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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이 말하는 '혁신' 원동력은?


26일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콘퍼런스 네이버 그린팩토리서 개최

[성상훈기자] "전직원이 힙챗(HipChat)으로 빠르게 소통하고 피드백을 합니다. 이메일은 최소화 하고 있어요."(우버 이태원 엔지니어)

"잦은 이직이 한국에서는 치부이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경쟁력이죠."(옐프 강태훈 엔지니어)

"이곳(실리콘밸리)은 주인의식이 강하고 업무 환경도 자유로워요. 잠을 자면서 꿈을 꿀때도 일할 정도지만 행복한 개발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왓츠앱 이진 엔지니어)

이는 스타트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쟁쟁한 기업들의 한국인 개발자들이 말하는 그들의 업무 환경이다.

이들은 스타트업 특유의 빠른 결정과 피드백, 자유로운 업무환경과 주인의식을 통한 책임감을 공통점으로 꼽는다. 심지어 '엔지니어(개발자)'에 대한 처우도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25일 저녁 성남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커넥트홀에서 진행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콘퍼런스에는 테슬라, 우버, 왓츠앱, 옐프 등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한국인 개발자들이 모여 그들의 업무 환경과 미국으로 가게 된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콘퍼런스는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들을 통해 그들의 혁신을 배우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스타트업 지원 민관협력단체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매년 봄에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올해 봄에 이어 2번째로 열린 행사이기도 하다.

◆갈수록 강해지는 실리콘밸리 기업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첫 강연을 통해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혁신'에 있어 공격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우리는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배우고 우리의 스타트업을 그들처럼 키워야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과거 전통적인 벤처캐피탈이 정해진 금액 범위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던 것에서 벗어나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조단위 금액을 분기별로 투자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을 정도라고.

임 센터장은 "우버 같은 경우 분기별로 1조원씩 펀딩을 받고 있다"며 "9월 바이두로부터 12억달러(1조3천억원)을 펀딩한지 불과 두달만에 또다시 10억달러(1조2천억원)규모 펀딩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계 글로벌 대기업들도 실리콘밸리로 모여들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기아자동차는 물론 BMW, 포드, 도요타 등 전세계 거의 모든 자동차 기업들은 실리콘밸리에 전진기지를 꾸렸다.

이같은 현상은 실리콘밸리 한가운데 있지 않으면 기업들이 혁신 경쟁에서 뒤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임 센터장은 말한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달 실리콘밸리 산호세에 대규모 리서치센터를 꾸렸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기업가치가 10억달러(1조2천억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비상장기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부른다. 지난 2012년 수십개에 불과했던 전세계 유니콘 기업들은 올해 기준 144개까지 늘어났다.

이들 유니콘 기업들중 60%가 넘는 90개가 미국 기업들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쿠팡과 옐로모바일 등 2개에 불과하다.

90개의 미국 유니콘 기업들중 70%가 실리콘밸리 안에 있다. 즉,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수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실리콘밸리 대기업들도 더 강해지고 있다. 구글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 3배에 달하는 6백조원을 넘었고 애플은 전세계 스마트폰 순이익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352조원에 달하면서 지난 7월 오프라인 유통 최강자 월마트를 뛰어넘었다.

◆실리콘밸리 '혁신' 원동력은 '선순환 생태계'

그렇다면 실리콘밸리는 왜 그토록 '혁신'의 발상지로 평가받는 것일까?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은 ▲스스로 일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주인의식 ▲일한만큼의 보상과 대우 ▲개발자를 우대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자유로운 업무환경에서 이어지는 창의력 등을 자신들이 일하는 곳의 공통점으로 꼽았다.

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 우버는 전직원이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힙챗(HipChat)'으로 소통하고 있다. 직원들은 업무상 필요한 검색과 질문, 답변까지 힙챗을 이용한다.

우버 이태원 엔지니어는 "힙챗은 공지사항의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의견조율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며 "빠른 의사소통과 피드백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천명이 넘는 직원들이 빠르게 의사소통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속도감 있는 비즈니스 확장으로 이어졌다. 우버는 지난 2010년 첫 서비스 론칭 이후 현재 전세계 66개국 361개 도시에서 서비스 하고 있다.

옐프 강태훈 엔지니어는 "다음커뮤니케이션, 네이버, 삼성전자, 블리자드에 이르기까지 열두번 넘게 이직을 했다"며 "이직때마다 매번 새로운 분야에서 시작하다보니 어느새 다방면의 개발 능력을 갖춘 개발자가 됐다"고 회상했다.

옐프는 월 활성이용자수(MAU)8천900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지역 비즈니스 검색 서비스다.

강태훈 엔지니어는 "우리나라 기업과 실리콘밸리 기업은 엔지니어 처우가 눈에 띄게 차이난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부분 수직적 구조라면 실리콘밸리는 수평적 구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열두번 넘게 이직하면 우리나라 기업은 이를 단점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는 여러 분야의 경험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를 장점으로 꼽는다는게 강태훈 엔지니어의 설명이다.

IBM 기술 컨설턴트 출신인 왓츠앱 이진 엔지니어는 왓츠앱에서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백지상태였다. 그도 그럴것이 대학 시절 배운 개발 지식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IBM 근무 시절에는 주당 80시간 가까이 일을 했지만 위에서 내리는 일방적 지시와 수직적인 구조가 일의 능률과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됐다.

하지만 그가 왓츠앱에 합류하고 나서부터는 디자인부터 테스트까지 스스로의 책임하에 일을 해야 했다. 업무 환경도 자유로웠다. 잠을 자면서 꿈을 꿀때도 일을 할 정도로 일이 많았지만 '주인의식'이 그를 나서서 먼저 일하게끔 만들었다.

이진 엔지니어는 "실리콘밸리에서는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장점 중 하나"라며 "주인의식을 갖게 만들면 업무의 결과는 물론이고 성취감도 높다. 보상도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한국인 개발자들은 이같은 업무 환경이 전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을 실리콘밸리로 불러모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곧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벤처캐피탈은 물론 대기업들까지 실리콘밸리에 투자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돼면서 거대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 벤처투자협회에 따르면 미국내 벤처투자금액은 지난 2013년 302억달러(34조5천억원)였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300억달러를 넘었다.

지난 2년간의 투자금액 증가율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벤처투자금액은 850억달러(9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00년 닷컴버블 이후 최대 수치다.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 건수만 해도 2천237건을 기록해 이역시 닷컴버블 붕괴 이후 최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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