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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의]삼성 도열 축하, 나성범 등판…승패 초월한 '가을야구'


준우승팀 삼성, 두산 우승 행사 축하…NC는 나성범 등판 약속 지켜

[정명의기자] 2015년의 가을야구는 승패를 초월한 멋진 승부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두산 베어스의 우승으로 한국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두산은 10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3-2 대승을 거두며 4승1패의 전적으로 삼성 라이온즈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1년 이후 무려 14년만의 우승으로 기쁨을 만끽하던 두산 선수단. 그런데 그 장면을 지켜보며 축하의 박수를 쳐주는 무리가 있었다. 관중들이 아니었다. 바로 패전팀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이었다.

두산의 우승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류중일 감독을 포함해 삼성의 코치, 선수들은 3루 덕아웃 쪽에 도열해 두산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류 감독은 김태형 두산 감독과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삼성 선수단은 두산의 우승 행사가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표정이 밝을 수는 없었다. 통합 5연패의 꿈이 무산됐고, 5차전 경기 결과도 참담했기 때문. 그러나 쓰린 속을 달래면서도 승자를 축하하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삼성 관계자는 "류중일 감독님께서 2011년 아시아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 준우승팀 소프트뱅크가 끝까지 남아 축하해준 장면을 보고 감명을 받으셨다"며 "그 이후 언젠가 준우승을 하면 저렇게 하겠노라고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고 그 배경을 전했다.

삼성에 앞서서는 NC 다이노스가 승패를 초월한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달 2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 NC가 4-6으로 뒤진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성범이 마운드에 오른 것. 구장을 가득 메운 NC 팬들은 우익수 수비 위치에서 마운드를 향해 뛰어오는 나성범을 향해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나성범의 등판은 플레이오프 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이벤트(?)다. 나성범은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며 열린 팀 자체 청백전 때부터 마운드에 올라 깜짝 등판을 예고했다. 김경문 NC 감독도 "마지막 상황에서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나성범을 등판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연세대 시절 좌완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리다 프로 입단 후 강타자로 자리잡은 나성범이다. 그의 프로 데뷔 첫 등판이 가을야구에서 성사되자 NC 팬들은 탈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도 잠시 잊은 듯 기뻐했다. 환호 속에 마운드에 오른 나성범은 첫 상대 로메로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오재원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시속 140㎞ 후반대의 강속구가 포수 미트를 통과하자 타석에 선 오재원은 물론 관중석의 팬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나성범의 등판에는 의문도 남는다. 2점 차 뒤진 상황에서 9회말 마지막 공격이 남아 있었다. 더구나 9회말은 NC가 1번타자부터 시작해 3번타자 나성범까지 타순이 돌아간다. 나성범의 투수 전환으로 지명타자가 소멸, 5번 타순에 있던 이호준이 우익수 대수비 김준완과 교체돼 덕아웃으로 물러났다. 나성범의 등판은 9회말 팀의 득점 가능성을 낮추는 결정이었다.

결국 NC는 9회말 공격을 삼자범퇴로 마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을지언정 승패를 떠나 팬들과의 약속을 지킨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박수받을 만했다. 경기장을 찾은 NC 팬들도 고대했던 나성범의 등판을 눈에 담으며 아쉬운 탈락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이번에도 가을야구는 수많은 명장면을 남기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단연 주인공은 3위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라 승승장구하며 14년만의 우승 축포를 쏘아올린 두산. 하지만 또 다른 감동과 볼거리를 남긴 삼성, NC의 존재감도 결코 작지 않았다. 승패가 프로야구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몸소 보여준 삼성과 NC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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