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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묻지 말라


하지만 정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란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스페인 내전에서 죽어간 많은 사람들을 기리는 ‘조종(弔鐘)’일 것이란 짐작만 어렴풋이 할 따름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의 시 제목이다. 흔히 ‘형이상학파 창시자’로 통하는 존 던은 T. S 엘리엇을 비롯한 현대 시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명하다.

존 던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죽음을 외면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 시는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자 대양의 일부”란 뜨거운 선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싯구절은 많은 문학도들의 가슴에 뜨거운 사랑을 심어줬다.

“어떤 이의 죽음이든,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기 위해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전했던 헤밍웨이는 존 던의 이 메시지에서 진한 울림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페인 내전의 부조리한 상황을 비판하는 소설 맨 앞에 존 던의 시를 적어넣는다. 그리곤 아예 존경했던 선배 시인의 시를 자신의 소설 제목으로 삼았다.

어제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접한 뒤부터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꿈을 채 피워보지도 못한 수 많은 우리의 자녀들이 참사를 겪었다는 소식에 그저 한 숨만 나왔다.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로 젊은 대학생들이 희생된 지 두 달도 채 안 됐는데… 란 생각에 분노마저 치밀었다.

희생자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구조 상황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사고 원인이나 초기 대응 과정 소식 역시 들으면 들을수록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사람 사는 곳에 사건, 사고가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사고’가 있고, ‘되풀이되어선 절대 안 되는 사고’가 있다. 이번 사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인 것 같다. 그래서 더 아프고, 또 슬프다.

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걸까? 이런 황당한 사고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난 우리 사회가 존 던이 던진 메시지를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의 죽음이든 나를 감소시킨다는 메시지. 우리 모두 인류의 한 부분이란 성찰. 그러니 멀리서 울리는 종소리가 곧 나를 향한 것이란 깨달음. 이 깨달음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는 늘 ‘급한 과제’와 ‘중요한 과제’가 있을 때 ‘급한 과제’ 쪽으로 먼저 기울었다. 그 덕분에 외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번 사고 역시 ‘빨리 빨리’에 지나치게 기울었던 우리 문화가 낳은 부작용이 아닐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는 일일 것이다. 언론들 역시 선정적인 뉴스로 시선을 끌기보다는 진지하게 성찰하는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난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의 절규를 다시 한번 던져 본다. 그리고 우리 함께 성찰하자고 제안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기 위해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

/김익현 글로벌리서치센터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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