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뒷문지기 어디 없소?' 답답한 롯데


흔들리는 불펜, 뼈아픈 역전패 잇따라…해결책은 '안갯속'

[류한준기자] '져도 잘 져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같은 패배라도 내용과 과정이 좋지 않다면 후유증은 오래 가는 법이다.

야구에서는 경기 막판 역전 패배가 대표적이다. 승리를 눈앞에 뒀던 경기가 순식간에 뒤집히는 경우, 당하는 쪽에서 받는 상처는 클 수밖에 없다.

리드를 지키기 위한 가용자원을 모두 투입하고도 얻은 결과가 패배라면 데미지는 더하다. 연속으로 경기를 치르는 종목의 특성상 분위기를 추스리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하다. 팀 전체적인 사기가 떨어지고 피로도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23일 현재 10승 10패를 기록하고 있다.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2015 KBO리그 개막 후 당한 10번의 패배 중 벌써 4차례나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23일 광주 KIA전은 롯데에게 끔찍한 악몽이었다. 9회초까지 6-2로 앞섰지만 9회말 필에게 동점 만루홈런을 맞은 데 이어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으로 6-7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는 허망한 일을 겪었다.

매번 당한 것만은 아니다. 롯데는 지난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과 2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치른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각각 끝내기 승리와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겨도 상처가 큰 승리였다.

▲늘 바뀌는 마무리, 팀 전통인가?

12일 한화와 맞대결은 8-3까지 앞서고 있다가 9회초 동점을 내줬다. 연장 11회초 솔로포를 맞고 8-9로 패배 위기에 몰렸으나 11회말 공격에서 장성우의 끝내기 투런포가 터져 간신히 이겼다.

22일 KIA전도 7-1까지 리드하고 있었지만 9회말 상대의 거센 추격에 한 점 차까지 따라잡힌 끝에 진땀승을 거뒀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6-2로 앞서던 경기를 9회말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역전 끝내기 패배를 당한 것이다.

이쯤되면 롯데는 경기 막판 4~5점 차 리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인은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다는 데 있다. 여기에 중간계투진의 부진까지 겹쳤다.

롯데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발진이 약점으로 꼽혔다. 상대적으로 불펜진 전력은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반대 상황이 나오고 있다.

롯데는 최근 세 시즌 동안 고정된 마무리가 없다. 김사율(현 kt 위즈), 김성배, 김승회 등이 번갈아 가며 뒷문을 맡았다. 정작 마무리감으로 꼽았던 정대현은 부상과 컨디션 저하로 뒷문지기 노릇을 못해줬다.

투수진 분업화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프로야구 출범 초창기를 제외하고 롯데의 마무리 역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공교롭게도 두 시즌 연속으로 마무리 보직을 맡은 선수가 거의 없다.

서호진(1988, 1989시즌), 故 박동희(1994, 1995시즌) 강상수(1998~2000시즌) 노장진(2004, 2005시즌) 정도만 있었을 뿐이다. 김사율의 경우 2011시즌 중반부터 마무리를 맡아 2012시즌까지 마무리로 활약했다.

롯데로선 임창용(삼성 라이온즈) 손승락(넥센 히어로즈) 봉중근(LG 트윈스) 등 붙박이 마무리를 두고 있는 팀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임시 마무리, 대안도 쉽지 않네

현재 마무리 자리가 흔들리는 원인은 중간계투진의 부진과 연계돼 있다. '필승조'로 꼽히는 이명우, 홍성민 등이 흔들리면서 터프 세이브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중간계투진 부진에는 그동안 쌓인 피로도 한목했다. 이명우는 좌타자 상대 스페셜리스트지만 지난 세 시즌 동안 롯데 계투진 중에서 가장 많은 212경기에 나왔다. 올 시즌에도 개막 이후 23일 KIA전까지 12경기에 출전했다.

김성배도 비슷하다. 지난 시즌까지 173경기에 등판했고 올 시즌도 11경기 출전으로 좌완 심규범과 함께 팀내 등판횟수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올 시즌 마무리를 김승회에게 맡겼다. 하지만 김승회는 시즌 초반부터 구위가 떨어져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 23일 KIA전에서도 4점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9회말 마운드에 올랐으나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만루를 채운 뒤 필에게 동점 만루홈런을 맞았다.

이 감독은 김승회의 부진이 이어지자 불펜에서 구위가 가장 좋은 선수를 임시 마무리로 쓴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마무리로 투칩되는 투수마다 엇박자가 나고 있다. 이 감독의 속이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기존 불펜진을 교체한다든지 운영 방법을 모조리 바꾸기란 쉽지 않다.

선발, 불펜 구분 없이 최고 구위의 투수를 마무리로 돌리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시즌 초반 필요하다면 '모험'을 걸어볼 수 있다.

외국인투수가 마무리를 맡는 것은 어떨까. 롯데는 외국인투수가 마무리로 뛴 적이 있긴 하다. 호세 카브레라(2007년) 데이비드 코르테스(2008년) 존 애킨스(2009년)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현재 선발진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 중 한 명을 마무리로 돌린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럴 경우 외국인타자 짐 아두치의 활용폭이 좁아진다. 외국인선수 출전 제한 때문이다.

이래저래 이 감독이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한정적이다. 2011시즌 김사율과 2013시즌 김성배처럼 누군가는 흔들리는 그 자리를 책임감 있게 맡아줘야 한다. 뒷문 걱정이 깊은 롯데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2024 트레킹





alert

댓글 쓰기 제목 '뒷문지기 어디 없소?' 답답한 롯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