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한상연] 예견됐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철회


예상 승계 자금 크게 못 미치며 정의선 위한 개편으로 인식

[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현대차그룹이 결국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했다. 주총 통과를 위해 주주들 설득에 적극 나섰지만, 강한 반대 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내린 결정이다.

개편안에 대해 ISS는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글래스루이스는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당한 가치를 옮겨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지배구조원은 현대모비스 입장에서 합병 시너지가 명확하지 않아 주주가치 또는 회사가치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세 곳의 주요 의결권자문사는 분할합병이 피합병사 현대모비스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반면, 합병사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는 상승시키는 방법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이는 곧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23.29%)에게 유리한 개편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의 반대 물결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여론은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승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예견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생각하는 방안이 있지만 말할 수 없다”며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이번 방식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개편안은 '전격적'이고 '충격적'인 방식이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당초 관련 전문가들은 그룹 승계를 위해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주식 1주도 가지지 못한 지주사 격의 현대모비스 장악이 시급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16.88%) 매입이 거론됐다. 4조원이 넘는 이 지분 가치는 곧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필수 자금으로 인식됐다.

개편안이 실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정의선 부회장의 세금 및 지분 매입에 소요될 자금은 최대로 잡아도 1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추산된다. 기존 예상보다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때문에 이번 개편안은 현대차그룹이 설명하는 사업적 시너지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보다는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물론 현대차그룹의 이번 개편안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큰 돈을 들이지 않기 위해 대한민국 재벌들이 그동안 공공연하게 해왔던 방식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세금을 1조원 이상 내는 정공법을 선택했다고 선전하기보다는 주주가치 훼손을 만회할 현실적인 방안을 내놨어야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상황을 거울삼아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개편안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고민해서 누구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상을 내놓길 기대한다.

한상연기자 hhch1113@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한상연] 예견됐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철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