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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기성용,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 기성용 징계 고민 중

[최용재기자]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리고 실수를 한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실수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 다음에 일어날 지 모르는 실수를 막기 위해서다. 실수를 그냥 넘어가는 것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기에 어떤 방식으로든지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 개인 SNS를 통해 최강희 국가대표팀 감독을 조롱했다. 국가대표 선수가 국가대표 감독에게 항명성 메시지를 던졌다. 그 파장은 컸다. 이런저런 의미에서 스타였던 기성용은 단번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기성용은 예의 없고 기본이 안된 파렴치한 선수로 낙인찍혔다.

결국 기성용은 에이전트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기성용은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했다. 공개 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SNS였다고 해도 핑계를 대지 않고 실수를 인정했다. 최강희 감독에게는 죄송하다고 말했다. 축구팬들과 축구 관계자들에게 대한 미안함도 전했다.

기성용의 사과문이 발표되자 기성용에 대한 비난 일색이던 팬들의 반응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성용에 대한 실망과 충격이 풀리지 않는 것이 아직까지는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일부 팬들은 사과를 했으니 용서하자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축구의 자산이고 젊은 나이게 저지른 실수니 더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용서를 하자는 것이었다.

기자 역시 기성용이 용서받기를 바란다. 기성용이 다시 국가대표로 돌아와 한국 축구를 빛내주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기성용에게는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성용을 향해 용서라는 말은 자숙의 시간이 지난 후에 나와야 할 말이다.

기성용은 '물의'를 일으켰다. 그것도 한국 대표팀 역사상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큰 물의였다. 파장은 컸다. 한국 축구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다. 이번 사건은 한 장의 사과문 발표로 끝날 일이 아니다. 최 감독이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해서 끝날 일도 아니다. 기성용이 자신이 저지른 큰 실수에 대해 합당한 대가를 치른 후에야 끝날 수 있는 일이다.

기성용이 치를 대가. 무엇보다 그가 변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성용은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인성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성용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반성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기성용을 한국 축구에서 매장시키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실수를 그냥 적당히 넘어간다면 이후 어떤 후폭풍이 몰아칠지 모른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선수가 항명 파동을 일으키고도 사과문 한 장이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무서운 전례를 남길 수 있다. 현재 대표팀 선수들, 미래 태극마크를 달 수많은 선수들이 지켜보고 있다.

젊은 선수의 치기로 치부한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태극마크의 무게감에 대한 인식 자체가 옅어지고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젊으면 어떤 사고를 저질러도 쉽게 넘어갈 수 있다는 인식이다. 젊은 것이 특권은 아니다. 이럴 때는 젊기에, 앞으로 할 일이 많기에 오히려 더욱 확실한 교훈을 줘야 한다.

그렇기에 대표팀의 기강과 권위, 그리고 미래를 위해 기성용은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런 사건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뚜렷하게 보여줘야 한다. 대가를 치르며 깨닫는 바가 있어야 더욱 성장하는 법이다.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것도 그로 인한 시련과 고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팬들 역시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기성용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천천히 인내하며 지켜보면서 기다려줘야 한다. 기성용이 진정 달라졌다고 느낄 때, 기성용 팬들 뿐만 아니라 모든 축구팬들이 인정했을 때, 그 때 따뜻하게 품어줘야 한다.

성격은 조금 다른 예이기는 하지만, 이천수가 소속팀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K리그로 돌아오는데 4년이 걸렸다. 대표팀은 클럽보다 더욱 높은 도덕적인 기준이 요구된다. 용서를 받기 위해서는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천수가 K리그로 돌아오기 위해 한 노력과 용서받기 위해 보여준 행동 역시 그 시간 안에 포함돼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기성용 파문에 대해 징계를 논의하고 있다. 이전에 이런 전례가 없어 어떤 징계를 내릴지 고민하고 있다. 규정에 의거해 사건의 심각성과 후유증을 판단하고 심사숙고해 징계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간과해서 안 될 것은 기성용에게 자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성용에게 반성하고 뉘우칠 시간, 달라지고 성숙해졌다고 증멸할 수 있는, 그래서 용서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갖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숙의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은 협회 스스로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권위와 기강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또 기성용에 이어 이번에는 협회가 축구팬들에게 다시 한 번 상처를 주는 일이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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