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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생①]버티는 삶, 우리를 위로한 '미생'의 한마디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긴 '미생'의 명대사 열전

[장진리기자] 완생을 향한 미생들의 고군분투로 시청자들을 위로했던 드라마 '미생'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20일 20화를 끝으로 종영했다.

이 날 방송에서는 새로운 길에서 함께 하게 된 영업3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장그래(임시완 분)는 선차장(신은정 분), 김대리(김대명 분), 천과장(박해준 분) 등 회사 선배들과 한석율(변요한 분), 장백기(강하늘 분), 안영이(강소라 분) 등 동기들의 눈물 나는 노력에도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다.

회사 선배, 김부련 부장(김종수 분)과 새 회사 이상네트웍스를 차리게 된 오차장(이성민 분)은 3주 후 장그래를 스카우트하러 오고, 장그래는 기쁜 마음으로 새 회사에 합류한다. 김대리는 경력직 공고를 보고 두 사람을 찾아와 기쁨의 포옹을 나누고, 영업3팀은 새로운 길을 함께 걷게 된다.

3개월간 '미생'은 시청자들을 참 많이 울리고 웃겼다. 그래도 살아야 하는 삶이기에 버텼던 우리를 위로한 '미생'의 명대사를 짚어봤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 뿐이다(1화)

장그래의 '열심'은 동료 인턴들 사이에서 비웃음의 대상이 됐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장그래는 십수년을 바둑에 바쳤지만 결국 입단에 실패한 과거를 회상한다. 장그래가 바둑에 바친 십수년의 열정은 원인터내셔널 안에서 '무 경력, 무 스펙, 고졸검정고시 출신'이라는 간단한 말로 대변된다.

지친 몸으로 돌아온 장그래는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 거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 뿐이다"라고 독백한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졌다는 것은 앞으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다고, 더 열심히 해야만 한다는 주문 같은 말이다. '그래도 버텨야 하는 삶' 속에서 장그래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더 열심히 최선을 하는 것 뿐이다.

○…우리 애라고 불렀다(2화)

장그래가 고졸 검정고시 학력에 최전무의 낙하산이라는 걸 알아차린 오상식은 장그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할 기회도 주지 않는 오상식에게 "기회를 주실 수 있잖아요"라고 항변하는 장그래 앞에 오상식은 "기회에도 자격이 있는 거다"라고 매몰차게 돌아선다.

영업3팀 기밀문서가 회사 로비에서 발견되는 작은 소동으로 장그래를 오해한 오상식은 호통을 친다. 그러나 장그래가 옆팀 인턴의 실수로 잘못을 뒤집어 쓰고도 아무 말 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된 오상식은 술기운을 빌어 장그래를 두둔하고, 옆팀 과장에게 "너네 부서 애가 흘리는 바람에 우리 애만 혼났잖아"라고 화내는 모습을 본 장그래는 '우리 애'라는 오상식의 말을 되뇌이며 눈물을 흘린다. '혼자'라는 것에 사무치게 외로워하던 장그래는 '함께'를 느끼고 오상식이 말한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를 공책에 적는다.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거니까.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4화)

인턴 시험에서 합격한 장그래는 2년 계약직 사원으로 원인터내셔널 영업3팀 배치를 받게 된다. 장그래를 받게 된 오상식은 "너 돌아온 거 반갑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우린 일당백이 필요하다. 안영이가 왔어야 하는데"라고 아쉬워 하면서도 "이왕 들어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봐라. 여긴 버티는 게 이기는 데야"라고 장그래를 격려한다.

오상식은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거니까. 넌 잘 모르겠지만 바둑에 이런 말이 있어. 미생. 완생.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라고 말한다.

'우린 다 미생(未生)이야'라는 말은 드라마를 보던 시청자들에게 찡한 감동을 전했다. 툭 던지듯 내뱉은 오상식의 말은 매일 현실이라는 전쟁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도 어루만졌다.

○…당신들이 술 맛을 알아?(7화)

오상식은 최전무에게 오랜 기간 준비한 중국 사업 아이템을 반려당하는 시련을 겪는다. 쓰린 속을 술로 달래야만 했던 오상식은 술에 거나하게 취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욕실로 직행한 오상식은 쏟아지는 구토감에 변기에 머리를 박는다. "술을 안 마시면 집에 들어오지 못하느냐"고 타박하는 아내에게 오상식은 "맛있으니까"라고 푸념 섞인 대답을 내놓는다.

고단한 하루, 술에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서글픈 샐러리맨 오상식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한다. "당신들이 술 맛을 알아?" 드라마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카메라 기법을 사용한 이 장면은 샐러리맨의 고충을 시청자들에게 정면으로 전달하며 공감을 자아냈다.

○…내일 봅시다(9화)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한 엘리트 신입사원 장백기는 계속 되는 기본적인 업무에 불만이 쌓여가고 이직까지 고려한다. 그러던 중 강대리는 장백기에게 뒷일을 맡기고 출장을 떠나고, 마침 급하게 사업 예산안을 수정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자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한 장백기는 신이 난다.

그러나 장백기의 예산안은 재무팀의 보류를 받고, 결국 오랜 시간 망설이던 장백기는 강대리에게 전화를 건다. 강대리는 장백기가 빠뜨렸을 법한 부분을 상세히 알려준 후 "내일 봅시다"라고 짧은 인사를 건넨다. 무뚝뚝한 듯 따뜻함이 담긴 강대리의 짧은 인사는 극 중 장백기는 물론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장그래, 더할 나위 없었다, YES!(13화)

판을 흔들자는 장그래의 요르단 PT 아이디어는 정확하게 맞아들었다. 전사 임원들을 상대로 영업3팀은 요르단 PT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임원들은 물론 사장도 장그래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상식에게 받은 첫 번째 크리스마스 카드 속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YES!'라는 짧지만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적혀 있었다. 혼자여서는 안 되는 회사에서 늘 혼자였던 장그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장그래 특유의 순수한 열정과 성실함은 철옹성 같던 원인터내셔널 사람들의 마음의 문도 활짝 열어젖혔다.

화려한 미사여구도, 구구절절 마음이 담긴 장문의 편지도 아니었다. 오상식이 장그래에게 보낸 진심이 담긴 이 한 마디는 '미생'의 명대사 중 명대사로 꼽히고 있다.

○…돌을 잃어도 게임은 계속된다(16화)

한석율은 성대리와의 갈등에 지쳐 생기를 잃고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나 마찬가지였던 5:5 가르마까지 바꾼다. 한석율은 현실의 벽 앞에 절망하지만, 곧 자신의 동력이 됐던 현장 사람들과 만난 후 예전의 '개벽이' 한석율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다.

안영이는 사내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아이템을 포기하고, 장그래 역시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업 담당자에서 밀려난다. 그러나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삶이라는 바둑판 위에 또 하나의 바둑돌을 놓는다. 비록 시련은 셀프지만, 돌을 하나 잃을지라도 인생이라는 게임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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