥을 먹을 기회도 많고 친근함도 느껴졌다"라며 편안한 전북 분위기에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전지훈련 기간에 치른 연습경기에서 김보경은 적절한 침투 패스로 공격의 물줄기 역할을 했다. 김보경을 주로 TV에서 봤던 전북의 신인들은 그의 실력에 놀라움과 동경을 함께 표현하기도 했다. 중선참급인 김보경은 "전북의 선수층은 가장 이상적인 구조다. 선수들이 모두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잘 보인다. 그래서 빨리 실전을 해봤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당초 김보경의 행선지는 감바 오사카(일본)가 유력했지만 최강희 감독의 설득으로 전북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알려져 있다. 김보경도 "최 감독님이 연락이 와서 '당장 너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팀에서도 함께 해봤지만 언젠가 팀에서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다. 작년부터 너와 함께 하고 싶었지만, 외국에 있지 않았는가. 너로 인해 이기는 것도 이기고 경기 내용도 좋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하시더라. K리그 경험을 하고 싶었는데 전북의 비전이 마음에 들었고 감독님과도 함께 하고 싶더라"라며 전북쪽으로 마음을 돌린 이유를 설명했다.

전북의 비전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마음을 바꿨을까. 그는 "전북이 챔피언스리그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놀랐다. 이 팀은 목표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아쉬움이 크니 더 우승을 이루고 싶어 하는 것이 보인다. 예를 들어 훈련 중 특정 장면이 나오면 'K리그에서 이렇게 하면 통하겠다'가 아니라 '챔피언스리그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라고 하더라"라며 아시아 정상을 향한 전북의 열망과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소개했다.

"이재성과는 한 경기만 같이 뛰어봤지만…"

전북 팬들의 관심은 김보경과 지난해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이재성의 공존이다. 이재성은 기초군사훈련으로 전북의 UAE 전지훈련에 빠졌다. 훈련소 퇴소 후 팀 복귀해 몸을 만드는 데 주력했고 목포 전지훈련에서 김보경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공격 중심의 경기 운영을 해야 하는 홈경기에서 김보경과 이재성은 함께 중앙에서 뛸 가능성이 있다. 두 명 모두 공격지향적이라 상대가 '선 후비 후 역습'으로 나오면 위험이 큰 조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김보경은 이런저런 평가에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 때는 오른쪽 날개로 뛴 이재성의 옆에서 선발로 호흡을 맞췄던 경험이 있다. 이재성의 A매치 데뷔전이었던 뉴질랜드전에서는 10여분을 함께 뛰며 그의 데뷔골을 지켜봤다.

그는 "한 번만 뛰어봐도 느낌이 오는 선수가 있다. 그런 선수를 보면 발이 잘 맞는데 (이)재성이는 내 생각을 읽는 것 같고 나도 마찬가지다. 세레소 시절 기요타케 히로시(하노버96)가 그랬다. 재성이도 그럴 것 같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재성과의 역할 분담도 적절하게 할 예정이다. 김보경은 "전북의 경우 홈 경기는 공격적으로 전진해서 하게 마련이다. 홈, 원정에 따라 경기 운영이 달라지는데 공격적으로 하면 재성이와 강하게 나서서 상대 수비를 끌어당기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맞춰 보려고 한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지성 후계자라는 굴레는 이제 과감히 벗어던지기로 했다. 그는 "누구를 닮아야겠다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잘 해낸다면 자연스럽게 찬사든 어떤 결과가 뒤따르게 마련이다"라며 마음을 가볍게 먹고 나서겠다고 답했다.

최강희 감독을 믿고 가겠다는 김보경은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신뢰를 많이 주시는 것 같다. 대표팀 시절보다는 분명 편한 관계가 됐다. 감독님의 철학을 잘 따라서 가고 싶다. 팀의 중심이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책임감도 커진다. 해외 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 신분이니 내 몫만 하면 됐지만, 지금은 나를 통해 팀이 잘돼야 한다는 생각이다"라며 전북이 원하는 우승 타이틀,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모두 들어올리는데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북에서 최선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국가대표에도 다시 승선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 역시 생각은 있지만, 욕심은 내지 않는다고 했다. 김보경은 "무조건 올해 대표팀을 가야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다만, 팀에서 잘하다 보면 (울리 슈틸리케) 감독님도 관심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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