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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NOW 평창]선수들은 아픈데 빙상연맹은 어디에


말끔하게 해소 되지 않고 있는 왕따 논란, 국내·외 망신만 더 커진다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여자 팀 추월에서 벌어진 일을 상세하게 설명해달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시작 전에는 여러 복합적인 문제로 시끄러웠지만, 대회에 진행되면서 큰 사고 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노로바이러스 문제가 불거졌지만 크게 확산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들도 조금은 숨을 돌리고 있습니다. 물론 3월 패럴림픽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주목도가 더 큰 올림픽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안도하며 또 마지막까지 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객관적인 시선'이라고 평가를 받는 외신들은 큰 사고 없이 흘러가는 올림픽에 대해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영국의 대중지 데일리 메일의 데이비드 윌리엄스 기자는 "보통 올림픽 취재를 가면 경찰력의 삼엄한 경비에 군병력이 외곽에서 탱크 등을 세워 놓고 경계를 한다. 그런데 북한과 맞닿아 있는 평창인데 너무 평화로운 분위기다"며 놀라더군요.

외신들의 문의를 가장 많이 받는 평창조직위 한 관계자는 "초반에는 추운 날씨에 대한 문의가 많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맛집이나 대회에 관련한 전반적인 궁금증으로 달라지고 있다. 특히 경기장 근처에 무장한 군인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신기하다는 의견들이 많다"고 합니다.

과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참석을 위해 과테말라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다른 관계자는 "과테말라가 올림픽 유치국은 아니지만, 식사를 하러 가서도 무장 병력이 옆에 있을 정도로 치안 상태가 정말 나빴다. 다른 나라도 대회를 열면 비슷하다. 그래서 외신들이 신기하게 느끼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평화 올림픽을 지향하고 있는 것과 딱 맞아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빙판에서 평화가 깨졌습니다. 조이뉴스24 독자 모두가 알고 계시는 여자 팀 추월 말이죠. 참가국 언론이 모여 일하는 평창 알펜시아 내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도 이 문제는 관심 대상입니다.

한 통역 자원봉사자는 "여자 팀 추월 문제가 터지고 나서 미국 신문 USA 투데이나 캐나다 방송 CBC 등에서 설명을 요청하더라. 한국 기사 번역을 부탁하는 데 정말 뭐랄까 사건의 진위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입장이지만 보인 그대로를 알려야 하니 매우 부끄럽더라"고 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장면 자체만 놓고 보면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는 서로 친밀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관련해 백철기 감독과 노선영 사이의 진실 공방만 벌어지고 있고요. 노선영이 직접 나서서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기회가 두 번(20일 공식 기자회견, 21일 팀 추월 7~8위전 종료 후 믹스트존 인터뷰 등)이나 있었지만 침묵했습니다.

노선영에게는 대중에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취재진이 단어 그 자체를 그대로 받아 전달하고 있어 왜곡될 일도 없고요. 그런데도 취재진의 부름에 노선영은 외면했습니다. 딱 자기 생각만 골라 전하는 노선영의 언론플레이가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보이지 않는 조각이 맞춰지면 전혀 다른 내용으로 흐르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대회 전 매스스타트 메달 후보로 꼽히던 김보름은 팀 추월 예선 후 방송 인터뷰와 기자회견이 모두 생중계로 나가면서 눈빛, 표정 하나에도 지탄의 대상이 됐고요. 여러모로 노선영이나 김보름, 박지우에게 모두 불행한 일입니다.

한 빙상 실업팀 지도자는 "어른들이 청산하지 못한 파벌을 선수들이 말없이 따라가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빙상연맹이나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알면서도 경기에만 집중하자는 이유로 모른 척 하지 않았을까 싶다. 선수들은 즐기겠다는데 지도자나 빙상연맹은 여전히 성적 지상주의에 묶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더군요.

그런데 한 가지 더, 선수들이 상처를 받는 동안 제어를 하는 입장인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수뇌부는 보이지 않습니다. 빙상연맹의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도 진위 파악을 하고 있는지 물으면 꿀 먹은 벙어리입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을 이끄는 가장 큰 두 조직인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실무진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동안 사실상 방관자처럼 지내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대회는 선수들의 작은 행동 하나도 사진, 영상 등으로 자연스럽게 노출됩니다. 주목도가 높은 올림픽이니 사전에 충분한 교육이라도 있었다면 전 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적어도 부끄러운 상황은 줄었을지도 모릅니다. 몇몇 선수들에게 미디어 교육을 제대로 받았는지 물어보면 "체육회 결단식에서 올림픽에 가면 이런 인터뷰가 있다" 정도만 들었다고 하더군요. 영상 노출의 시대에 말만 잘한다고 될 일은 아닌데 말입니다.

좋은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등장하다가도 나쁜 일에는 숨어 버리는 어른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존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면 대응 시나리오는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이상한 대응으로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키면 침묵이 미덕이려니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외신들은 'Internal conflict(내분)'으로 표현하더군요.

그렇게나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를 나가보고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완벽한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개최국 스캔들'로 한 방에 날려 버리는 현실도 답답하고요. 선수들이 더 상처받기 전에 수뇌부로 불리는 어른들이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청와대에 청원하는 분노한 국민 감정이 "시간이 지나면 잊히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말이죠.

조이뉴스24 강릉=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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