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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주 감독의 '태극마크론'


"전남의 많은 선수들이 국가대표 되기를 바라"

[최용재기자]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젊어지면서 태극마크에 대한 가치가 줄어들고 있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나선 한국 축구대표팀. 1무2패, 승점 1점, H조 꼴찌라는 성적보다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기본을 잃은 모습이었다. 국가대표답지 못한 플레이었다는 것, 태극마크의 진정한 가치를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 크게 분노했다.

하석주 전남 드래곤즈 감독. 그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태극마크의 산증인과도 같다. A매치를 94경기나 뛰었고, 아시안게임, 올림픽, 아시안컵, 월드컵을 모두 출전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다. 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시기가 겹친 아시안컵을 출전하지 못해 A매치 100경기 출전, 이른바 센추리클럽에 가입하지 못했던 아쉬움도 간직했다.

태극마크의 가치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태극마크의 무게를 어떤 선수보다도 진정으로 느껴봤던 하석주 감독이 태극마크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털어놨다. 하 감독은 눈앞의 나무보다는 먼 산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태극마크를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하고, 전남이라는 팀을 헌신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하 감독이 태극마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된 계기는 다가오는 2014 아시안게임 때문이었다. 전남의 이종호, 안용우, 김영욱 등 3명이 아시안게임 대표팀 후보로 지목받고 있다. 태극마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팀의 주축 선수 3명, 이들이 모두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힌다면 하 감독과 전남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9월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려도 K리그 클래식은 멈추지 않는다. 전남은 주축 선수 없이 리그를 진행해야 한다. 약 8경기 정도 뛰지 못할 전망이다. 전남은 현재 승점 30점으로 K리그 클래식 2위다.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축 선수를 3명이나 대표팀에 내준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대표팀과 K리그 팀이 국가대표 차출 문제로 인해 마찰을 빚게 되는 이유다.

그런데 하 감독은 아시안게임에 몇 명이 뽑힐지 모르지만, 뽑아만 준다면 '쿨하게' 대표팀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오히려 더 많은 전남의 선수들이 대표팀으로 차출되기를 바랐다. 팀 사정은 당장 나빠질 수 있지만 하 감독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태극마크의 가치와 위상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이다.

하 감독은 "우리팀 전남의 성적, 물론 중요하다. 몇몇 선수들이 빠지면 전남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전남의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태극마크고 국가대표팀이다. 전남의 많은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나갔으면 좋겠다. 선두권 싸움이 치열하지만 지금 전남의 성적보다 전남에서 더 많은 대표 선수들이 배출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것을 더 원한다"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달아보고, 그 무게감을 느낀다면 선수는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팬들도 국가대표를 보기 위해 K리그 경기장을 찾는다. 그렇기에 아시안게임에서 전남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한다면, 전남도 더욱 강해지고, 팬들도 늘어날 수 있다. 이것이 멀리 내다보는 하 감독의 노림수였다.

하 감독은 "나도 오랜 시간 국가대표 생활을 했다. 국가대표의 자긍심을 느껴봐야 한다. 태극마크의 영광을 느껴봐야 한다. 대표팀에 다녀오면 자신감이 상승할 수 있다.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 그리고 국가대표는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돼 더 많은 전남팬들이 경기장에 올 수 있다. 관중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아시안게임 대표 차출은 전남에 더 큰 이득으로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하 감독이 K리그 클래식 선두 경쟁을 등한시 하는 것은 아니다.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기에 '쿨'할 수 있는 것이다. 전남은 몇 명의 선수가 빠진다고 해서 흔들릴 팀이 아니라는 자신이 있다. 그리고 크리즈만, 레인드리뉴 등 외국인 공격수들이 부상에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시기에 맞춰 빠져나가는 선수들의 공백을 메울 준비를 이미 하고 있다.

하 감독은 태극마크와 K리그 클래식,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인정하고 있다. 전남이 돌풍을 넘어 태풍으로 가려는 길, 아시안게임 대표 차출이라는 장애물 정도는 가뿐히 넘어서려 하는 것이다.

조이뉴스24 광양=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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