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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6위 감독' 송일수를 욕할 수 없는 이유


'비주류 컴플렉스' 한계…'몸에 맞지 않은 옷' 입었을 뿐

[김형태기자] 환갑이 넘은 63세에 처음 감독직을 맡았다. 1년 전 2군 감독으로 덕아웃 사령탑 생활을 시작했다. 2년간의 고국 지도자 생활은 그러나 허망하게 끝났다.

부임 1년만에 물러난 송일수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은 조심스런 사람이었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의도를 알 수 없을 때가 많았다. 시즌 중 매일 접하는 취재진도 두 마디 이상의 답변을 듣기 어려웠다. 그를 가까이에서 보좌한 관계자들 또한 "말수가 워낙 없으셔서 난감할 때가 많았다. 모시기가 쉽지 않은 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을 6위팀으로 전락시킨 그는 온갖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번트 집착증' '고집불통'에 나이보다 들어보이는 외모 탓인지 '송노인'이라는 비아냥이 난무했다. 심지어 그가 재일교포라는 점에 빗대 '쪽발이'라는 인신공격도 있었다.

시즌 최종일인 지난 17일. 잠실 NC전에 앞서 마지막 덕아웃 간담회를 마친 그에게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그는 "안 좋은 기사가 많았겠지만 한국말을 잘 몰라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고 웃으면서 답했다. 시즌을 마치는 차원에서 건넨 의례적인 인사였지만 그는 "악평을 많이 써서 미안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1년간 송 감독을 지켜보며 드는 심정은 복잡하다. 사실 그는 '훌륭한 감독'은 아니었다. 선수단의 신망을 완전히 잃은데다 주위 사람들과도 관계가 아주 원만하지는 않았다. "세밀할 것"이라던 경기 운영 능력은 기대 이하였고, 1군 프로야구팀을 어떤 방식으로 꾸려가야 할지 개념조차 잡히지 않은 모습이었다. 무조건 많이 던지고 휘두르고 뛰면 된다고 믿는 '구식'이었다.

선수단이 이런저런 애로를 호소하면 "내 방식은 이러하니 무조건 따라오라"며 억누르는 모습도 표출됐다.

그럼에도 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 어려운 건 그에게서 간간이 엿보이는 인간적인 고뇌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두산의 새 감독으로 '깜짝 선임'된 뒤 가진 상견례 장에서의 일이다. "예순 넘어서 처음 감독이 되셨는데, 부담이 크겠어요." 웃으면서 건넨 아무 의미 없는 말이었지만 그의 몸은 확연할 정도로 움찔했고 얼굴은 일그러졌다.

시즌 중반 간담회 때다. "긴테쓰 버팔로스가 1989년 일본시리즈 7차전까지 갔잖아요. 당시 불펜포수였던 걸로 아는데 그 때 얘기 좀 해주세요. 아와노 히데유키가 그렇게 대단했나요." 그의 얼굴은 또 다시 굳어졌고, 답변은 짧았다. "고다 이사오 불펜 코치가 당시 긴테쓰 상대팀인 요미우리 투수였으니 그가 더 잘 알 것"이라고만 했다.

그랬다. 스타 출신이 아니라는 점, 두산 합류 이전까지는 현장 감독 경험이 없다는 점, 국내 야구에 이렇다 할 인맥이 없다는 점. 이런 것들은 그에게 컴플렉스로 자리잡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한 마디가 그에게는 상처였고, 더더욱 입을 다물게 하는 요인이었던 것이다. 2군 감독 시절인 지난해 이렇다 할 휴식일 없이 선수들을 들들 볶은 것, 올해 1군 선수들의 기를 세워주기 보다는 "일본야구는 이렇다"며 억누르려고만 했던 것도 결국 '얕보이면 끝'이라는 절박함의 발로였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오히려 연민이 느껴졌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건 그의 탓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3년 계약의 1년만 채운 뒤 그는 쓸쓸하게 두산 감독실을 비웠다.

며칠 전 그에게 해임 통보를 하러 간 구단 핵심 관계자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송 감독이 좋아하는 갈치조림을 함께 먹으면서 새 감독이 필요하다고 하자 그는 '쿨'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내가 잘못한 게 많다. 이렇게 된 건 내 책임이다. 구단에 미안하게 됐다."

송 감독은 조만간 가족이 있는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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