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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아름다웠던 박경훈 감독


제주 후임 조성환 감독 취임식 참석해 응원 메시지

[이성필기자] 제주 유나이티드 조성환(44) 신임 감독의 취임식이 열린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 클럽하우스 인재관. 조성환 감독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조용히 취임식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깜짝 손님이 나타났다. 박경훈(53) 전임 감독의 등장이었다. 박 감독은 지난 3인 전격 사임했다. 구단에서는 충분히 신임했지만 건강 상태가 나빠진 박 감독은 계약 기간 1년을 남기고 자진 사임을 결정했다. 이후 제주 구단은 내부 검토를 거쳐 1993~2001년 제주 전신인 부천 SK에서 뛰었던 조성환 2군 감독 겸 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박 전 감독은 지난 16일 제주에 내려왔다. 남은 짐을 정리하고 제주 팬들과 만나 이별의 만찬을 나눴다. 이날도 점심 약속이 있었지만 후임 조 감독의 취임식에 참석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퇴임한 감독이 새 감독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물끄러미 조 감독의 취임식 겸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박 전 감독의 얼굴에는 지난 5년의 기억이 묻어나왔다. 자신의 그림자를 넘어야 하는 조 감독이 "박 감독님과 내 철학은 다를 수 있다"고 말하는데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는 자세를 취했다.

한참 조 감독의 말을 듣던 박 전 감독은 장석수 대표이사의 권유에 단상으로 다가갔다. 조 감독에게 머플러를 걸어주고 모자를 씌워주며 새로운 출발에 대한 축하 인사를 전했다.

박 전 감독은 "조 감독이 내 밑에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코치가 감독이 됐는데 전임 감독으로 너무나 기쁘다. 분명한 것은 나보다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가진 철학을 제주에 심었으면 좋겠다. 늘 뒤에서 응원하고 잘될 수 있게 기도하겠다"라며 끝없는 성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조 감독의 지도력 홍보도 잊지 않았다. 박 전 감독은 "선수와의 소통이나 승리욕, 성실함 등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인물이다. 주위의 도움이 있으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많은 분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박 전 감독은 재임 시절 이루지 못했던 오렌지색 머리 염색을 할 기회를 얻었다. 홈경기 관중 2만명이 넘으면 머리카락을 오렌지색으로 염색하겠다고 했는데 해내지 못했다. 장석수 대표가 "2만명 넘으면 조성환 감독과 같이 하자"라는 제안에 박 전 감독은 "그렇게 하겠다"라고 받아들였다. 마지막까지 아름다움과 유쾌함이 넘쳤던 취임식이었다.

조이뉴스24 서귀포(제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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