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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의 까칠한 축구]FC서울, 박주영이 다 해줄 거란 망상


FC서울, 왜 에스쿠데로 대체자 뽑지 않나

[최용재기자] FC서울이 올 시즌 초반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5 K리그 클래식에서 우승후보는 아니더라도 강호 중 하나로 평가 받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만 보면 '과대평가'였다. 물론 시즌 초반이고 반전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하고 있는 지금의 서울은 분명한 '약체'다. 3경기를 치른 현재 3전 전패, 클래식 12개 팀 중 11위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죽음의 H조에 속해 1승1무1패, 승점 4점으로 조 3위다. 강력한 우승후보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웨스턴 시드니(호주)에 밀리는 형국이다. 조 2위까지만 16강에 올라갈 수 있다. 서울은 분명 광저우와 시드니에 밀리고 있다.

서울은 왜 2015시즌 초반 고전하고 있을까. 최근 몇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시즌 초반 부진하다 서서히 부활하는 슬로 스타터라서? 서울은 최근 수 년간 줄곧 시즌 초반에는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런데 올 시즌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이전에는 경기에서는 이기지 못했지만 경기력은 좋았다.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였다. 그런데 올 시즌은 조금 다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 부진의 핵심은 골을 넣지 못하는 것에 있다. K리그 3경기에서 2골, AFC 챔피언스리그 3경기에서 1골, 서울은 올 시즌 6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극심한 골가뭄이다. 전력이 아주 약한 팀이라도 이해하지 못할 골 수, 승리하기 힘든 골 수다. 서울 입장에서는 굴욕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서울은 왜 골을 넣지 못할까. 최전방을 책임질 정상급 공격수가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한 구단이 정상급 공격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2013년 K리그 최초의 3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던, 서울 공격의 상징 데얀을 중국으로 떠나보낸 후 서울은 공격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서울 구단의 이런 행보는 데얀이 있던 시절과 같은 공격력을 갖추지 않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데얀을 내보내고 정상급 공격수를 영입하는데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저 그런 팀으로 연명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데얀 없이 치른 지난 시즌 그렇게 골가뭄에 허덕이고도 서울은 올 시즌 쓸 만한 외국인 공격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데얀과 같은 정상급 외국인 공격수 영입에는 손을 놓았지만 서울은 믿는 구석이 있다. 서울은 박주영을 국내 복귀시키는데 지갑을 열었다. 박주영은 오랜 방황을 끝내고 친정팀 서울과 3년 계약을 체결했다. '백의종군'하는 연봉과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의 표현을 조금 빌리자면 '대형 스트라이커', '축구천재', 골잡이로서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박주영이 골가뭄에 허덕이는 서울의 문제를 해결해줄 첫 번째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박주영은 알 샤밥과의 계약 문제로 인해 당장 경기에 나서지 못하지만 4월 초에는 출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서부터 서울의 '망상'은 시작된다. 박주영이 경기에 나서면 서울의 골가뭄을 한꺼번에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헛된 생각이다. 오로지 박주영만을 간절히 바라보고 있다. 박주영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전지전능'한 선수일 거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오직 박주영만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박주영, 물론 좋은 선수다. 한국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었다. 한 축구 관계자는 "방황하고 돌아왔어도 K리그에서 한 시즌 10~15골을 충분히 넣을 수 있는 선수다"라고 평할 정도다. 한국 축구인이라면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다. 박주영은 대단한 공격수다.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다. 박주영이 가세해 제컨디션만 찾는다면 서울의 공격력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박주영이 아무리 좋은 공격수라 해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월등한 기량을 가지고 있어도 동료들이 받쳐줘야 골도 도움도 올릴 수 있다. 천하의 리오넬 메시라도 혼자서 바르셀로나의 승리를 가져올 수는 없는 일이다. 박주영은 좋은 선수지만 지금 서울의 동료들, 조력자들은 어떤 상태인가.

최전방 공격수를 도와줘야하는 몰리나, 에벨톤, 윤일록 등 조력자들의 현재 경기력이 어떤가. 하락세를 겪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이렇다 할 인상적인 모습, 위력적인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에벨톤은 경기 자체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즉 박주영이 왔다고 한들, 조력자들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해답은 쉽게 찾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것이 서울이 겪고 있는 골가뭄의 '핵심'이다.

박주영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서울은 마냥 박주영 합류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먼저 조력자들의 조화와 파괴력을 높이는 숙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만 박주영이 합류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박주영도 살아날 수 있다. 조력자들이 살아나지 않는 한 박주영이 와도 답은 없다. 골가뭄이 이어질 뿐이다. 그렇게 된다면 또 모든 비난은 박주영에게로 몰릴 것이다.

2009년 이동국이 전북으로 왔을 때를 돌아보자. 이동국 본인의 능력과 조력자들의 힘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살아났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2009년 당시 이동국은 (전북이) 뛰어본 팀은 아니었지만 본인이 간절하고 애절했다. 또 최태욱, 루이스, 에닝요 등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며 이동국이 전북에 입단했던 2009년을 떠올렸다.

서울이 박주영을 전북에서의 이동국처럼 부활시키려면 조력자들을 먼저 단련시켜야 함을 알려주는 선례다. 박주영에게만 의존해서 되는 일은 없다. 지금 상황이라면 박주영은 이동국처럼 부활할 수 없다. 서울은 망상에서 깨어나 박주영의 부활보다 조력자들의 부활이 더욱 시급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박주영만 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망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울이 해야 할 일은 하나 더 있다.

서울은 왜 남은 외국인 선수 1명의 엔트리를 채우지 않는가. 서울은 외국인 공격 자원 중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에스쿠데로를 중국으로 보냈다. 최고의 조력자와 이별했다. 그런데 다른 조력자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박주영 입단 이후 서울은 더 이상 선수를 영입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역시 박주영 바라기의 일환처럼 보인다.

박주영 영입과 외국인 선수 영입은 별개의 문제다. 에스쿠데로는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선수, 그렇다면 박주영을 도울 만한 아시아쿼터에 해당하는 조력자, 능력 있는 선수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서울은 이를 위해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외국인 선수 1명의 빈자리는 신경 쓰지 않고 여유롭고 느긋하다. 그냥 박주영만 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망상에서 나온 그릇된 여유다.

박주영만 영입하고 서울은 다시 지갑을 닫았다. 지난 시즌 힘들었고, 올 시즌 초반 굴욕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지갑을 다시 열 생각은 없어 보인다. 박주영이 경기에 뛰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정상급 선수가 나가면 다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는 항상 그대로 비워두는 것이 최근 서울의 행보다. 데얀, 하대성, 아디, 에스쿠데로, 김주영이 떠났을 때 모두 그랬다. 서울은 아예 이런 확고한 원칙을 세운 듯하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서울은 시간이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 강호에서 약체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서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A매치 휴식기로 잠시 숨을 돌릴 틈이 생겼다. 약 2주간 리그가 쉰다. 그동안 서울은 얼마나 변할 수 있을까. 박주영만 바라보는 한 서울의 변화도 없다. 현실을 직시하고 서울도, 박주영도 모두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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