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이순신 역, 중압감 컸다…아직도 개운치 않아"

[권혜림기자] 배우 최민식이 영화 '명량'을 위해 충무공 이순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느꼈던 막막함을 고백했다.

21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영화 '명량'의 언론·배급 시사가 진행됐다 연출을 맡은 김한민 감독과 배우 최민식·류승룡·조진웅·이정현·권율·오타니 료헤이·박보검이 참석했다.

극 중 이순신 역을 연기한 최민식은 실존 인물을 자신의 연기로 되살려내는 작업의 고단함을 토로했다. 그는 "전에는 허구의 이야기, 허구의 캐릭터를 믿어버렸다"며 "'올드보이' 때도 15년 간 감금당한 사람의 모습을 믿었다. 그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없었고 물어볼 수도 없어 막막했다. 하지만 더 자유로웠다. 내가 한 것이 정답이라고 믿을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명량'에 대해선 "이번 작품은 아직도 개운치 않다"며 "팩트, 그 분의 눈빛이 과연 어땠을까. 그 신념이 어떤 음성으로 전달됐을까. 어떻게 고뇌하고 어떻게 슬피 우셨을까. 나름대로 함부로 상상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왠지 중압감이 있었다"며 "그냥 흉내를 낼 뿐인데도, 내가 내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마치 처소에 등을 돌리고 앉아계신 (이순신) 장군을 찾아가 문 밖에서 '말씀 좀 듣고 싶어 왔다'고, 마당에서 무릎 꿇고 '제발 문을 열고 말씀을 해달라'고 애원하는데도 뒤도 안 돌아보는 것 같았다"고 말을 이어간 최민식은 "아무리 관련 서적을 봐도 그들의 해석이었다"며 ''유일하게 기댈 곳이 '난중일기'였다. 그 활자를 통해 나름대로 저도 느낀 바가 있었지만 채워지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송구스럽고 누가 돼선 안된다는 것, 그것을 대중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알린 최민식은 "스스로 그런 중압감이 있다. 나름대로 해 봤지만 개운치 않다"며 "제가 연기 생활을 하며 한 아주 독특한 경험, 두고 두고 기억에 남고 앞으로도 그 분을 더 알고 싶어지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고 작업 소회를 돌이켰다.

'명량'은 1597년 임진왜란 6년을 배경으로 성웅 이순신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 12척의 배만이 남은 상황에서 이순신은 뛰어난 지략을 지닌 용병 구루지마와 맞서게 된다. 배우 최민식이 이순신으로, 류승룡이 구루지마로 분했다. 와키자카 역의 조진웅, 임준영 역의 진구, 정씨 여인 역을 맡은 이정현 등 쟁쟁한 출연진이 기대를 높인다. 오는 3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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