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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동남아 진출 교두보는 '진격의 베트남'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이 뜬다(上)] 中 실패 딛고 '현지화'로 승부

[장유미기자] 진입 장벽이 높은 중국에서 연이은 사업 실패로 고배를 마신 국내 유통업체들이 '포스트 차이나'로 각광받고 있는 베트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시장은 내수 침체와 각종 규제로 성장이 막힌 반면, 베트남 시장은 한-FTA 협상 타결, TPP 체결 이후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업체들의 주요 공략지로 떠오른 상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의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예상치를 웃도는 6.3%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7년 간 집계된 것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전체 경제성장률도 올해 6.5%, 내년에는 6.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베트남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베트남 정부가 최근 외국인 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국내 업체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외국 소매기업이 100% 자기자본으로 현지 법인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등 소매시장을 완전히 개방했다.

또 베트남 인구가 9천만 명을 넘는 가운데 가구당 연간 가처분 소득은 지난해 4천847달러로 5년 전보다 15% 증가하는 등 소비 지출 여력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 베트남 소매유통시장에서 현대적 유통망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필리핀(33%), 태국(34%) 보다 낮아 국내외 유통업체들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것에 비해 재래시장 중심으로 발달돼 있어 유통시설이 낙후됐다는 점이 국내 유통업체들에게 장점으로 부각됐다"며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현지 소비자들이 그에 걸맞는 상품 수준을 원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진출하기에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업체 중 베트남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지난 1990년대 식품·외식사업부문을 시작으로 유통, 관광 등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이 잇달아 진출해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08년 12월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을 오픈하며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직접 투자 방식으로 점포수를 늘려가던 롯데마트는 베트남 진출 5년만에 호치민에서 하노이에 이르는 거점 유통망을 확립, 현재 베트남에 총 11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총 4억 달러(4천억 원)를 들여 대규모 복합시설인 '롯데센터 하노이'를 완공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바탕으로 한 베트남 내 롯데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곳은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등 롯데그룹 계열사가 다 입점해 있다.

또 최근에는 호치민에도 상업시설과 업무시설, 주거시설로 구성된 '에코 스마트 시티' 개발을 추진함으로써 베트남 사업에 더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23일 황 쭝 하이 베트남 부총리를 만나 투자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지난해 롯데센터 하노이가 완공되면서 베트남에 첫 진출한 롯데백화점은 지난 3분기 매출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등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또 지난 3월에는 포스코건설이 보유한 호치민의 '다이아몬드 플라자' 지분도 인수하면서 베트남에서 총 2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플라자는 베트남 내 매출 1위 백화점으로, 연간 1천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고 해외에 '글로벌 롯데'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롯데센터 하노이 같은 복합쇼핑단지 건설은 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등 VRICI 5개국을 중심으로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베트남에서는 호치민 에코 스마트 시티 같은 복합쇼핑단지 외에도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계열사들이 점포수를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는 신세계그룹도 베트남에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쳐 실패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다음달 말 베트남 호치민 인근 고밥 신도시에 1호점인 '고밥점'을 오픈하며 베트남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다.

지난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진출 초기 점포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매출 부진 등으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로 인해 27개까지 증가했던 점포 수는 현재 9개로 줄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마트는 베트남 사업 초기단계부터 기존 중국 사업에서 얻은 교훈과 먼저 진출해 있는 경쟁사의 벤치마킹을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글로벌화, 현지화, 조직관리'라는 세 가지 핵심역량을 베트남 사업의 성공요인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베트남 이마트는 중국 이마트와 법인 구성부터 차별화시켰다. 지난해 12월 설립된 베트남 법인은 한국 직원은 최소화하고 대부분 베트남 인력으로 채웠다. 앞서 이마트는 중국 법인 설립 시 상품기획, 재무, 매장관리 등 각 분야에 한국 전문가 40~50명을 보냈다.

또 이마트는 베트남 현지 사회공헌활동도 점포 오픈 전부터 시작했다. 이미 지난 4월 오토바이용 어린이 헬멧 1만 개를 호치민 시내 초등학생들에게 무상 제공했으며, 호치민시에 희망 장난감 도서관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마트는 베트남 1호점을 시작으로 베트남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로의 진출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2호점 개설을 위해 호치민 공항 인근 떤푸 지역에 2만㎡의 토지를 매입했다. 아직 출점 계획은 정하지 않았지만 1호점 오픈 후 매출 추이를 지켜보며 2호점 오픈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이번 베트남 시장 진출에 강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 일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최고경영자 서밋에서 "베트남 1호점의 수익성에 따라 캄보디아, 라오스 등 인접 동남아 국가로 추가 진출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보다 현대홈쇼핑을 내세워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5월 하노이에서 베트남 국영방송인 VTV 자회사인 VTV브로드컴(방송기술업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VTV캡과 'VTV 현대홈쇼핑'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했다.

현대홈쇼핑은 내년 초 이 홈쇼핑을 개국할 예정으로, 총 자본금 2천만 달러 중 1천만 달러를 투자, 지분 50%를 확보해 경영을 총괄한다. 또 MD 등 10여 명의 인력을 파견해 현지 인기 상품 소싱에 나설 예정이며 국내 중기 상품도 함께 소싱할 예정이다.

더불어 현대홈쇼핑은 이 홈쇼핑을 통해 한섬의 잡화 및 의류 브랜드를 판매하고, 베트남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리바트의 인테리어 상품도 판매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VTV 현대홈쇼핑은 베트남 유료방송 가입 전체가구인 6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송출하게 된다"며 "진출 첫 해인 내년에 매출 300억 원, 3년 내 1천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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