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다시 강원의 중심에 서는 권순형, "아직 더 배워야 해요"


프로 생활 1년 후 다시 만나본 강원FC 미드필더 권순형

지난해 강원FC가 출범하면서 미드필더 권순형(24)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고려대 재학 당시 권순형은 전국대학축구대회를 4년 연속 정상으로 이끌었고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탁월한 시야와 정교한 패스는 여러 프로팀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강원FC의 창단과 함께 우선지명되는 기쁨을 누린 권순형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혔다. 당연히 신생팀에서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자 역시 지난 시즌을 앞두고 강릉에서 시즌 대비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던 강원FC를 찾아 권순형을 인터뷰했었다. 그는 "최순호 감독이 기량을 믿고 선발했으니 정말 잘 해내고 싶다"라며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시즌 시작 후 한 달이 지나도록 기회는 오지 않았다. 노련한 이을용과 일본에서 온 마사히로가 중원에서 경험을 앞세워 '프로'가 무엇인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은근히 마음을 두고 있던 신인왕은 팀 내에서만 해도 김영후-윤준하라는 콤비가 두각을 나타내며 확고한 후보로 자리를 잡아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최순호 감독에게 대학 최대어 출신 권순형을 선발로 내세우지 않는 이유를 묻자 "아직 기다려야 한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시즌이 흘러갔고 권순형은 강원이 치른 33경기 중 18경기에 나서 2도움을 기록하며 아쉽게 데뷔 시즌을 마감했다.

1년이 지난 뒤 그를 전지훈련 중인 중국 운남성 쿤밍시 신아시아 라 니스 호텔에서 다시 만났다. 야윈 얼굴은 해발 1천890m 고지대인 쿤밍에서의 훈련 강도가 얼마나 강한지를 확실히 알려줬다.

그는 "지난해 개막전 명단에 들지 못해서 관중석에서 보고 내려오는데 한 관중이 나를 알아보고 '어디 아프냐'고 물어봤다. 솔직히 신경 안 쓰려고 노력했는데 좀 그랬다"라며 속 쓰린 기억을 되짚었다.

신생팀에서 1년간 무엇을 배웠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곰곰이 생각하던 권순형은 "더 배워야 해요"라며 멋쩍어 했다. 프로 선수가 됐지만 이제 2년차, 아직은 모자람이 많다는 뜻이다.

같은 포지션인 선배 이을용의 경기를 보는 시야나 조율 능력을 눈여겨봤다는 그는 "대학에서는 볼을 가지고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프로에서는 그런 습관을 많이 버리려고 노력했다. 각종 상황에 대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노트에 정리를 한다"고 새롭게 느끼며 달라진 것들을 하나 둘 꺼내 펼쳐보였다.

올 시즌은 권순형에게 중요하다. '큰 형님' 이을용이 발바닥 근육 신경종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재활 훈련을 하며 늦어도 3월 말까지 복귀할 예정이지만 그 전까지는 강원의 중원을 책임져야 한다. 물론 이을용이 돌아와도 그가 한 축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책임 완수에는 과제가 따르게 마련이다. 최순호 감독이 추구하는 '균형 축구'를 무리 없이 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올 시즌 최 감독은 균형 축구의 완전한 정착을 화두로 던졌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고 강원 고유의 축구를 구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그는 "스스로 아직 만족하는 단계가 아니지만 (훈련 등을 통해) 배웠던 것을 경기장에서 충분히 활용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라며 2년차에 접어드는 강원의 중심에 서서 균형 축구의 안착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대학부터 골, 도움 등 공격포인트보다는 경기 내용에 중심을 두고 나섰던 그는 올해는 프로 데뷔골도 한 번 노려보겠다는 목표도 조심스레 던졌다.

긴 호흡으로 프로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그의 꿈 한편에는 국가대표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 정도 가지는 꿈인 국가대표는 청소년대표 출신인 그에게 큰 자극제다. 마음속의 명언이 됐다는 "산을 오를 때 정상만 바라보고 가면 절대 오르지 못한다. 한 걸음 앞만 내딛자고 생각하면 어느 순간 정상에 오르게 된다"는 지인의 조언을 새기며 오늘도 그는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조이뉴스24 쿤밍(중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2024 트레킹






alert

댓글 쓰기 제목 다시 강원의 중심에 서는 권순형, "아직 더 배워야 해요"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