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20년 관록의 배우 송강호가 스크린에 남긴 자신의 족적을 돌아봤다. '괴물' '변호인'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반칙왕' '밀양' '복수는 나의 것' '넘버3' 등 손에 다 꼽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명작을 남긴 명배우의 궤적은 현대 한국영화사의 흐름을 관통하는 파노라마였다.
5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이 주최하는 아시아캐스팅마켓 '커튼콜'이 진행됐다. 올해 처음 열린 '커튼콜' 행사는 국내외 시장에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중견이상의 대표 배우 1인을 선정해 꾸리는 헌정 무대다. 송강호는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이날 무대에 올랐다.
송강호는 "2년 전에 '변호인'으로 부산에 놀러와서 꽤 공백이 있었다"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주년을 맞이해서 개막식 사회도 봤다"고 입을 열었다. "데뷔 20주년이 됐다"는 그는 "저도 영화제와 함께 성숙했으니 올해 부산영화제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송강호가 그간 출연했던 영화의 연기 영상을 상영하고 그에 대한 배우의 소회를 들었다. '밀양' '괴물' '변호인' 등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의 연기 영상을 보며 송강호는 "제 연기를 나중에 보면 너무 부끄럽고 닭살이 돋는다"고 겸손한 답을 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로는 김지운 감독과 작업한 '반칙왕'을 꼽았다. 송강호는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차기작 '밀정'도 김 감독과 함께 작업 중이다. 그는 "제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반칙왕"이라며 "'밀정'을 같이 하는 김지운 감독과 함께 했던 15년 전 영화다. 그 캐릭터가 마음 속에 남아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제 첫 주연작이기도 했지만. 그런 의미보다 반칙왕에서 임대호라는 인물이 꼭 제가 배우 생활을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라며 "배우 송강호와 정서적인 동질감이 많이 느껴지는 캐릭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칙왕'의 전달 방식 자체가 하이코미디다. 비극적이고, 드라마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유쾌한 코미디로서 전달된다는 점이 좋지 않았나 싶다"고 돌이켰다.
전도연에게 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겼던 '밀양'에서 송강호의 활약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연기로 회자된다. 과한 욕심을 부리기보다 감정선을 끌고 가는 여주인공의 뒤를 든든히 받쳐줬던 것이 '밀양' 송강호의 역할이었다.
자신을 숙이고 다른 배우의 연기를 받쳐주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란 질문에 송강호는 "그것이 그 배역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며 "배우가 어떤 작품에서 비중이나 스포트라이트의 개념 자체를 자유롭게 생각할 필요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 측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송강호가 그간 불러모은 극장 관객수는 무려 8천600만 명에 달한다. 송강호는 평소 관객수에 크게 개의치 않음을 알리며 "배우들은 그런 계산을 안하는데 언론에서 재미로 많이 비교도 하시고 집계도 하시는 것 같다"며 "배우들은 저 뿐만 아니라 누구도 그것을 중요치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송강호는 이날 배우들의 해외 진출에 대해 "꼭 당면 과제랄까 목표는 아닌 것 같다"며 "많은 영화로 감정을 공유하고 교감하는 것이, 진출이 아닌 방향성이 중요한 것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아시아캐스팅마켓은 국제공동제작 활성화의 일환으로 아시아 대표 배우들과 세계 영화산업 관계자들을 연결하는 비즈니스의 장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최대의 영화시장으로 부상한 아시아의 스타들을 국제무대에 소개하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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