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차붐의 생각…좋은 선수 성장에는 'ㅇㅇ'이 있다


"자신과의 싸움 이기고 좋은 선배와 지도자를 참고하라" 조언

[이성필기자]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63)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어린 시절이 불우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어렵게 성장하면서도 축구를 하며 국가대표에 대한 꿈을 키웠고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로 올라서기까지 숱한 역경과 시기를 견뎌냈다. 소위 '흙수저'였던 차범근은 자신의 노력으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고, 아들 차두리(은퇴)는 좋은 환경에서 뛰며 팬들의 많은 사랑 속에 축구를 하고 은퇴했다.

차 감독은 선수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1988년 차범근 축구상을 제정해 축구 꿈나무들을 발굴하고 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으나 대회 도중 해임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축구 영재 찾기에 대한 열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한강공원 이촌지구에 가면 볼 수 있는 차범근 축구교실은 신용산초-용강중-여의도고-수원대라는 성장 시스템을 갖췄다. 이는 현재 K리그 유스팀들의 선수 육성에 참고서가 되기도 했다.

선수 발굴 시스템을 구축한 차 감독은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28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저 축구 선수가 아닌 사회성까지 갖춘 좋은 선수가 돼달라는 것이었다.

역대 차범근 축구상 수상자의 면면은 화려하다. '라이언킹' 이동국(전북 현대, 3회), 박지성(은퇴, 5회), 기성용(스완지시티, 13회), 문창진(포항 스틸러스, 18회), 황희찬(잘츠부르크, 21회), 백승호(22회)와 이승우(이상 FC바르셀로나 후베닐A, 23회) 등이 각각 차범근 축구상의 대상과 우수, 장려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현재 초등축구 대회마다 득점상을 차지하는 등 우수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는 서울 신정초등학교 서재민(12)이 대상을 받았다. 우수상에 김종원(포항제철동초), 최환(진건초), 장려상에 홍지우(강구초), 김효기(대동초), 전유미(가림초)도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차 감독은 시상식에서 30분 가까이 이들 수상자들과 한국 축구를 향한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일희일비하는 냄비 여론의 피해자이기도 했던 그는 신태용호가 준우승을 차지하고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일본과의 결승전을 언급하며 "패해서 아쉽지만, 전반에는 최고의 경기력을 봤다. 분명히 (리우에서는)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 축하와 격려가 필요하다"라며 비판을 위한 비판을 자제하고 여유를 갖고 지켜봐 주기를 바랐다.

좋은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한 조언도 쏟아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차 감독의 말이기에 수상자나 학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꼭 이겨달라는 것이 차 감독의 중요한 주문이었다. 그는 "세상에는 평탄한 길만 있지 않다. 반복 훈련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친구도 잘 만나야 하고 좋은 지도자로부터 훈련도 받아야 한다"라며 스스로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경쟁이 불가피한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차 감독은 특히 '좋은 선배'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54 스위스 월드컵 감독이었던 고 김용식 선생 등 다수의 축구 선배를 언급하며 "그들은 축구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축구로 모든 것을 불태웠다. 축구 사랑을 삶 속에서 실천했다"라며 오직 축구 그 자체에만 몰두하는 것을 배우라고 강조했다.

선배들의 열정에서 배워야 할 것은 절대로 놓치지 말라는 것이 차 감독의 지론이다. 그는 "좋은 선배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를 배우라. 내가 닮고 싶은 좋은 모습이 있을 것이다. 배움의 길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선배들의 좋은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고 말했다.

자신의 성공 역시 먼저 축구를 시작한 선배들로부터의 배움으로 시작됐다는 차 감독은 "내 성공의 바탕에는 훌륭한 선생님과 선배들이 있었다. 배고프게 축구를 하며 성장했지만 좋은 선배들을 보면서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다"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축구만 보지 말기를 바라기도 했다. 축구를 통한 책임의식도 기르라고 강조했다. 1978년 일본으로 원정 경기를 떠났을 당시를 회상하며 "50명의 일본 어린이가 '타도 한국'을 외치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을 보고 언젠가 이들에게 따라 잡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어린이들에게 축구를 전문적으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전하며 생각하는 선수가 되기를 바랐다.

당시의 경험이 축구교실 개설로 이어졌다는 차 감독은 "과거 선배들이 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한국 축구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축구 기술에만 몰두하는 병폐를 사라지게 하고 싶었다"라며 유소년 육성에 집착했던 이유도 전했다. 축구를 단순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사회공헌 등 감동을 줄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래야 한국 축구의 건강한 시스템이 더 뿌리 깊어지고 튼튼해진다는, 차 감독의 진한 마음이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차붐의 생각…좋은 선수 성장에는 'ㅇㅇ'이 있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