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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의]물러나는 '바람'의 흔적, 이종범은 기쁘다


유격수 최다 홈런, 한 시즌 최다 안타…후배들에게 왕좌 넘겨

[정명의기자] 이종범(44) 한화 이글스 코치는 현역 시절 '바람의 아들'로 불렸다. 빠른발을 앞세워 공수주에 걸쳐 빼어난 활약을 하며 상대 팀을 괴롭히는 모습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종범 코치의 현역 시절 활약상은 한국프로야구의 역사로 기록돼 있다. 먼저 1994년 남긴 타율 3할9푼3리는 범접하기 힘든 고타율로 평가 받고 있으며, 196개의 안타는 아직까지 한 시즌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프로 원년이던 1982년 백인천(MBC)이 4할1푼2리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당시는 경기 수가 적었고 감독 겸 선수로 뛰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1994년 이 코치는 무려 84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야말로 호타준족이었던 것. 여기에 1997년에는 30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장타력까지 과시했다. 이는 유격수로서 한 시즌에 때려낸 가장 많은 홈런이었다.

각종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이 코치지만 올 시즌에는 후배들에게 하나씩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미 한 시즌 유격수 최다 홈런 기록은 강정호(넥센)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강정호는 올 시즌 38개의 아치를 그리며 이 코치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도 또 한 명의 광주 후배 서건창(넥센)에 의해 경신될 가능성이 높다. 서건창은 10일 현재 193개의 안타를 기록 중이다. 넥센이 5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앞으로 서건창이 안타 4개만 추가하면 이 코치의 기록은 또 한 번 뒤로 밀리게 된다.

자신의 기록이 후배들에 의해 깨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 코치의 기분은 어떨까. 서운할 법도 하지만 이 코치는 오히려 후배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선배로서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먼저 지난 8월 강정호가 30홈런을 넘어섰을 때, 이 코치는 환한 미소로 "강정호가 자랑스럽다. 기록이 깨지면 좋은 것이다. 아쉬운 것은 전혀 없다"며 "이제는 40홈런, 50홈런을 노리라고 했다. 더 큰 목표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고 후배의 더 큰 성장을 기대했다.

자신의 기록을 넘어 프로야구 사상 첫 200안타에 도전 중인 서건창에 대해서도 이 코치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에도 이 코치는 "내 기록이 깨지는 데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코치는 "내 기록은 물론 200안타도 충분히 깰 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안게임 휴식기 동안 (서)건창이가 몸관리를 잘 한 거 같다. 건창이는 발도 빠르고 왼손이라 내야안타를 만드는 데도 유리하다. 내년에는 경기 수가 늘어 더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앞으로의 서건창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강정호, 서건창의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 코치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스스로 말했듯, 자신의 기록이 깨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흔적은 기록의 뒷 페이지로 밀려나고 있지만, 이종범 코치는 그저 후배들과 한국 프로야구의 성장이 기쁘기만 하다.

조이뉴스24 대전=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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