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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 덕에 성장한 텐센트 이제는 점령군으로


'한국 게임 종속' 우려 확산되며 대책 마련 시급

[문영수기자] '크로스파이어'·'던전앤파이터' 등 한국 온라인게임에 힘입어 중국 최대 게임사로 성장해온 텐센트가 이제는 역으로 한국 모바일게임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텐센트가 한국 모바일게임 산업의 핵심 플랫폼과 주요 모바일게임사들에 대한 지분을 잇따라 사들임에 따라 한국 모바일 게임이 곧 텐센트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 텐센트, 한국 게임 시장에 1조 원 이상 투자

게임업계는 지금까지 텐센트가 한국 게임산업에 뿌린 투자 규모만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으로만 국한해도 현재까지 드러난 투자 규모가 7천억 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기록한 2조3천277억 원 중 30%에 해당하는 액수다.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에 대한 텐센트발 '차이나 머니' 공습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텐센트는 2012년 4월 카카오(현 다음카카오)에 720억 원을 투자하고 지분 14%를 취득했다. 방대한 가입자풀을 갖추고 있으나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었던 카카오의 미래 가치를 내다본 베팅이었다.

3개월 뒤인 2012년 7월 카카오가 론칭한 '카카오 게임하기'는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 플랫폼으로 급부상한다. 텐센트의 선구안이 드러난 순간이다.

카카오 게임하기의 성과를 지켜본 텐센트는 이듬해인 2013년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카카오 게임하기를 그대로 답습한 모바일게임 플랫폼을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세계 최초로 모바일 메신저에 게임을 얹는다는 카카오의 발상은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60%를 점유한 텐센트 천하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텐센트는 10월 1일 출범한 다음카카오의 3대 주주(지분 9.9%)이기도 하다.

이후 텐센트는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급성장한 국내 주요 모바일게임사에도 손을 뻗친다. 2013년 3월 CJ게임즈에 당시 IT기업 투자로는 최대 규모인 5천300억 원을 밀어넣고 지분 28%를 취득, 방준혁 의장(35.88%), CJ E&M(35.86%)에 이은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른바 '카카오 키즈'로 불리며 주목받은 차세대 모바일게임사들도 쓸어담았다.

텐센트는 지난 9월 '아이러브커피'로 유명한 파티게임즈(대표 이대형) 지분 20%를 200억 원에 매입, 2대 주주에 오른데 이어 11월에는 라인과 구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네시삼십삼분(대표 양귀성, 소태환) 지분 25%를 약 1천500억 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아직 신작도 공개되지 않은 신생 게임사 카본아이드(대표 이은상)에 100억 원을 투자한 소식이 지난 10월 전해지기도 했다.

이밖에 텐센트는 국내 벤처 캐피털인 캡스톤파트너스와 조성한 게임 펀드를 통해 크고 작은 유망 개발사들에 대한 지배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 그야말로 '싹쓸이'식 지분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믿었던 텐센트에 발등 찍힌 게임사들

국내 개발사 입장에서는 텐센트가 중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영(0)순위 파트너일수밖에 없다. 중국 최대 게임사라는 후광과 현지 시장을 좌우하는 텐센트 모바일게임 플랫폼의 후광 때문이다.

그러나 텐센트와 늘 우호적인 관계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믿었던 텐센트에 발등이 찍힌 사례도 여럿이다.

텐센트로부터 자본을 유치한 소식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던 A게임사의 경우 대주주 텐센트의 경영간섭으로 인해 수년을 공들인 온라인게임 개발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활로를 모색하던 이 회사는 최근 울며 겨자먹기로 해당 온라인게임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게임으로 노선을 수정했다.

최근 텐센트를 통해 중국 진출에 성공한 B게임도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다'는 국내 개발사의 설명과 달리 텐센트에는 '여전히 테스트 단계'라 명시된 사실이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명확히 수익 배분이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 게임사는 "양사간 표현의 차이일 뿐 수익은 제대로 배분되고 있다"며 조심스레 입장을 밝혔다.

수면 위로 드러난 피해 사례도 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모바일게임 '달을삼킨늑대'의 퍼블리싱 계약이 해지됐고 스마일게이트 계열사인 팜플(현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역시 지난 6월 '데빌메이커' 출시 계약이 파기돼 논란이 됐다. 텐센트는 이들 게임이 자체 설정한 내부 기준에 미달됐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콘텐츠 변화를 요구해오다 종국에는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에 대한 텐센트의 영향력이 점차 확산되면서 이같은 피해 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대책 마련 시급…한·중 FTA 기회로 활용해야

텐센트발 차이나 머니 유치가 당장은 호재로 작용할지 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리스크로 작용할 여지는 크다. 지분 투자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점한 텐센트가 중국 진출을 미끼로 내걸고 국내 개발사들의 목줄을 뒤흔들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경영권이 침해될 가능성도 있다. 텐센트로부터 5천300억 원 자금을 유치한 넷마블게임즈는 지속적으로 경영권 침해에 따른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듯 권영식 넷마블게임즈 대표는 지난달 30일 진행된 오찬 간담회에서 "텐센트는 전략적 파트너일 뿐 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 발전을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계에서도 텐센트발 '차이나 머니'에 대한 우려감이 팽배하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숭실대 교수)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회 대한민국 게임포럼'에서 "한국 게임산업은 중국 자본에 종속될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원인을 규명하고 위기를 적극적으로 타개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10일 체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토대로 새로운 돌파구로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게임 시장을 노리는 텐센트처럼 국내 개발사도 직접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안방을 공략할 수 있도록 기반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게임사의 중국 진출은 현지 퍼블리셔 회사와 합작을 통해서만 이뤄질수 있는데 이같은 제약이 FTA 체결을 계기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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