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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건강' 두고 말바꾸는 롯데…의혹만 커져


신선호 "신격호, 정상적 판단 가능" VS 롯데 "겉보기와 달라"

[장유미기자] 경영권을 둘러싼 롯데 일가의 집안 싸움이 점점 고조되는 가운데 신동주·신동빈 두 형제의 대립 구도 만큼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경영자로서 판단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신 전 부회장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경남 울주에서 5남 5녀 중 맏이로 태어난 신 총괄회장은 1922년생으로 올해 94세다. 호적을 한 해 늦게 올린 탓에 실제 태어난 해는 1921년이다. 지난 1941년 만 19세에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껌 제조사업으로 성공해 1948년 일본에서 롯데를 설립했고 1966년 한국에 진출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2013년 사무실에서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받은 바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수술을 한 후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지난 28일 귀국 당시 휠체어를 타고 온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롯데 측에 따르면 그는 큰 소리로 말해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청력이 좋지 않고 집중력이 떨어져 보고를 받는 도중에 졸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아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보고 중간에 내용이 전혀 다른 지시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최근까지 신 총괄회장에게 대면보고를 진행한 롯데 계열사 사장들 역시 "판단력이 흐려지신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또 신 총괄회장은 귀국한 다음날인 지난 29일 주치의에게 특별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최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쫓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신 총괄회장이 사인한 '신동빈 회장에 대한 해임지시서'를 공개하며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와 함께 신 전 부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고관절 수술로 휠체어에 의지했던 아버지가 최근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됐다"며 "정신에도 이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신 회장과 롯데그룹 측은 해임지시서가 적법한 절차없이 무단으로 작성된 것으로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과 함께 신 총괄회장이 "의사를 표현하기 힘든 상태"라고 언급했다. 또 올해 94세의 고령인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진 것을 신 전 부회장이 이용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신선호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이 31일 오후 2시 10분쯤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신 총괄회장이 경영 상황을 판단할만한 건강 상태"라고 밝히면서 신 회장과 롯데그룹 측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신 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세 번째 남동생으로,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에게는 삼촌이다.

이밖에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대한 롯데그룹의 입장은 상황에 따라 미묘하게 바뀌고 있어 점차 의혹을 낳고 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알려진 지난 28일 오전까지도 신 총괄회장이 직접 제2롯데월드의 경영상태를 살피는 등 정정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신 전 부회장이 주도한 '왕자의 난'이 터지자 다음날부터 "상황 판단이 불가한 상태"라며 말을 바꿨다.

롯데그룹의 이 같은 반응은 반년 전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됐을 때와도 다르다. 지난 1월 신 전 부회장의 해임 사실이 보도되면서 재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이를 결정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또 롯데그룹 역시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불과 6개월만에 롯데그룹의 입장은 "고령으로 인해 일관되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신 총괄회장이 사인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교체 지시서 및 한국 임원 3~4명에 대한 해임 지시서를 부정하기 위한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7.27 쿠데타'로 촉발된 이번 롯데가(家) '왕자의 난'은 갈수록 '신동빈 대 반(反) 신동빈'의 대결 구도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장남인 신 전 부회장과 차남인 신 회장은 서로 자신이 이번 싸움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지만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은 아직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차남인 신 회장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에게 중국사업의 손실 보고를 누락하면서 아버지가 격노했다는 신 전 부회장의 주장 때문이다. 또 신 회장이 지난 28일 신 총괄회장을 퇴임시켰다는 점에서도 아버지의 눈 밖에 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정정하다고 밝힌 부분은 거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점이었으며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부분은 아니었다"며 "신 총괄회장이 고령이어서 6개월 전보다 최근 들어 판단력이 많이 흐려진 상태"라고 언급했다.

그는 "신선호 사장이 입국하며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선 우리와 시각차가 있는 것 같다"며 "신 사장의 말로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신 총괄회장을 최근에 만나본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판단하기 힘든 상태라고 보는 게 맞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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