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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세 주지훈과 나눈 수다 "배우는 마흔부터"(인터뷰)


8일 개봉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스크린 복귀

[권혜림기자] 배우 주지훈이 까칠하고 날선 사람일 것이라는 예상은 마주한 지 1분 만에 보기 좋게 빗나갔다. 최근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공식 석상에서 재기 넘치는 발언으로 눈길을 끈 그지만, 그 모습이 쇼맨쉽 이상의 실제 성격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 조이뉴스24와 만난 그는 팬들의 끝도 없이 우렁찬 환호에 "말 좀 합시다"라고 농을 치고 "500만 관객을 돌파하면 노비 복장으로 대학로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겠다"고 말해 좌중을 뒤집어지게 만들었던 그 때의 주지훈 그대로였다.

◆"덕칠의 웃긴 표정? 친구들과 있을 때 모습"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스크린에 복귀하는 주지훈은 1인2역과 사극, 코믹 연기라는 세 가지 도전을 동시에 택했다. 그는 왕이 되기 싫어 궁을 떠난 충녕대군, 그를 꼭 빼닮은 노비 덕칠을 모두 연기했다.

충녕으로 분해서는 카리스마도 리더십도 없이 책 읽기와 고기 반찬을 좋아하는 인물을 무난하게 소화했고, 덕칠로 변신해서는 맹한 표정으로 시종일관 눈을 껌뻑이며 웃음을 줬다. 그간 차갑고 도회적인 연기로 사랑받아 온 그가 이제껏 어떻게 이런 끼를 숨기고 살았는지 궁금해 질 정도다.

"웃긴 표정 연기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얼굴의 88개 근육을 열심히 움직이면 되죠.(웃음) 그냥 대본에 충실했을 뿐이예요. 배우니 캐릭터에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고요. 평소에도 친구들과 있을 땐 그런 면이 많이 나와요. 못 보셨죠? 남자들만 여러 명 모아 놓으면 바보같은 짓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요. 화장실에 갔다가 멀리서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아, 내가 저 무리에 껴 있었나. 저런 생산성 없는 이야기를 하다니, 내 술값이 아깝다' 할 정도로요. 그런데 또 같이 앉아선 다 까먹고 수다를 떨죠.(웃음)"

주지훈은 '나는 왕이로소이다' 촬영 중 발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두 명의 주인공을 도맡은 그는 다친 발을 이끌고도 많은 촬영 회차를 소화해야 했다. 이를 두고 '연기 열정'을 칭찬하는 말들이 많았다 하니 주지훈은 손사래부터 쳤다.

"모든 배우가 그래요. 가끔 그렇지 않은 배우가 한 두 명 있을 수 있지만요. 애정을 가지고 하는 건데 다쳐도 연기를 할 수밖에 없죠. 사실 저는 작품을 할 때마다 다쳤었어요. '궁'을 찍을 때는 팔이 부러져 깁스를 했었는데 그땐 방송 전이라 병원에서 제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절대 일을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건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수없이 설득을 하고 각서까지 쓰면서 병원을 나왔어요. '마왕' 때도,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때도 다쳤죠. '앤티크'를 찍을 땐 통풍이라는 병에 걸렸는데 반깁스를 하고 현장에 갔었어요. 다친 걸 아는 감독님 눈엔 절뚝거리는 게 보였는지 지적을 하셨고, 결국 깁스를 풀고 촬영을 했죠."

주지훈은 '앤티크'를 연출한 민규동 감독, '키친'의 홍지영 감독과 막역한 사이다. 부부인 두 감독과 주지훈은 최근에도 식사를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그는 "코드가 잘 맞는 감독님들"이라며 서로 나눈 개그를 재현해주기도 했다. 민규동 감독이 "지훈아, 너 살쪘어. 완전 이상해" 식의 까칠한 말들을 정색을 하며 건넨다는 이야기였다.

민 감독을 흉내낸 그에게 "생각보다 별로 재미가 없다"고 말하자 주지훈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이게 재미가 없어요? 정말요? 완전 재밌는데." 아이같은 그의 반응에 도리어 웃음이 터졌다.

◆"팬들 도시락 선물에 반사판 더 대주신다고…"

개봉에 앞서 열린 제작보고회와 기자간담회에서, 주지훈은 "현장에서 노비 대우를 받으며 연기했지만 팬들이 선물한 도시락 덕에 처우가 바뀌었다"고 말해 시선을 끌었다. 천금같았을 도시락 선물 이야기를 꺼내자 그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다들 너무 집중해서 노비로 대해주신거죠. '리얼 노비'였어요. 현장 선배들과 스태프들이 도시락 선물을 받으시고는 '오, 이런거 처음 먹어본다' '일본에서 왔네, 너 한류구나' 하면서 좋아하셨어요. '반사판 하나 더 대줘야겠다'고 하셔서 제가 '그만 대 주세요. 눈이 멀 것 같아요'라고 했을 정도예요. 팬들에겐 정말 감사하죠. 이제 서로 친해져서 행사장에서도 제가 무슨 말을 맘대로 못 한다니까요.(웃음)"

◆31세 주지훈이 상상하는 40대 주지훈

주지훈은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 한 살이다. 풋풋한 왕세자로 시청자를 찾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삼십줄에 들어선 배우가 됐다. 나이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배우는 마흔부터"라고 사뭇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40대가 되면 또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지금 이병헌, 배용준 선배를 보면 정말 멋지잖아요. 저도 메이크업이나 의상의 도움을 받으면 중후하고 멋진 역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의외로 귀여운 역할을 할 수도 있죠. '최고의 사랑'에서 차승원 선배가 멋지게 소화하셨던 것처럼요. 그때쯤 제가 어떤 모습일 것 같냐고요? 주름이 자글자글하겠죠.(웃음)"

8일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관객을 찾은 그는 곧 SBS 드라마 '다섯손가락'으로 시청자를 만난다. 영화에서 재기 넘치는 코믹 연기에 도전한 그는 브라운관에서는 비운의 천재 피아니스트로 분한다.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180도 다른 주지훈의 양면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본질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바뀔 수 없는 주지훈이지만 관객들은 주지훈과 만나는 것이 아니잖아요. 각 인물들을 만나는 거니까요. 그렇게 캐릭터로 기억되는 것이 좋아요."

입추가 지나도 식지 않는 무더위 속에서, 주지훈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땀으로 적실 준비를 마쳤다. "흥행을 떠나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든, 위로든, 힘이든, 단순한 재미든, 무엇이든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는 그의 눈빛이 유난히 까맣게 반짝였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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