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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구시대 통제의 벽에 막힌 남북 단일팀


女아이스하키 선수들은 화합, 문체부는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공개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준비 과정은 여전히 매끄럽지 않다. 곳곳에서 문제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자원봉사자와 대회 및 관계자들을 수송하는 버스 기사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조직위는 개선을 약속하며 계속 보완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체육계의 목소리를 전혀 담지 않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남북 단일팀으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이다. 대표팀의 관리 주체는 엄연히 대한아이스하키협회다. 그러나 단일팀 구성부터 아이스하키협회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현실성 문제가 대두하면서 지난해 사실상 없던 일로 정리됐지만 올림픽을 한 달도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올림픽'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일 처리가 됐다.

지난달 25일 북한 선수단이 육로를 통해 방남한 뒤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 입소하는 과정에서도 사실상 정보 통제가 이뤄졌다. 진천 선수촌의 취재진 출입은 통제됐고 풀기자단으로만 묶어 제한했다. 선수촌 출입 통제야 안전을 고려한 문제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근접해서 보는 장면까지 막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문체부나 통일부는 사진 몇 장으로 훈훈한 분위기 홍보에만 열중했다. 지난달 29일 북한의 최은경 생일을 축하하는 사진 등 화기애애한 이야기들만 풀어내고 있다. 선수단 정보를 가장 많이 알아야 하는 아이스하키협회는 침묵하고 있다. 대신 "문체부에 문의해달라"며 사실상 힘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는 4일 인천 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치른 평가전도 제한이 생겼다. 평소 아이스하키를 집중해 취재하던 신문, 인터넷 매체들은 완벽하게 배제됐다. 오히려 비전문 매체가 들어가는 등 물음표만 더 붙었다. 최초 풀기자단 구성에서도 스포츠 신문들이 빠져 항의를 받은 뒤 겨우 끼워 넣었다고 한다.

남북 단일팀이라는 특수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 그 자체와 그 이후 선수단이 녹여내는 말들을 전달해야 하는 언론의 노력을 사실상 봉쇄해버린 셈이다.

문체부도 입을 다물고 있다. 몇몇 매체들이 "올림픽 취재 AD까지 받았는데 왜 제한하냐"고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다. 단일팀에 대한 통로를 너무 막는다는 오해를 받을 만하다.

선수들의 목소리를 막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 나섰던 북한 남녀 대표팀 선수들은 공동취재구역에서 국내 취재진의 질문에 큰 무리가 없다면 자기 생각을 짧게라도 밝혔다.

과거처럼 주변에서 이들의 말을 지켜보는, 인공기 또는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간부도 없었다. 경기장 안과 공동취재구역에는 선수단과 대회 운영 인력, 취재진 외에는 그 누구도 소통을 막을 이유나 권리가 없다.

현재 환경은 일본보다 한국이 더 구시대적으로 보인다. 문체부의 공개대로라면 선수들은 이미 마음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단일팀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들의 마음을 '알 권리'가 있는 대중에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책무다. 무작정 막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정치적 사상과 이념에서 자유로운 스포츠를 정치로 더 물들이고 있는 것 같은 아쉬움만 더 커지고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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