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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광풍에도 '제2의 김광현·양현종'이 나오는 이유


국내 시장 커질수록 해외진출 가속화…日 트렌드 따라가나

[김형태기자] 그야말로 FA 광풍이다. 26일 하루에만 모두 4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이 오갔다. FA 우선협상 마감일인 이날 원소속팀과 계약한 선수들은 평균 50억원씩 거머쥐었다. 야수 최대어 최정(SK)은 공식 발표액만 4년 87억원에 달한다. 투수 최대어 중 하나인 장원준은 롯데의 4년 88억원 제시를 걷어찼다. 장원준은 모 구단으로부터 무려 11자리 숫자의 몸값을 확보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조금만 참으면 이들 이상의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선수들이 국내 무대를 빠져나가지 못해 안달이다. 이번 겨울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빅리그 진출을 노리는 김광현은 이적료로 200만달러를 제시받았다. 소속팀 SK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금액이다. 메이저리그의 꿈이 일단 좌절된 양현종의 몸값은 그보다 적다는 게 정설이다. 소속팀 KIA가 "쉽게 해외 진출을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금액"이라고 밝힐 정도다. 150만달러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이 빅리그에 진출하더라도 확보할 실제 연봉 역시 자신들의 이적료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확실한 건 이들 모두 류현진(LA 다저스) 수준이 아니다"는 게 빅리그 스카우트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적료만 2천573만달러에 달한 류현진은 지난 2012년 12월 다저스에서 6년간 3천600만달러를 받기로 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결정했다.

◆야구계의 트렌트가 바뀐다

KBO의 FA 과열 현상과 '헐값'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스타들의 빅리그 유출 사이에는 매우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 국내파 선수들의 몸값이 올라갈수록 해외로 떠나려는 선수가 증가하게 된다는 '역설의 논리'다. 여기에는 비록 실패하고 오더라도 언제든지 거액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 무대에서 검증된 선수들은 더 이상 국내 무대에 안주하지 않는다. 도전할 수 있을 때 더 큰 무대에 나서 자신의 '수준'을 점검해보고 싶어한다. 성공하면 상상도 못할 대우가 뒤따르고 비록 실패하더라도 돈은 언제든지 (한국에서) 벌 수 있다.

류현진 이전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한 선수들 대부분이 뜻을 포기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앞서 1998년 이상훈(당시 LG, 60만달러), 2002년 진필중(당시 두산, 2만5천달러), 2002년 임창용(삼성, 65만달러)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의 꿈을 꾸었지만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몸값 탓에 국내 무대에 잔류해야 했다. 소속팀들의 반대도 심했지만 기대 몸값이 예상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이 작용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야구에는 트렌드가 있다. 자국 사정이 열악한 도미니카 공화국과 쿠바 등 중남미 선수들은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간다. 국내 시장이 탄탄하고 안정적인 일본에서는 자국 리그에서 부와 명예를 쌓은 뒤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과거 전자가 한국 야구의 트렌드였다면 요즘은 후자 쪽으로 바뀐 느낌이다.

◆100억원과 15억원의 상관관계

요즘 한국야구를 보자면 이웃 일본이 거쳐온 과정을 따라간다는 느낌이다. 1995년 노모 히데오가 메이저리그의 관문을 활짝 열어 젖힌 뒤 일본 선수들 사이에서 분 빅리그행 열풍과 너무나도 맞닿아 있다. 가만히 있으면 몇십억엔을 손에 쥘 수 있는 선수들이 100만달러에도 못미치는 헐값에 줄기차게 태평양을 건넜다. "돈보다 꿈을 위해서"라는 이들의 일성 뒤에는 일본 야구 시장이라는 풍족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었다.

해외 진출 자격을 얻으려면 적어도 7∼9년을 일본 내에서 뛰어야 한다. 먹고 살만한 돈을 모아두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미 돈걱정이 없는 데다 설사 실패하고 돌아오더라도 언제든지 그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밑바탕에 깔린 것이다. 그래서 일본 야구 스타들은 요즘도 시기만 되면 포스팅시스템 또는 FA 자격으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제는 빅리그 구단들도 일본을 중요한 '즉시 전력감 확보의 장'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박찬호 이후 불었던 국내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빅리그행 러시는 한풀 꺾인 분위기다. 대신 일단 프로리그에 뛰어든 뒤 국내 무대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하려는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류현진의 성공 이후 생긴 경향이다. 한때 롯데에서 뛰었던 라이언 사도스키가 언급했듯 이는 고교 자원의 해외 유출이라는 고리를 끊는 순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들 가운데 '성공한 소수'는 어린 시절의 꿈을 향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야구는 유망주 자원 확보라는 안도감과 전성기 스타들의 이탈이라는 시련을 동시에 겪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게 좋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선수 몸값 100억원에 달하는 FA 광풍과 ML행 이적료 15억원 사이에는 무시 못할 상관관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FA 몸값의 숫자가 커지는 것에 비례해 포스팅비용에 상관없이 해외로 떠나려는 선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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