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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천만⓸]신랄한 사회 풍자, 관객 속 뻥 뚫었다


형사 서도철과 재벌3세 조태오, 현실같은 판타지

[권혜림기자]"내가 죄 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 제작 외유내강)의 주인공 서도철은 말 그대로 '베테랑' 형사다. 날쌘 몸놀림에 영민한 두뇌도 갖췄고, 한 번 '꽂힌' 사건은 웬만해선 놓지 않는 지구력도 자랑한다. 하지만 서도철을 특징짓는 것은 형사로서 그가 지닌 기술적 장점이 아닌, 양심이다. 누가 보아도 옳지 않은 일, 파렴치한 행태를 기어이 두고 보지 못하는 성미가 캐릭터를 꽉 채운다.

종종 영화의 매력은 주인공이 지닌 흡인력과도 동치된다. 관객들은, 히어로라기엔 어딘지 모자라지만 든든한 동네 형 같은 주인공 서도철을 보며 환호했다. '베테랑'은 올해 4번째 '천만 영화'가 됐다. 한국 영화로는 역대 13번째, 외화와 한국 영화를 합산해선 17번째 기록이다. 관객은 '베테랑'의, 그리고 서도철의 무엇에 매료됐을까.

영화는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린다. 서도철과 광역수사대, 조태오와 그를 비호하는 재벌 그룹의 충돌은 분노로 시작해 통쾌함으로 끝을 맺는다. 신랄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현실 풍자는 흔한 액션물, 흔한 형사물로부터 '베테랑'을 구분짓게 만들었다.

류승완 감독이 범죄 액션물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베테랑'과 같이 정의의 편에서 통쾌함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은 드물었다. 임금을 받지 못한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그 아들이 보는 앞에서 모욕을 주고, 책임 없는 연애 관계 역시 폭력으로 마무리지으려 하고, 곤란한 일은 죄다 하수인 최상무(유해진 분)의 앞으로 돌리는 조태오의 악행 천태만상은 영화의 엔딩이 주는 쾌감을 극대화한다.

동시에, 그를 잡기 위해 몸을 던져 활약하는 서도철 외 광역수사대원들의 모습은 공권력의 선한 의지로 그려진다. 이로부터 오는 공감과 응원의 감상은 현실에 빗대 볼 때 판타지에 가깝지만, '착한 재미'의 색이 짙은 이 영화의 오락성에는 되려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벌가와 관련된 유쾌하지 않은 뉴스들에 이미 익숙한 관객들에게 현실은 영화처럼, 영화는 현실처럼 수용된다.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본 재벌가의 이야기는 기시감이 일 만큼 익숙한 재료이기도 하다.

공분을 샀던 땅콩 회항 사건이나 무수한 '갑질' 논란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최근 한국 사회에서 유독 짙어진 반재벌 정서를 관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영화 속 조태오가 비단 가상의 인물인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은 관객에 더 큰 몰입감을, 더 큰 쾌감을 선사한 배경이었을 것이다.

영영 온실 안에서 곱게 보호받을 것 같던 조태오를 기어이 일격하고 마는 서도철의 지구력은 그래서 온 극장에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저런 형사가 어딨어!'라며 쓴웃음을 지을 관객이 있다면, 이 역시 납득이 된다. 다만 류승완 감독은 서도철을 통해 관객 모두에게 '너희도 서도철이 되라'고 주문한다. '재벌3세만 조태오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너희의 일터에도, 학교에도, 집에도 조태오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천만 관객 각자에게, '베테랑'은 천 개의 다른 영화일 수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일지라도, 피곤한 일일지라도, '쫄지' 않고 저항했을 때 아주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감독의 의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나도 가오 있다! 안 쫀다!'고 외칠 용기를 얻길 바란다"는 감독의 바람만은 두루 통했으리라 본다.

한편 '베테랑'은 지난 5일 개봉한 이래 28일까지 무려 23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중이다. 개봉 19일 째 이미 9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천만 돌파를 앞당긴 영화는 부침 없이 관객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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