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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 '허스토리' 촬영장서 아카데미상 언급한 이유(인터뷰)


"'허스토리', 나 자신을 모두 내려놓은 작품"

[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배우 김해숙이 영화 '허스토리'에서 연기한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냈는지 밝히며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허스토리'(감독 민규동, 제작 수필름) 개봉을 앞둔 김해숙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허스토리'는 역사상 단 한번, 일본 재판부를 발칵 뒤흔든 관부재판 실화를 담은 영화. 관부재판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23회에 걸쳐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정부를 상대로 벌인 끈질긴 법정 투쟁으로 10명의 할머니 원고단과 그들의 승소를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재판을 조명한다.

영화 '재심' '아가씨' '도둑들'을 비롯해 드라마 '이판사판' '아버지가 이상해'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친 김해숙은 '허스토리'에서는 극중 숨어 살다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외치는 원고단 배정길 역을 맡았다.

많은 작품에서 어머니 역할을 맡은 김해숙은 '허스토리'에서 또 다른, 그리고 특별한 모성애를 그린다. 그는 "배정길은 아픔을 안고 사는 여성"이라며 "아들을 위해 위안부였던 사실을 숨기고 사는 여자이기도 하다. 결국 숨긴 과거를 드러내더라도 아들을 살리려 하는 마음이 너무 가슴 아팠다"라고 연기한 인물을 언급했다.

이어 "내 자신을 다 내려놓아야 했다"라며 "실제 내가 연기한 인물이 살아계시지 않기에 그분의 심정을 이해하며 연기해야 했다. 철저하게 배정길이 돼야 하고 조금이라도 인간 김해숙이 캐릭터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감정 표현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할머님들이 각자의 사연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정길은 여자로서의 아픔 외에 다른 아픔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기에 나는 그가 작은 일에 표정이나 감정 변화를 느끼지 않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또한 "나는 배우이기에 길고 넓게 생각하지 못했다. 오로지 배정길만 생각하고 연기했다. 오직 그들의 아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집중했다. 배우로서 그분들을 대신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해숙은 자신뿐 아니라 '허스토리'의 모든 배우, 그리고 스태프까지 몸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극중 재판 신을 언급했다. "다른 배우들도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를 위해 온몸을 바쳤다. 그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라며 "극중 재판 신이 끝나면 거의 탈진 상태였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저는 세번째 재판 신을 촬영하고 쓰러졌어요. 웬만한 작품이었다면 배려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는 영화였어요. 저뿐 아니라 감독님을 비롯해 모든 배우, 스태프가 자신의 몸이 부서지는도 모르고 각자 맡은 곳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그들을 보면서 '내 몸이 좀 아프다고 안 나가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감독님도 재판 신을 촬영하다가 응급실에 실려갔고요. 그 당시에는 모두 정말 '사람'이 아니었어요."

'허스토리'는 영화계에서 흔치 않게 많은 여성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이에 김해숙은 기대를 많이 했다고. "배우로서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하며 '허스토리' 촬영 현장에서 서로 챙겨주고 안아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동병상련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모든 배우들이 실존하는 인물들을 연기했고 그분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편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라서 수다를 떨지도 않았고요. 촬영에 들어가면 낮에 밥을 먹고 피곤한 사람은 잠깐 잠을 잔 정도였죠. 그렇게, 연기 감정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어요. 다만 그런 상황에서도 서로를 챙겼어요. 그리고 '쓰러지지 말자'라고 했죠. 점점 촬영이 힘들어지니까 '서로 버티자'라고 했어요. 우리의 목표는 '쓰러지지 말고 무사히 잘 촬영을 끝내자'가 됐고요."

김해숙은 극중 지울 수 없는 고통과 분노에 얼룩진 감정을 깊이 있게 연기하며 몰입도 높은 열연을 펼친다. 촬영이 많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나도 사람인지라"라고 웃으며 "'내가 무슨 아카데미 상을 탈 것도 아니고' '난 아카데미 상을 준다고 하더라도 일찍 죽고 싶지 않다'고 웃으면서 말하고 다녔다"고 열연 뒤에 감춰진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한편 '허스토리'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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