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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1분]전반 20분, 이정협의 골에 침착했던 슈틸리케


자신이 발탁한 이정협 맹활약에도 흥분 제로, 침착한 경기 운영 계속

[이성필기자] 26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한국-이라크의 4강전에서 나온 '최고의 1분'은 전반 20분이었다. 한국 이정협(상주 상무)의 멋진 헤딩 선제골이 나왔음에도 이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담담하게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능수능란한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조별리그 오만, 쿠웨이트전을 치르고 난 뒤 한국대표팀 경기력에 상당한 불만을 표시하며 "한국은 더는 아시안컵 우승 후보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선수들을 질책했다.

대표팀은 아시안컵 직전 치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하기는 했지만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 우려 속에 조별리그에 들어갔고, 몸살감기 선수에 부상자까지 속출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실력보다 상대를 쉽게 보는 나태해진 마음을 정확하게 찔렀다. 2014 브라질월드컵 실패로 다시 일어서야 하는 한국의 상황을 잘 알고 아시안컵에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나서기를 바랐다.

슈틸리케의 채찍 전략은 통했다. 호주와의 조예선 3차전 1-0 승리,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전 2-0 승리로 선수들의 정신력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한국 팬들이 바라는 투혼과 승부 근성이 발휘됐다. 그제야 슈틸리케 감독도 우승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평소 대표팀은 물론 K리그, 대학 리그 등을 두루 살피면서 가능성 있는 선수가 얼마든지 있다며 한국축구에 대해 긍정론을 펼쳤다. 원석을 찾기 위해 비중이 떨어지는 경기까지 직접 찾아가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찾은 원톱 이정협은 사우디와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가져 데뷔골로 가능성을 증명하더니 호주전에서 결승골로 슈틸리케 감독을 웃게 했다. 이동국(전북 현대), 김신욱(울산 현대)이 부상으로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가운데 박주영(알 샤밥) 이후 계보가 끊긴 중앙 공격수의 발굴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정협이 가능성을 확실한 믿음으로 정리한 것이 이날 이라크와의 4강전이었다. 선발 출전한 이정협은 전반 20분, 김진수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헤딩골로 연결했다. 기쁨에 겨운 이정협은 두 팔을 벌리고 가슴을 치며 무릎 슬라이딩을 하는 등 다양한 세리머니로 기쁨을 나타냈다.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슈틸리케 감독은 격한 기쁨 표현 대신 주먹을 불끈 쥐는 정도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뒤에 있던 통역사와 신태용 코치가 더 기뻐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침착했다. 당연한 골이라는 자세였다. 자신이 발굴한 '애제자'가 귀중한 골을 터뜨렸는데도 흥분은 없었다.

한국은 매번 한 골 승부로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8강전에서는 연장전 두 골을 넣으며 어렵게 이겼다. 이날 이라크전에서도 선제골이 나왔지만 승부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을 선수들에게 행동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라크의 정신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이후 한국 선수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후반 5분에 김영권의 추가골로 승리를 확인했다. 침착한 슈틸리케 감독의 자세가 대표팀의 정신력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슈틸리케 감독 말대로 우승 후 기쁨의 샴페인 한 잔을 하는 것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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