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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에 반격'…롯데家 경영권 다툼 새국면


신격호 '분노' 속 신동빈 귀국 후 행보 관심…父心만큼 母心 향배 주목

[장유미기자] "롯데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인 저를 배제하려는 점을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

지난 2일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KBS와 SBS를 통해 공개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모습은 야위어 있었다. 고령인 탓에 목소리엔 힘이 없었지만 원고에 적힌 글을 한 글자씩 읽어 내려갈 때마다 차남 신동빈 회장을 향한 분노는 감출 수 없었다.

이날 신 총괄회장은 "둘째아들 신동빈을 한국 롯데회장, 한국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 없다"며 신 회장의 경영권 자체를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신동빈 회장 측은 "신 전 부회장 측에서 고령의 총괄회장을 이용해 전례 없는 동영상을 통해 왜곡되고 법적 효력도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맞섰다.

또 "사실과 다른 자극적인 폭로로 분란과 싸움을 초래하며 그룹의 안전을 해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신동빈 귀국 소식에 신동주 日 출국 취소

지난달 29일 한국에 입국한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여론몰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일부 방송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 음성파일, 영상까지 공개하며 전략적으로 공개 수위를 높여갔다.

특히 "일본에 가서 신동빈 등 이사진을 해임한 것은 아버지의 뜻", "주총을 소집해 이사 교체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신동빈 회장에게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이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동생 신 회장을 때렸다" 등의 자극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또 신 전 부회장은 조만간 일본에서 열릴 주주총회에서도 자신이 유리한 고지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중 광윤사와 우리사주의 우호지분을 합하면 절반을 넘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곧 일본으로 출국해 표심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당초 3일 일본으로 출국하려고 했던 그는 이날 귀국하는 신 회장을 견제하기 위해 이를 취소하고 한국에 더 머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신 전 부회장의 부인만 일본으로 출국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광윤사, 그 다음이 우리사주로, 두 개를 합하면 절반이 넘는다"며 "우리사주의 찬성이 있으면 지금의 이사진을 모두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총에서 승리할 경우 우리 측을 따르다가 해임된 이사진을 복귀시킬 것"이라며 "특히 아버지(신 총괄회장)를 다시 대표이사직으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공세가 이어지면서 신동빈 회장은 국내에서 조금씩 수세에 몰리는 모습이었다. 신 전 부회장이 폭로전을 펼치는 동안 신 회장은 직접 반격에 나서지 않고 일본에 머물며 우호세력 확보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할아버지 제사와 가족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 회장은 3일 귀국과 동시에 그동안 벌어진 일들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등 반격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두 장의 신 총괄회장 지시서에 대한 입장과 중국사업 등에서 1조 원의 손실을 입고 이를 아버지에게 숨겨왔다는 부분을 직접 설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한 이유와 향후 개최될 주총을 위한 준비상황, 표대결 시 승산 여부, 한일 롯데그룹 회장직 사수 방안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은 귀국 즉시 경영인으로서의 행보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정부, 금융권 관계자와 협력업체 대표 등을 만나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산적한 계열사 업무를 챙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찾아 인사와 함께 출장을 다녀온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남 편에선 父心, 주총서 차남 독주 막을까

현재 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두 형제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롯데그룹 지주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다. 두 형제가 이곳의 지분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어 주총을 통해 승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재계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달 31일 주주들에게 이같은 주총 개최 내용을 공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보통 주총 1~2주 전 주주들에게 날짜를 공지하는 점을 고려해 오는 10일 전후에 주총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 측은 시일이 촉박해 10일에 주총이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 이사회 교체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했지만 신 회장이 일본 롯데에 영향력이 큰 만큼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주총 안건은 이사회를 통해서만 상정할 수 있지만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이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어 안건을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으로선 이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통해 본인의 지배력을 확인한 상태여서 다시 주총을 열어 표 대결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신 총괄회장이 자신의 세를 집결해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을 적극 밀어줄 경우 두 형제간 지분 분쟁 결과는 더 예측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이곳의 지분을 30% 안팎으로 보유하고 있는 광윤사의 지분 구조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분 확보와 관련한 두 형제간 주장이 달라 현재로선 결과를 알 수가 없다"며 "두 형제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도 광윤사 지분을 약 20% 가량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신 총괄회장만큼 하츠코 여사의 움직임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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