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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팔던 CJ, 2020년 글로벌 톱10 문화기업 꿈꾼다


해외 시장 적극 공략해 문화사업 매출 15.6조 목표…미래 성장 동력 양성

[장유미기자] "우리나라의 국격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을 통해 나라를 살리겠다는 '사업보국' 정신을 마음에 새기고 '문화가 우리의 미래'라는 신념으로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알리는데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린 'CJ그룹 미디어 세미나' 자리에서 만난 CJ 계열사의 한 대표는 "이재현 회장(사진)이 평소 임직원들에게 이 같은 주문을 하며 문화사업 발전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 회장은 20년 가까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문화사업을 키우기 위해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뚝심있게 투자를 강행해왔다"며 "이 회장이 문화의 산업화와 글로벌화를 위해 앞장 선 결과 식품회사였던 제일제당은 이제 글로벌 문화창조기업으로 탈바꿈해 '제2의 창업'을 이룩했다"고 강조했다.

'설탕'을 팔던 제일제당이 '문화 사업'에 뛰어든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제조업으로 승승장구하던 CJ그룹이 문화 사업에 뛰어들 당시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지만 이제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한국 문화를 전하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995년 3월 이재현 당시 제일제당 상무는 누나인 이미경 이사와 함께 할리우드의 거물들과 협상을 하기 위해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월트디즈니 만화영화를 총지휘했던 제프리 카젠버그, 음반업계의 거장 데이비드 게펜이 함께 만든 '드림웍스SKG'의 투자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협상이었다.

'문화의 산업화'에 대한 꿈을 키워왔던 이 회장은 이들과의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동양의 경영자는 권위자'라는 인식을 깨고자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났다. 피자를 주문해 식사를 하면서 사업계획을 논의했던 이 회장은 결국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제일제당은 같은 해 4월 결국 드림웍스에 연매출의 20%와 맞먹는 3억 달러(약 3천500억 원)를 투자했다. 2대 주주로 참여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판권을 보유하며 영화 배급, 마케팅, 영상 관련 기술 등 할리우드의 노하우를 지원받기로 하면서 문화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회장은 "단순히 영화 유통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멀티플렉스도 짓고 영화도 직접 만들고 음악도 하고 케이블채널도 만들 것"이라며 "아시아의 할리우드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후 그 해 8월 멀티미디어사업부를 새롭게 만들어 CJ엔터테인먼트를 출범했고 1998년에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 강변 11'을 오픈했다. 또 이 회장은 영화 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방송 미디어와 음악 산업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국내 문화콘텐츠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이 회장의 의지를 바탕으로 CJ그룹은 오는 2020년 문화사업 부문에서 '글로벌 톱 10 기업'으로 도약해 한류의 산업화로 국가 브랜드를 더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

미디어 세미나에 참석한 이채욱 대표는 "CJ의 문화사업 분야 매출을 2020년까지 15조6천억 원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톱 10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문화산업이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릴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CJ가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CJ그룹은 문화사업을 맡고 있는 CJ E&M, CGV, 헬로비전의 지난해 매출 3조6천억 원을 2020년까지 4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다. 현재 세계 1위 문화기업인 컴캐스트의 2020년 매출은 87.5조 원, 2위 월트디즈니는 69.2조 원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CJ그룹은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먼저 CJ CGV는 현재 한국, 미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6개 국가에 걸쳐 보유한 1천637개의 스크린을 2020년에는 12개국 1만여 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전체 스크린의 약 80%와 매출의 65%는 해외에서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현재 연간 1억3천만 명인 CGV 관람객은 2020년 7억 명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또 전 세계 영화 관람객의 8%를 차지하는 세계 톱 클래스 극장기업이 되면서 한국 영화를 세계인에게 전파하는 K-무비 플랫폼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CJ E&M은 외국인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글로벌 IP(지적재산권) 확보에 주력하면서 세계적인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영화사업부문은 중국, 동남아 현지 합작 영화 제작 및 배급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4개 국가에서 현지 합작으로 제작 및 배급되는 작품은 연간 8편 정도로, 이는 영화사업 전체 매출액의 15% 가량을 차지한다.

정태성 CJ E&M 영화사업부문 대표는 "현지 합작 영화 편수를 점차 늘려 오는 2020년에는 글로벌 사업 매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 매출 비중보다 많아지는 매출 구조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사업은 해외 미디어 파트너와의 합작을 통해 다양한 진출을 꾀하고 음악 및 공연사업도 현지 및 글로벌 IP를 확대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 할 계획이다.

또 CJ E&M은 영화 '수상한 그녀'가 중국과 베트남에서 리메이크 되고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중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끈 뒤 영화와 책으로 나온 것처럼 '원소스 멀티유즈(OSMU) 진출'도 확대한다.

이를 통해 2020년 CJ E&M의 글로벌 매출 비중을 현재(8.5%)보다 크게 높여 43%로 키울 계획이다. 또 한류 확산 플랫폼인 케이콘(KCON)과 마마(MAMA)의 개최지역과 규모도 확대하고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 판로 개척 지원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채욱 대표는 "2020년 비전 달성을 위해 투자 밑그림을 그렸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문화사업 분야에 약 10조 원 가량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 최고경영진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중국에 있는 '모죽'이라는 대나무는 씨를 뿌린 후 아무리 정성껏 가꿔도 5년 동안 자라지 않다가 이후 죽순이 돋아나면서 갑자기 급성장 해 이윽고 30미터가 넘는 화려한 자태의 명품 대나무가 된다"며 "CJ그룹도 20년간 '모죽'같이 문화산업에 투자한 만큼 앞으로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뻗어가 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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