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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의]ML 포스팅 러시, '진짜 도전'이 필요하다


손아섭-황재균 ML 노크, 강정호 이후 봇물…잔류시 몸값 상승 생각할 문제

[정명의기자] 스타급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강정호(28, 피츠버그)의 성공 이후 봇물이 터진 모양새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팀 동료였던 강정호의 뒤를 이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어 있다.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KBO리그를 평정한 박병호는 다음 도전 무대가 메이저리그가 될 것임을 일찌감치 밝혀왔다. 시즌 중 박병호의 기량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넥센 경기가 열리는 곳을 찾기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손아섭과 황재균도 구단에게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전달했다. 두 선수는 KBO리그 1군 7시즌을 채워 구단 동의 하에 포스팅을 통한 해외 진출이 가능상 상태. 한 구단에서 한 시즌에 한 명만 포스팅을 신청할 수 있다는 변수와 함께 두 선수의 향후 거취는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홈런왕'이라는 확실하게 내세울 카드가 있는 박병호와 달리 두 선수의 포스팅 선언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쟁점은 '기량'이다. 손아섭과 황재균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강정호의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무대 데뷔로 한국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강정호의 성공이 다른 선수들의 성공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냉정히 말해 손아섭, 황재균이 강정호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인 지난 시즌 타율 3할5푼6리에 40홈런, 117타점을 기록했다. 포지션도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유격수였다.

올 시즌 손아섭(27)과 황재균(28)의 성적을 보자. 손아섭은 타율 3할1푼7리 13홈런 54타점을, 황재균은 타율 2할9푼 26홈런 97타점을 기록했다. 물론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강정호의 성적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손아섭의 경우 올 시즌 부상에 개인사(부친상)까지 겹쳤지만, 포지션이 외야수라는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다음 쟁점이 나온다. '도전'이라는 개념이다. 손아섭, 황재균은 강정호처럼 곧장 빅리그에서 뛸 기회가 주어질 지 알 수 없다. 포스팅 금액 역시 강정호(500만2천15달러)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손아섭, 황재균이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한다면 '도전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낮은 포스팅 금액을 감수하고서라도, 마이너리그의 눈물 젖은 빵을 각오하더라도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포스팅 금액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된다면 소속팀 롯데는 물론 선수도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납득할 만한 수준의 입찰액을 '너무 적다'는 주관적 판단으로 거절한다면 이 또한 도전 정신에 위배된다.

지난 시즌 종료 후, 김광현(27)과 양현종(27) 두 명의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투수도 강정호와 함께 포스팅을 신청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200만달러, 양현종은 김광현보다 못미치는 수준(비공개)의 입찰액에 그쳤다.

결국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 도전을 포기하고 국내에 남았다. 김광현은 200만달러를 제시한 샌디에이고와 연봉 협상까지 벌였지만 결렬됐고, 양현종은 입찰액 수용 불가 결정을 내렸다.

김광현과 양현종에게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닌, 밑져야 본전이었다. 김광현은 2억7천만원이던 연봉이 6억원으로 3억3천만원이 올랐다. 이는 FA를 제외한 역대 최고 인상액. 양현종의 연봉 역시 1억2천만원에서 4억원으로 무려 2억8천만원 뛰었다.

SK와 KIA는 해외진출의 꿈을 접은 두 선수에게 연봉 대폭 인상이라는 화끈한 보상을 제공했다. 2014년 김광현은 13승9패 평균자책점 3.42, 양현종은 16승8패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했다. 인상 요인이 있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연봉 상승폭은 생각보다 컸다. '해외진출 프리미엄'을 부인하기 어렵다.

손아섭과 황재균 역시 마찬가지. 만약 포스팅을 추진했다 잔류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구단에서는 좋은 대우를 해줄 수밖에 없다. '꿈을 접고 팀에 남는다'는 것이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 물론 포스팅에 성공,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선수들 사이에서는 7시즌을 채울 경우 한 번쯤 포스팅을 신청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나쁠 것이 없기 때문. 선수들 주변에 이같이 부추기는 에이전트, 브로커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손아섭, 황재균의 도전 정신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7시즌을 채운 선수들이 너도나도 포스팅에 나서는 것이 과연 KBO리그에 바람직한 것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도전을 한다면 '진짜 도전'이 필요하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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