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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임시완, 열린 마음으로 야단 받아들여"(인터뷰①)


"박찬욱·봉준호, '변호인' 출연 열렬히 지지해줬다"

[권혜림기자] 올해만 세 번째다. 송강호는 2013년 출연한 영화들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법한 흥행 타율을 자랑했다. 지난 7월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선 틸다 스윈튼과 크리스 에반스 등 세계적 배우들과 공연하면서도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자랑했다. 추석 극장가를 사로잡았던 한재림 감독의 '관상'에선 진득한 페이소스를 뿜어내는 조선의 관상쟁이 내경 역을 맛깔지게 소화했다.

두 영화는 나란히 9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각 영화의 높은 완성도가 선행됐지만 베테랑 배우 송강호에 대한 관객의 믿음을 입증하는 결과이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는 18일 개봉을 앞둔 영화 '변호인' 역시 이런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11월29일 언론 배급 시사 후 전국 일반 시사를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는 '변호인'은 쏟아지는 호평 세례를 받으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일각에선 '변호인' 속 송강호의 모습이 올해 선보인 두 편의 흥행작을 포함, 그의 필모그라피 중 최고의 연기였다는 평도 오간다. 이에 송강호는 특유의 호탕한 웃음과 함께 "'봉준호, 한재림 감독이 들으면 굉장히 섭섭하고 우울해 할 이야기"라고 입을 열었다.

"그렇게 봐 주면 기쁘고 좋죠. 사실 제 입장에선 '설국열차' '관상'은 물론, '하울링' '푸른소금' 모두 똑같아요. '변호인'이 꼭 내 전기적 영화가 될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연기했던 건 아니었어요. 모두 같은 마음은 아니었지만 각 영화마다 절실함이 있었죠. 내년이면 연기 생활 18년째에 접어드는데,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그간 차갑고 절제된 연기를 많이 했더라고요. '변호인'에선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연기를 했죠. 관객의 입장, 팬의 입장에선 '원래 저러지 않았던 양반인데' 하면서 색다른 느낌을 받을 것도 같아요. 팬서비스가 될듯 해 기대가 크죠."

'설국열차'와 '관상'이 각 9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대박을 터뜨렸으니, '변호인'을 통해 그는 한 해 2천 만 명 이상의 관객을 만나게 됐다. 그저 다작만으로는 모을 수 없는 수치인데다 매 영화 그의 연기가 극찬을 이끌어냈으니 신바람이 났을 법도 하다. 송강호는 "어쩌다보니 6개월 사이에 세 편의 개봉이 다 몰렸다"며 "피곤하긴 해도 영화들이 한번에 나오니 남다른 재미가 있다"고 알렸다.

"세 편의 영화는 배경과 배역 등 모든 것이 달라요. 각각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들을 하죠. 관상쟁이와 변호사의 캐릭터가 다르니 외모 역시 다양했고요. 6개월 새 세 편의 영화가 나왔지만, 그런 면에서 관객들이 질리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흥행이요?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았죠. 뭐, 받은 김에 올해 마지막 한 편까지 받고 화끈하게 끝내고 싶습니다.(웃음)"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의 이야기다.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1981년 제5공화국 정권 초기 부산에서 벌어진 부림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그린다. 웹툰 '스틸레인'의 작가이자 10여 년 간 영화계에 몸 담아 온 양우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의 언론 배급 시사 후 간담회에서 송강호는 예기치 못한 하나의 질문 탓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송강호가 급전이 필요해 '변호인'에 출연했다'는 제목의 한 언론사 기사에 대해 단도직입적 질문을 마주한 것.

당시 송강호는 "급전은 항상 필요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여유있게 답한 뒤 "영화는 '설국열차'도 '관상'도 그랬는데 많은 분들이 봐 주니 그 분들의 개인적 생각과 관심을 누구의 것이든 존중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표현도 관심이라 보고 영화에 대한 애정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시를 떠올린 송강호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더 명답을 할 수 있었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라…(웃음) 편안하게 해당 기사를 봤던 기억이 나요. 기본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논쟁은 예상됐던 일이니까요. 어떤 의견이든 견해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죠. 언론시사 당시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리뷰도 봤어요. 제작진에게 부탁이 들어왔던 것도 아니고, 우리끼리 그래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것도 아니고, 사전에 협의된 바도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죠."

이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변호인'이 노 전 대통령의 전기를 모티프로 한 영화라는 사실은 충분히 알려졌다. 영화의 출중한 만듦새는 차치하고, 특정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은 '변호인'을 둘러싼 기대이자 우려로 작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유명을 달리한 지금, 인물이 영화를 통해 정치적으로 우상화될 수 있다는 걱정어린 예상도 있었다.

