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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없다…안익수 감독의 성남 살리기


[이성필기자] "정신 안 차려? 힘들어도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란 말이야!"

막바지 추위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남녘에는 봄의 기운이 서서히 물들고 있다. 푸른 새싹들이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고 농부들도 바쁘게 움직이며 봄을 환영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전지훈련장인 경상남도 남해의 분위기는 여전히 한겨울에 갇혀 있다.'호랑이 선생님' 안익수 감독의 호통에 선수들의 마음은 봄을 맞이할 여유를 느끼는 대신 차가운 날씨 속에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20일 오후 남해공설운동장에서 진행된 훈련에서도 안 감독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선수들을 흔들었다. 20여분의 피지컬 트레이닝 뒤 입에서 단내가 나는 근력 강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이후 1시간 가까운 공수 전술 훈련이 끝나면 공격수들만 따로 슈팅 훈련을 한다.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24명의 성남 선수단은 혼미한 정신을 다잡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워낙 훈련이 빡빡하니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FC서울에서 안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이승렬은 "오늘은 정말 가볍게 했다"라며 이런 정도의 강훈련은 별 일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으며 리그 12위에 머물렀던 성남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안익수 감독이 부임한 뒤 새로운 도약을 알렸다. 1월 울산을 시작으로 2월 제주 서귀포를 거쳐 마무리 훈련지로 남해를 택했다. 당초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을 하려 했지만 효율성에서 국내 훈련이 더 낫다고 판단, 남해를 선택했다.

안 감독은 '성실함'으로 대표되는 축구를 성남 선수들에게 이식하기 위해 오전, 오후로 나눠 운동을 시키고 있다. 몸 만들기의 기본인 웨이트 트레이닝과 전술 훈련을 병행한 뒤 연습경기로 주전의 윤곽을 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주전들은 정해지지 않았다. 남해에서 만난 안 감독은 "모두가 경쟁이고 처음부터 시작이다. 선수들에게도 지난해까지의 기록은 내게 없다. 동등한 상황에서 출발한다는 말을 했다"라며 새 판을 짜기 위해 현재의 실력만으로 냉정하게 판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신인들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올해 성남은 33명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그 가운데 24명 만이 1군에서 훈련중이다. 나머지 9명은 2군으로 분류됐다. 2군에는 부상자들과 신인급들이 주로 있지만 1군 소속 선수 중에서도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면 바로 2군으로 내려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

1, 2군의 숙소나 훈련 장소는 천지 차이다. 1군은 남해에서 최고의 휴식처로 꼽히는 한 리조트에 머무르며 훈련에 집중하고 있지만 2군은 여러 전지훈련 팀들이 뒤섞여 아무래도 분위기가 산만할 수밖에 없는 다른 호텔에 머무르고 있다.

한 번 2군으로 내려가면 언제 올라올 지는 모른다. 코칭스태프의 종합적인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 제주도 전훈을 마친 뒤 안 감독은 코칭스태프에게 1군에서 훈련할 수 있는 인원을 자유롭게 선발해보라는 과제를 내렸다. 종합한 결과 2명의 신인이 1군에 합류하고 주전급이었던 윤빛가람 등 일부 선수가 2군으로 내려가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안 감독은 늘 '성실함', '정직함', '부지런함' 등이 최고의 선수를 만든다는 철학을 밝히고는 했다. 성남에서도 여지없이 이 원칙은 적용되고 있다.

안 감독은 "팀 완성도는 40%도 못미친다"라며 조심스럽게 팀 전력을 평가한 뒤 "좀 더 연습경기를 치러보면서 윤곽을 잡아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3월 3일 수원 삼성과의 개막전에서야 베스트11이 나올 것 같다"라며 끝없는 무한 경쟁이 시즌 개막 때까지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조이뉴스24 남해=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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