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은퇴' 권도영, "2군 전전 생활 힘들었다"…전력분석원 새출발


[한상숙기자] 단 한 번도 화려한 빛을 내보지 못했던 프로야구 선수가 은퇴를 결심했다. 냉정하게 자신의 성적을 돌아보았다. 9시즌 통산 259타수 62안타 1홈런 타율 2할3푼9리. 결국 그는 지난 20여년 동안 잡고 있었던 야구선수의 끈을 놓아버리기로 마음먹는다.

넥센 내야수 권도영(30)이 선수 은퇴를 선언하고 팀의 전력분석원으로 새출발한다. 넥센은 26일 "권도영이 9년간의 프로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전력분석팀에 소속돼 원정전력분석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결심은 아니었다. 대구상고-고려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3년 현대에 입단한 권도영의 프로야구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07년 7경기 출장에 그쳤다. 이듬해 84경기에 나선 것이 권도영의 가장 많은 시즌 1군 출장 기록이다. 그 해 7월 12일 한화전에서 터뜨린 결승 솔로홈런은 권도영이 프로무대에서 맛본 처음이자 마지막 홈런이었다.

지난해 시즌 초반엔 약 두 달간 1군에서 활약할 기회가 주어졌다. 성적은 61타수 15안타 타율 2할4푼6리. 6월 25일 삼성전 출전해 무안타를 기록한 것이 그의 마지막 1군 무대였다.

이후 권도영은 줄곧 2군에 머물렀다. 기약없는 2군 생활과 서른을 넘긴 자신의 나이가 새삼 부담스러웠다. "나에게 또다시 기회가 주어질까. 나중에 방출되는 것보다 스스로 내 길을 찾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권도영이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사이 팀내 경쟁자라 할 수 있는 김민성, 김일경은 1군에서 2루수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군제대를 앞둔 젊은 후배 내야수들도 수두룩했다.

"'야구선수 권도영'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해봤다. 누구처럼 한 순간 치고 올라가 스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야구를 시작했던 친구들은 이미 자리를 잡았는데 나 혼자 2군을 전전하고 있었다. 그동안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제 속이 시원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해 20여년 동안 지속해왔던 그의 야구 인생은 '임의탈퇴 동의서' 한 장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의 두 번째 야구가 시작됐다. 원정 전력분석원으로 일하며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코치가 되는 것이다. 권도영은 "(전력분석원) 일을 하다보면 야구를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공부도 많이 될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현장에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능력을 쌓아 유능한 코치가 되고싶다"며 웃었다.

26일 출근(?) 첫 날부터 권도영은 바빴다. 기록지를 들고 뛰어다니는 권도영을 여기저기서 붙잡았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라는 질문에 권도영은 그저 웃음으로 답했다.

이제 권도영은 그라운드가 아닌 스탠드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꼼꼼히 관찰한다. 자신의 결심을 이해하고 전력분석원으로서의 새 시작을 도와준 구단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다행히 그의 적응능력은 탁월했다. "출근 첫 날부터 짤리고 싶지 않아요. 기사 잘 써주세요"라고 당부하는 권도영. 벌써 직장인이 다 됐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2024 트레킹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은퇴' 권도영, "2군 전전 생활 힘들었다"…전력분석원 새출발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