"양우석 감독을 만나 처음으로 한 질문이 있어요. 내가 원하는 답이 나와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물었죠. '언제 이 영화를 기획했냐'고요. 만약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뒤, 혹은 최근이라고 했으면 조금 실망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1990년대 초에 이 사건을 접하면서 '다음에 영화 감독이 되면 이 분의 영화를 찍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하더라고요. 그 이야기가 결정적인 출연 이유였어요. 감독의 관점이 너무 좋았죠. 인물에 대한 팬심도, 정치적인 의도도 없었다는 이야기로 읽혔어요."

그와 절친한 감독 박찬욱과 봉준호는 송강호의 '변호인' 출연 결정을 크게 지지했다. 가장 큰 지지자이자 후원자라는 아내 역시 마찬가지였다. 송강호는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 저와 절친한 지인이자 형제같은 사람들인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 열렬히 지지해 줬다"고 알렸다. 이어 "아내는 사실 가장 큰 힘이 되는 사람"이라며 "이번 작품에 출연을 결정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영화가 공개된 이후 가장 크게 회자된 장면은 약 3분 간 이어진 송강호의 롱테이크 법정 신이었다. 극 중 송우석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장면으로, 속사포같은 송우석의 변론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변호인'이 총 다섯 번의 공판을 그린 만큼 송강호는 법정 연기에 남다른 공을 쏟았다. 그는 "일상적 장면들은 늘 해왔던 방식대로 아주 편하게 했지만 1차에서 5차까지 나뉜 공판 장면은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돌이켰다.

"대사를 외우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었고, 각 공판의 키 포인트를 입체적으로 다르게 그리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리듬을 잘 타길 바랐죠. 촬영 5일 전에 세트장에 가서 혼자서 5일 간 연습을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감독과 촬영 감독도 쫓아오고.(웃음) 저 스스로 리허설 하는 것을 보고 카메라 위치를 잡아야 했기 때문이죠. 감독은 상대 역이 돼 줬어요. 시나리오를 들고 때로는 검사, 때로는 판사나 증인이 됐죠. 5일 정도 준비하고 나니 일정대로 공판 촬영을 끝낼 수 있었고요."

이번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임시완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제국의 아이들 멤버이자 연기자로 활약 중인 그는 극 중 송우석을 부조리한 사회에 눈뜨게 만드는 핵심적 인물 진우 역을 열연했다.

영화의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임시완은 "송강호 선배가 조언을 많이 해 주셨고 솔직히 혼도 많이 났다"며 "혼내주신 자체가 나를 배우로 생각해주셨다는 것 같아 좋았다"고 말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당시 김영애는 "가정교사처럼 챙기더라"고 말했고 송강호는 "손에 땀이 난다"며 민망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송강호는 이날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김영애 선생님은 안계셨다"며 "계셨으면 제가 혼을 냈을 리도 없는데, '어떻게 아셨지?' 싶어 약간 당황스러웠다"고 웃으며 돌이켰다. 이어 "임시완 군은 굉장히 순수하고 열정이 넘쳐 배우로서 가능성이 높은데 무엇보다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며 "영화 작업을 처음 했는데, 영화 현장은 드라마와는 다른 시스템이고 연기의 강도와 집중도 역시 다르다. 그래서 연기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달리 해주길 원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그 전의 연기가 좋지 않았다는 게 아니에요. 그 바로 다음날이 시완 군이 고문받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이었는데 제가 나오는 장면은 아니었어도 정신을 바짝 차리길 바랐어요. 제가 맞아도 봤고 때려도 봤는데, 너무 고통스러운 촬영이거든요. 물리적인 면 뿐 아니라 당시 정말로 고문을 당하셨던 분들의 고통을 진지하게 연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짐작할 수는 없겠지만요. 그래서 곽도원과 임시완에게 조언을 했는데, 그게 야단처럼 보였을 수 있죠.(웃음) 시완이가 순간 서운했을 수 있는데, 굉장히 열린 마음으로 잘 받아줬어요. 그래서 그런지 연기가 굉장히 좋더라고요."

얄궂게도 송강호의 '변호인'은 전도연 주연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과 한 주 차 간격을 두고 맞붙는다. 두 사람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2007)을 통해 호흡했던 사이. '집으로 가는 길'의 언론 배급 시사에서 전도연은 "'변호인'과 맞붙는 것을 정말 피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송강호도 마찬가지 답을 내놨다.

"전도연의 인터뷰 동영상을 봤는데, 오랜만에 보니 더 예쁘더라고요.(웃음) 저 역시 '대결구도로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똑같이 생각했어요. 문자 메시지도 주고 받았고요.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때 '12월에 같이 붙을 것 같은데, 영화의 VIP 시사에 서로 가서 봐 주자'고도 이야기했었죠. 저는 무대인사가 있어 못 가게 됐고 도연이도 올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서로 좋은 이야길 나눴어요.(웃음)"

'변호인'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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