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정명의]'5년째 실종' 연봉조정, 왜 사라졌나


2011년 이대호 이후 전무, 협상 분위기 달라졌지만 유명무실한 제도 한계

[정명의기자] 한국프로야구에서 연봉조정 신청이 5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연봉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구단과 선수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연봉조정은 매년 1월10일까지 선수가 신청할 수 있다. KBO리그 소속으로 만 3년을 보낸 선수에게 신청 자격이 주어지며, 구단과 선수 양 측이 각자 KBO에 제출한 연봉 산출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조정위원회가 연봉을 결정한다.

지금까지 연봉조정 신청이 조정위원회의 결정까지 넘어간 사례는 총 20회 있었다. 그 중 선수 쪽이 승리한 것은 단 한 차례. 2002년 LG 트윈스의 유지현(현 LG 코치)뿐이었다. 나머지 19번은 모두 구단 쪽의 제시액으로 연봉이 조정됐다.

선수가 승리할 확률은 5%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 2011년, 2010시즌 타격 7관왕에 오른 이대호(당시 롯데)가 연봉조정 신청을 했다가 구단에 패한 이후 누구도 조정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2012년 이대형(당시 LG)이 신청을 했지만, 결국엔 신청을 철회하며 구단 안에 사인했다.

타격 7관왕을 차지했던 선수도 승리할 수 없었던 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쉽사리 구단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 선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2011년 이대호가 "이제 앞으로 누구도 연봉조정을 신청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선견지명(?)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연봉조정에 있어 선수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선수가 KBO에 제출하는 근거 자료의 양과 질이 구단에 비해 현저히 낮다. 또한 특급 선수가 아닌 이상, 연봉조정을 신청하면서까지 구단과 대립각을 세우다가는 향후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유일한 선수 쪽 승리자로 남아 있는 유지현 코치도 "조정신청을 거치게 되면 양쪽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다"며 "선수가 구단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연봉 관련 문제는 쿨하게 끝내는 게 최고"라고 구단과 절충안을 찾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장도 있다. 연봉 협상 분위기에 변화가 있다는 것. 구단이 일방적으로 연봉을 통보했던 구태에서 탈피, 합리적인 연봉 산정 방식을 시즌 전부터 구단과 선수가 공유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조정 신청이 없어졌다는 의견이다.

정금조 KBO 운영기획부장은 "구단과 선수가 연봉 체계에 대해 서로 잘 이해하고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과거에는 구단이 쉽게 말해 '싫으면 관두라'는 식의 강요가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듯하다. 시즌 전 구단이 적극적으로 선수들에게 연봉 시스템을 설명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 부장은 "선수들도 구단의 고민을 같이 하기 시작했다"며 "구단 전체를 생각하고, 구단 살림살이를 생각하는 선수들도 있다. FA 몸값 폭등 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각 구단은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연봉 고과를 매긴다. 통계학적 수치인 '세이버 매트릭스'를 반영하는 구단도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고과가 산정되던 과거와 비교하면 확실히 선수들과의 합의점을 찾기가 수월하다.

그러나 만들어진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5년째 연봉조정 신청은 있으나 마나 한 제도가 돼버렸다. 선수들 사이에 '신청해봐야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이 조성된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연봉조정을 통해 합리적인 연봉을 책정하는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의 사례를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2024 트레킹





alert

댓글 쓰기 제목 [정명의]'5년째 실종' 연봉조정, 왜 사라졌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