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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 판매직원 근로환경으로 본 샤넬의 '민낯'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14일 비가 막 그친 해질녘, 서울역 광장 아스팔트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오랜만에 겨울 외투를 꺼내 입었지만 옷깃을 스며드는 바람에 자꾸만 몸이 움츠러들었다. 이곳을 채운 맑고 해사한 얼굴의 샤넬코리아 판매근로자 330여명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동료들의 체온과 손에 든 촛불이 잠시나마 추위를 잊게 해주는 것 같았다.

어쩌면 갑작스럽게 찾아온 꽃샘추위보다 월 6천원, 연 7만2천원의 기본급 인상을 위해 거리로 나와야만 했던 냉혹한 현실이 그들을 더 떨게 했을 수도 있다. 하루 평균 11~12시간, 주 6일 이상을 근무하며 받는 돈은 170만원 남짓. 샤넬 노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매장 판매직원의 70%가 최저임금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고 있다.

샤넬코리아가 연 1천700억원의 매출액을 내는 업계 1위 브랜드인 점을 감안하면 판매근로자들의 울분도 이해할만 하다. 더욱이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업계 최고 성장률을 달성한 데 이어 올 초에는 제품 가격도 평균 2.4% 인상했다. 이 같은 성장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판매근로자들은 과중한 업무와 감정노동을 견뎌내야만 했다.

샤넬 판매근로자들이 찬바람 부는 서울역 광장에서 "매니저를 제외한 전 직급의 월급이 같다. 이 월급 실화냐", "10년 넘게 샤넬에 충성한 내가 알바보다 못하냐"며 성토를 쏟아낸 이유다. 이들은 "파업을 하면 불이익을 당하게 될까 무서웠다"면서도 "지금 바꾸지 않으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장고 끝에 사복을 입고 한 달 가까이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사측은 기본급 외에도 성과급과 각종 수당 등을 더하면 판매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수준은 더 높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2016년 발표한 '유통업 서비스판매 종사자 건강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백화점 판매근로자가 하루 평균 대면하는 고객 수는 약 33.7명으로, 판매고객 외에 제품 테스트나 기타 상담 등 응대 고객이 3분의 1(14.6명)에 달한다. 즉, 유통판매직 특성상 매출로는 확인되지 않는 '그림자 노동'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기본급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근로환경도 문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 백화점 화장품 판매근로자의 26.8%는 디스크·족적근막염·방광염·하지정맥류·우울증 등의 질병을 앓고 있었지만 이중 절반 이상(54.5%)은 아플 때에도 나와 일을 했다. 인력감축으로 1인 오픈·근무·마감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연차휴가를 내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이에 김소연 샤넬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산업통상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근무시간이 너무 길고 퇴근 시간이 늦어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 아이가 힘들어 심리치료를 받고 싶다고 하는데 해줄 말이 없었다"며 "동료들도 출산과 육아에 힘들어 하고 있다"며 "한 달에 두세 번이라도 고정 휴일이 확보되길 바란다"고 호소한 바 있다.

문제는 저임금·고강도의 근무 현실이 샤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부루벨코리아 ▲로레알코리아 ▲한국시세이도 ▲엘카코리아(에스티로더·바비브라운·크리니크·맥·조말론 등) ▲클라란스코리아 등 유명 명품화장품 노조들이 샤넬 노조에 지지를 보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명품브랜드가 자신의 가치에 걸맞은 근로환경은 갖추길 바래본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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