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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레이디가가 있다면 한국에는 싸이가 있다


이래서 싸이라고 하는구나…3만 관객이 미친 '싸이의 훨씬 더 흠뻑쇼'

[장진리기자] '광대' 싸이와 '광객(狂客)' 3만명의 거대한 한 판 놀이였다. 월드컵의 거리 응원 열기도 이것보다 뜨거울 수는 없었다. 관객들은 싸이에 미쳤고, 싸이는 관객들의 열기에 미쳤다. 넓은 잠실벌은 3만명의 열기로 그야말로 터져나갈 듯 했다.

11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의 썸머스탠드 훨씬 더 흠뻑쇼'는 세계를 사로잡은 싸이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 공연이었다.

◆싸이 아니면 안 된다…제 돈 내고 물대포 맞는 3만 인파 본 적 있나요

'아낌없이, 남김없이, 후회없이'라는 문구와 함께 등장한 싸이는 '라잇 나우(Right Now)', '오늘밤새' 등으로 시작부터 뜨거운 무대로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싸이는 "데뷔 12년, 민간인 6년째를 맞은 가수 싸이"라고 재치있는 멘트로 본인을 소개하며 "10대부터 50대까지 즐길 수 있는 국내 유일 다세대 맞춤형 콘서트다. 그런데 지금까지 가만히 있는 사람들은 뭡니까"라고 관객들을 신나는 싸이 세상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열린 '더 흠뻑쇼'에서 더욱 진화된 '훨씬 더 흠뻑쇼'로 2년 연속 열린 싸이의 콘서트는 각종 장치로 여기저기서 물이 발사돼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식혔다. 입장부터 시원하게 온 몸을 적셔주는 샤워커튼, 돌출무대를 기준으로 발사되는 분수장치인 반포대교, '8월의 크리스마스'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제설기 등이 등장했다. 여기에 싸이의 모습을 비춰주는 워터스크린,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스프링쿨러에 거대한 물줄기가 발사되며 2,3층 스탠드 관객들까지 흠뻑 적셔주는 물대포(워터캐논)까지 동원돼 '훨씬 더 흠뻑쇼'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3만명은 싸이 콘서트의 열기에,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에 그야말로 흠뻑 젖었다. 비싼 자기 돈을 내고 온 곳에서 물대포를 맞고 행복해 하는 모습이라니, 싸이 콘서트가 아니고서야 도저히 만날 수 없는 광경이다. 게다가 야외 공연이라 모기와 무더위는 서비스였다. 그러나 3만 관객은 그야말로 미쳐 놀았다. '공연의 신' 싸이마저 '광객(狂客)'이라 칭할 정도였다.

싸이는 '내 눈에는', '새', '청개구리', '나 이런 사람이야' 등으로 화끈한 무대를 이어갔다. 2NE1, 노홍철, 성시경 등 톱스타들도 게스트로 참석해 합동 무대를 꾸미며 싸이의 공연을 지원사격했다.

이 날 공연에서는 작은 화재사고로 약 10분간 공연이 중단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조명에서 일어난 불로 '끝' 무대 도중 공연이 중단됐고, 싸이는 "우리가 동요하면 민망한 상황이다. 저 불은 심지어 멋있다"며 "얼마나 우리가 불같이 놀았으면 진짜 불이 나겠느냐"고 재치 넘치는 멘트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무생물 따위에게 질 수는 없다"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운 싸이는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를 무반주로 부르는 등 침착한 대응과 노련한 공연 매너로 "역시 싸이"라는 말을 절로 나오게 했다.

◆'디스 이즈 코리아'…한국에는 싸이가 있다

여름밤을 후끈 달군 '싸이의 썸머스탠드 훨씬 더 흠뻑쇼'는 웃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광대' 싸이의 솔직한 고백과 찡한 눈물도 함께 했다.

"무대 위에서 여러분 보는 게 정말 좋다. 정말 영광이고 감사했다"고 워터스크린 속 영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싸이는 "저를 저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너무 부족한 게 많은 것 같다. 최고였던 적은 없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도 없었다. 오늘 정말 최고였다"고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었다.

이어진 '여러분'과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 무대에서 싸이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눈물이었다. '후회도 물론 있었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의 길을 갔다는 것'이라는 '마이 웨이'의 가사가 싸이의 얼굴과 교차되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가요계에 등장, 새로운 길을 걸어간 싸이의 지난날들을 되돌아보게 했다.

땀과 눈물로 흠뻑 젖은 싸이는 곧 눈물을 닦고 언제 울었냐는듯 여전한 입담으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관객들이 오늘 공연의 주인공이다"라고 90도로 허리를 숙였던 싸이는 "이제 노래가 곧 끝나면 여러분들의 앙코르가 있을 것이다. 그 때 여러분들의 지구력을 보겠다"며 "만약 제가 나오기 전에 앙코르 소리가 끝나면 제가 안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은 세계 최초로 가수와 관객들이 대치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오늘 공연 안 끝내겠다"고 열정을 불태웠다.

이 날 공연에는 넘쳐나는 볼거리로 두 눈이 쉴 틈이 없었다. 여름에 딱 맞는 각종 장치는 물론, 레이저쇼, 화려한 불꽃놀이, LED 영상 등이 쉴새없이 무대를 화려하게 꾸몄다. 그러나 이 날 공연의 진짜 볼거리는 싸이에게 미쳐 잠실 주경기장을 심장 고동소리처럼 쿵쿵 울린 관객과, 관객들을 미치게 만든, 그것도 혼자서 그렇게 만든 싸이 자신이었다.

싸이는 이 날 "해외 매체에서 많이 오셨는데 그 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다. '디스 이즈 코리아(This is Korea)'"라고 열광하는 3만 관객을 소개했다. 그러나 거꾸로 우리도 싸이를 보며 말하고 싶다. '디스 이즈 코리아'라고.

세계인이 열광하는 '강남스타일'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싸이의 지금은 '새'로 가요계에 파격적으로 등장, 앨범마다 무대마다 상상 그 이상을 만들어내며 끊임없이 자신을 불태운 싸이의 변치않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타가 내한할 때마다 열광하며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티켓값도 불사한다. 하지만 레이디가가, 저스틴 팀버레이크, 비욘세? 부럽지 않다. 우리에게는 싸이가 있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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