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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생④]그래도 살아볼 만한 삶, 희망에 대하여


'미생', 우리 통한 희망 일깨우다…'미생' 있기에 '완생'도 있다

[장진리기자] 모두가 각자의 비참한 드라마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버텨야 하기에 포기할 수는 없다. 너도, 나도, 우리도, 장그래도, 오상식도 살아볼만한 삶은 과연 무엇일까. 정말 노력하면 완생을 이룰 수는 있는 것일까. '미생'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20일 20화 방송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날 방송에서는 새로운 길에서 함께 하게 된 영업3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장그래(임시완 분)는 원인터내셔널 사람들의 눈물 나는 노력에도 결국 정규직 전환에 실패하고 회사를 떠난다.

회사 선배와 김부련 부장(김종수 분)과 새 회사 이상네트웍스를 차리게 된 오차장(이성민 분)은 3주 후 장그래를 스카우트하러 오고, 장그래는 기쁜 마음으로 오차장과 함께 한다. "일할 맛 나는 회사에 다니고 싶다"던 김대리도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오차장의 새 출발에 함께 하고, 영업3팀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길을 함께 개척하게 된다.

'미생' 마지막화는 '우리'를 통한 희망에 방점을 찍는다.

원인터내셔널 사람들은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발벗고 나선다. 선차장(신은정 분)과 안영이(강소라 분)는 임원들을 찾아다니며 장그래를 위한 공정한 판단의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고, 한석율(변요한 분)은 또 한 번 욕을 먹을 것을 각오하고 사내 인트라넷에 장그래를 위한 장문의 글을 게재한다. 장백기(강하늘 분)는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 심사에 도움이 될 실적 관련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하대리(전석호 분)와 강대리(오민석 분) 역시 "회사 내 분위기를 만들어라" 등 장그래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에도 급급한 현실, 장그래를 위해 손발 걷어붙인 원인터내셔널 사람들의 모습은 판타지다. 라인 한 번 잘못 타도 목이 날아가는 흉흉한 현실 속에서 다른 이의 미래를 위해 내 시간과 노력을 소비한다는 건 어릴 적 읽었던 동화에 가까운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는 거꾸로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혹은 억지로 잊으려고 했던 연대의 희망을 본다.

버티는 삶, 이기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실은 늘 팍팍하기만 하고, 완생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나 희망이 있기에 포기할 수 없다. 짓밟히고 외면당하고, 심지어 존재 자체를 부정당해도 자신만의 바둑을 이어가는 것은 '그래도 살아야 하는 삶'을 '그래도 살아 볼만한 인생'으로 바꿔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희망은 '나'와 '우리'에서 출발한다.

판타지와 현실의 간극을 교묘하게 오가는 '미생'은 아무리 버텨내기만 해야 하는 삶이라도 희망이 있기에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바늘 구멍을 뚫지 못한 장그래는 오차장으로부터 스카우트를 받는다. 오차장은 계약직 사원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으로 보상받는 대신, 장그래를 자신의 회사로 데려오는 것으로 해결의 단서를 찾는다. 김대리는 일할 맛 나는 직장을 찾아 대기업을 그만두고 옛 상사를 찾아온다.

능력이 출중해도 사내 정치에 뛰어나지 못하면 평생 화장실 옆자리를 벗어날 길이 없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템이라도 라인을 잘 타는 팀에 빼앗기기 마련이고, 울분은 술과 욕, 담배로 푸는 수밖에 없다.

결국 뿔뿔이 흩어지게 된 영업3팀은 이상네트웍스라는 새 보금자리에서 다시 뭉치게 된다. 오차장은 장그래의 집까지 찾아가 자신이 아꼈던 '우리 애'를 스카우트하고, 김대리는 대기업도 버리고 영업3팀과 함께 한다. 이런 사람들이 현실에 있을 지도 모른다는 믿음,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은 오늘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미생들을 또다시 꿈꾸게 한다. 더러운 현실에 절망하며 구역질 나게 술을 마시다가도, 서로를 꽃밭으로 여기는 영업3팀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인 동시에 판타지다.

모두가 미생인 현실, 그러나 아무도 죽어있지는 않다. '미생'은 누구나 미생이기에 또한 '완생'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케했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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