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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의 눈물]②나는 왜 박지성 오빠처럼 안 될까요?


아시안게임서 지소연답지 못했던 플레이의 결정적 이유

[최용재기자] 이번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지소연(23, 첼시 레이디스)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지소연의 트레이드마크인 매서운 돌파와 적극적이고 과감한 슈팅이 거의 없었다. 지소연은 돌파할 때 주춤했고 슈팅에는 소극적이었다. 골도 도움도 없었다. 많은 축구팬들이 알고 열광했던 그런 지소연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소속팀 일정으로 대표팀에 뒤늦게 합류한 지소연은 아시안게임 첫 번째 출전 경기였던 26일 대만과의 8강전에서 그랬고, 29일 열린 북한과의 4강전에서도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지소연답지 못한 플레이를 보였다. 몸은 무거워 보였고, 지소연의 플레이는 경기를 지배하지 못했다. 지소연은 아시안게임 2경기에 출전해 끝내 공격 포인트 1개도 올리지 못했고, 한국은 북한에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지소연의 뜨거운 눈물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기대를 받은 만큼 좋은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는 것, 자신의 부진으로 인해 한국이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 스스로를 향해 큰 실망감을 느꼈다는 것, 지소연이 펑펑 운 이유다.

그렇다면 왜 지소연은 부진했을까. 왜 지소연은 스스로의 플레이에 자책했을까. 올 시즌 첼시 레이디스에서 9골로 팀 내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던 지소연이다. 첼시도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지소연의 경기력과 감각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절정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지소연은 아시안게임 무대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였을까.

지소연의 머리는 우리가 알던 지소연의 플레이를 주문했다. 그런데 지소연의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머리로는 돌파를 하고 슈팅을 하고 싶었지만 몸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유는, 잉글랜드에 있었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첼시 레이더스에 입단한 지소연은 잉글랜드 생활에 완벽히 적응했다. 그리고 축구 국가대표가 된 후 처음으로 잉글랜드에서 한국으로 오가는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지소연은 지난 22일 한국으로 입국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26일 대만전, 29일 북한전에 나섰다.

잉글랜드에서 대표팀에 차출되는 일정을 처음으로 경험한 지소연. 생각보다 그 여파가 컸다. 시차, 피로, 체력적 문제까지. 이전까지는 일본 고베 아이낙에서 활약해 이런 문제로 큰 곤란을 겪지 못했다. 그런데 잉글랜드에서 생활하니 문제가 생겼다. 처음 경험해보는 터라, 어떻게 대처할 지도, 제대로 극복하는 방법도 완벽하게 알지 못했다.

그래서 지소연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윤덕여 여자 대표팀 감독도 대만전을 앞두고 "대표팀에 합류해 이틀 훈련을 함께 했다. 아직 피로가 남아 있다. 피로를 회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근심을 드러냈다.

대만전이 끝난 후 윤 감독은 "지소연이 빨리 피로에서 회복을 해서 정상적으로 경기를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나로서도 안타깝다. 지소연이 열심히 최선을 다해 경기를 뛰었지만 상대의 적극적인 수비에 힘든 경기를 했다. 피로 회복이 북한전에 중요한 관건이다. 그런 부분을 신경을 많이 쓰겠다"고 말했다.

윤 감독의 걱정대로 지소연은 피곤했다.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경험하는 잉글랜드-한국을 오가는 일정으로 인해 몸이 당황했다고 할 수 있다. 지소연은 그 당황함을 극복해내지 못한 것이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기에 그 당황함은 더 컸다.

지소연은 "시차, 피로도 등을 변명하지 않겠다. 내가 다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며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정에 핑계를 대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소연 역시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지소연은 "언니들은 몸이 정말 좋았다. 그런데 내가 받쳐주지 못했다. 내가 조금 더 뛰면 찬스가 더 많이 났을 것이다. 섀도우 스트라이커를 보면서 많이 뛰지 못했다. 패스 미스도 많았다. 내가 침착하지 못했다.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지소연은 "공을 잡으면 드리블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패스도 서 있는 상태에서 했다. 움직여서 패스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서서 했다. 생각은 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볼을 잡으면 쑤시며 들어가야 하는데, 북한 선수들을 제치면서 들어가야 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그러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자신을 자책하면서 지소연은 '박지성'의 이름을 꺼냈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활약하면서도 한국에서 열리는 A매치에 매번 출전해, 좋은 활약을 펼쳤던 박지성이었다. 지소연은 자신이 직접 경험을 해보니 박지성의 위대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 힘든 일정 속에 그렇게 빼어난 활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은 왜 그러지 못하는지 다시 한 번 자책했다고 했다.

지소연은 "유럽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나도 이번에 몸으로 느꼈다. 남자 대표팀도 유럽에서 2일 전에 한국으로 들어와 A매치를 뛰고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대단하다. (박)지성 오빠도 그렇게 왔다갔다 했다. 그런데도 최고의 활약을 했다.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안 됐다. 잉글랜드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을 나 역시 이겨내야 한다. 내가 슬기롭게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지소연은 첫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으로 앞으로는 더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여자 대표팀의 A매치는 남자처럼 많지 않다. 그래도 지소연은 다시는 이번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했다. 두 번 실수는 없다고 다짐했다. 이런 시행착오가 지소연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 여자 선수로 최초로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한 지소연이다. 그렇기에 그만큼 처음으로 해야 할 일, 처음으로 힘든 일, 처음으로 극복해내야 할 일, 처음으로 보여줘야 할 일이 많다. 지소연이 향하는 최초의 길,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멈추지는 않는다. 따뜻한 박수와 뜨거운 환호, 그리고 응원만이 지소연이 홀로 가는 길을 넓혀줄 수 있다.

<③편에 계속…>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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