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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운드 선 김수경 "야구가 즐거운 건 처음"


코치서 독립구단 선수로 변신…"실력으로 프로 재입단" 목표

[한상숙기자] 김수경과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성근 당시 SK 감독이 히어로즈에서 FA 자격을 얻은 김수경의 영입을 추진했다. "그 때도 성적이 좋을 때가 아니었는데, 다리만 고치면 좋아질 것 같았다." 김성근 감독의 기억이다. 그러나 김수경은 소속팀에 잔류했고, 둘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김수경은 현역 은퇴를 하고 넥센의 불펜 투수코치로 변신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훈련을 곁에서 도울수록 "나도 던지고 싶다"는 생각은 더욱 간절해졌다. 결국 김수경은 넥센의 포스트시즌이 마감된 다음날 고양으로 향했다. 원더스 입단을 희망하는 김수경에게 김성근 감독은 "하고 싶으면 해야지. 대신 정리는 제대로 하고 와라"라고 짧게 말했다. 그리고 김수경은 코치직을 훌훌 벗어던지고 나흘 후인 19일부터 원더스 선수로 새 출발을 했다. 그의 첫 출근 시각은 오전 7시였다.

끝나지 않은 투구 폼과의 싸움

원더스 유니폼을 입은 지 열흘. 아직은 얼떨떨하다. 걱정했던 '지옥 훈련'도 아직이다. 김수경은 "1년 정도 운동을 쉬었으니 제주도 훈련을 떠나기 전까지 몸을 만들라고 지시하셨다. 러닝, 밸런스 운동을 하고 있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면 나도 쓰러질 정도로 힘들겠지.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외의 선택이었다. 김수경은 1998년 현대서 프로 데뷔해 2012년까지 15년 동안 통산 346경기에서 112승 98패 평균자책점 4.29의 성적을 남겼다. 데뷔 해부터 12승 4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하며 신인상을 받았고, 2000년에는 18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지난해 은퇴 후 곧바로 코치로 임명돼 미래도 보장됐다.

김수경이 다소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은 것은 투구 폼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2009년 히어로즈에서 25경기에 등판해 6승 11패 평균자책점 6.67을 기록했던 김수경은 이후 3년 동안 28경기서 1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성적이 좋았다면 은퇴도 안 했겠지. 그 폼으로는 안 될 것 같아 선수 생활을 접었다. 원더스에서 야구를 다시 시작한 건 내 투구 폼 때문이다. 어느 순간 밸런스가 무너졌고, 회복되지 않았다. 그 실마리를 김 감독님은 풀어주지 않으실까 하고 여길 찾아왔다."

원더스에서의 훈련 첫날 "폼 한 번 보자"는 김 감독의 말에 김수경은 오랜만에 마운드에 섰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가장 좋았던 투구 폼과 비교한 뒤 "폼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김 감독은 "현역 때부터 던질 때 뒷다리가 가라앉더라. 그걸 고쳐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힘이 떨어지는데, 그렇게는 못 던진다. 쉽진 않겠지만 이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경은 "감독님이 언더로 던지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다. 그 정도로 다 버렸다"며 선수 재도전에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당당하게 프로 입단하겠다"

12월 둘째 아이가 태어난다. 코치에서 독립구단 선수로 돌아서면서 연봉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고민이 없었겠나. 그런데 당분간 돈보다 야구에 인생을 걸기로 했다. 금전적으로 힘들겠지만, 미래를 보면 좋은 투자 아니겠나. 다행히 아내도 '나중에 선수와 코치를 하게 된다면 김성근 감독님께 배운 야구가 도움 될 것'이라며 지지해줬다."

프로 구단에서 선수 복귀를 타진할 수도 있었지만 김수경은 '바닥'을 택했다. 그는 "똑같은 길을 또 걷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지도자 등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공만 좋아질 수 있다면 좋겠다. 스피드는 안 나오더라도 '공이 가는구나', '편하게 던질 수 있구나' 하는 느낌만 다시 갖고 싶다. 투구 폼에 대한 집착일 수도 있다. 그런데 방법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감독님께 맡긴 거다. 아픈 곳도 없고, 몸이 처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원더스 선수들은 '프로 가야죠' 하는 말을 달고 산다. 나는 그들이 동경하는 프로에서 왔고, 다시 프로행을 꿈꾼다. '과연 프로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더스 테스트에서도 떨어지는 이들은 독립구단 입단이 목표다. 인생이 그런 거다. 프로는 행복한 거다. 프로 선수들은 진짜 열심히 해야 한다."

원더스 선수의 프로행은 지난해 5명에서 올해 10명으로 늘었다. 이제 김수경의 목표도 그들과 같아졌다. 김수경은 "당당하게 내 실력으로 다시 프로에 입단하고 싶다. 꿈을 꾸는 요즘은 정말 행복하다. 이른 아침의 출근길이 이렇게 즐거운 건 처음이다. 야구를 시작한 뒤 제일 재미있는 것 같다. 야구를 다시 배운다는 느낌이 새롭다. 더 비참해지지 않겠다.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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