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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배운 중국 '프리미엄 게임'으로 역습


텐센트·넷이즈·창유 우수게임으로 개발력 과시

[문영수기자]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을 비롯한 외산 게임을 수입하거나 모방하여 성장한 일명 '산자이'(짝퉁) 전문 중국 게임사들이 이제는 국내 개발사들조차 엄두를 내지 못할 수준의 프리미엄 게임을 선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일부 한국 게임 퍼블리셔들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이들 중국 게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는 실정이다.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의 우수한 게임을 수입해 자국 시장에 선보이려고 애쓰던 지난 2000년대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텐센트 작품 '천애명월도' 보자" 한국 게임전문가 운집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새빛섬에는 국내 유명 게임 퍼블리싱 관계자 200여 명이 운집했다. 텐센트가 개발한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천애명월도'를 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텐센트는 "천애명월도를 한국 시장에도 출시할 예정"이라며 "함께 전력투구할 한국 퍼블리셔를 찾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행사 개최의 이유를 전했다. 한국 게임인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 등 한국 온라인게임으로 급성장한 텐센트가 한국 유명 퍼블리셔들을 한데 모아 자사의 우수한 개발력을 과시한 순간이었다.

천애명월도는 텐센트 산하 오로라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온라인게임으로, 동명의 무협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영화 '첨밀밀'의 첸커신 감독과 '일대종사'의 위안허핑 무술감독 등의 자문을 받아 한 편의 무협영화같은 묘미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애명월도를 지켜본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온라인게임에 대해 갖고 있던 부정적 관념이 사라졌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현장을 찾은 한 관계자는 "국내 대작인 '블레이드앤소울'에 견줄만한 게임을 지향하는 모습이었다"며 "스토리 텔링이 돋보이는 게임이었다"고 천애명월도를 평가했다.

넷이즈 '난투서유'까지 "중국 게임 확보하라"

텐센트에 이어 중국 2위 게임사로 알려진 넷이즈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넷이즈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중국에 서비스하는 곳으로 지난 해 게임사업으로만 13억7천만 달러(약 1조5천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는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2013년 매출 1조 6천386억 원)과 맞먹는 규모다.

넷이즈는 최근 모바일 게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주요 모바일 게임사들은 넷이즈가 선보인 '난투서유(乱斗西游)'를 확보하느라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난투서유는 중국의 고전 서유기를 원작으로 한 적진점령(AOS) 장르 게임으로 중국 앱스토어 매출 순위 7위를 기록 중인 히트작이다. 역할수행게임(RPG) 장르 일색인 한국 시장에서 AOS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게임사들의 유치 경쟁이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넥슨은 지난 15일 중국 대형 게임사 창유와 '천룡팔부3D'에 대한 국내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게임은 창유의 인기 온라인게임 '천룡팔부' 개발팀에서 동명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개발한 모바일 MMORPG로 지난 10월 중국 앱스토어 출시 후 월 매출 2억3천만 위안(약 41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 7월 한국 시장에 출시한 '삼검호'로 흥행을 거둔 넥슨으로선 중국 모바일 게임에 더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중국 우수 게임들, 한국 시장서도 발군

중국 게임의 우수성을 입증하듯 국내 게임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는 작품도 등장하고 있다.

중국 최고 인기 게임 중 하나인 '도탑전기'는 지난 11월 말 국내 구글플레이 출시 이후 100위 권 바깥에 머물며 주춤했으나 이후 순위가 급등하며 지난 17일 매출 순위 15위까지 올랐다. 도탑전기를 접한 국내 모바일 게임사 대표들은 게임 내 영웅을 성장시키는 재미와 무리하지 않은 과금 방식이 인상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2015년 사업계획을 준비 중인 주요 게임사들이 국내 시장과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중국 모바일게임 확보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며 "특히 중국 내 매출 순위 10위 권 내에 진입한 게임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고 전했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중앙대 교수)은 "한국 PC 온라인게임 산업의 경우 우월한 서버 기술을 토대로 (중국과 비교해) 10년 가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모바일게임은 이같은 특장점이 없어 한국만의 산업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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