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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의 허슬&플로우]로페즈의 '타투' 희망가


오른다리에 ACL 타투…반대편엔 FA컵 타투 희망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안녕하세요 '조이뉴스24' 독자 여러분.

저는 23일부터 일본 오키나와, 그 가운데서도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휴양지 온나손이라는 곳에 와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본토는 시베리아 기압골로 '냉동고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곳에선 완전히 다른 세계 이야기입니다. 영상 17도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초봄 날씨 정도 될까요. 구름이 조금 있지만 오히려 햇빛이 나지 않아 덥지 않고 적당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는 게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이곳에선 지금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가 베이스캠프를 잡고 있습니다. 최근 세 시즌동안 전북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고 그 전에는 브라질, 괌 등을 왕래했는데 올 시즌엔 오키나와에서 캠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북이 묵는 호텔에서 차로 7분만 가면 프로야구에서 흔히 말하는 '오키나와리그'로 유명한 아카마 운동장이 있습니다. 이곳은 축구장 2면에 야구장도 2면을 갖췄고 실내 운동 시설까지 완비된 종합 스포츠 시설입니다. 이미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도 몇몇 들어와 땀을 흘리고 있더군요. 추운 한국과 달리 운동을 하기엔 더할 나위없는 환경임엔 틀림없습니다. 전북 관계자들도 "좋은 환경"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입니다. 선수들도 그에 맞게 열심히 훈련을 하면서 2018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동안 한국에 있는 전북 프런트들도 일을 열심히 해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췄습니다. 중국 2부리그 스좌장 융창에서 아드리아노를 영입한 것입니다. 대전 시티즌과 FC서울에서 보여줬던 경이적인 득점력을 잊지 못하는 팬들이 아직 많을 것입니다. 이동국과 김신욱. 좀 더 범위를 넓히면 로페즈와 티아고 등 공격진에 최고 레벨의 선수들이 넘치지만 올 시즌 최소 45경기를 치러야 하는 전북은 만족하지 않고 몸집을 불렸습니다.

전북 선수들도 반깁니다. 이동국은 "움직임이나 결정력이 좋은 선수가 왔다"고 높게 평가했고 티아고와 로페즈 또한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는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서울 시절 다소 '괴짜'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동국은 "최강희 감독님 밑에선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뭐가 됐든 아드리아노가 가세하면서 올 시즌 전북의 스쿼드는 완성됐습니다. 부정할 수 없이 K리그 최고 수준입니다.

이런 가운데 로페즈는 특유의 엉뚱한 매력을 드러냅니다. '티아고와 아드리아노 중 누가 더 낫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킵니다. 둘보다 자기가 낫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잇몸이 보일 정도로 씩 웃어보입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둘 다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전북 외국인선수 가운데 어느덧 최고참이 됐습니다. 새로온 티아고와 아드리아노에게 전북의 철학을 주입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합니다. 물론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지난 2015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전북에 이적한 이후 그는 매시즌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습니다. 2015년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리그를 초토화했고 전북으로 이적한 2016시즌에는 전북이 알아인(UAE)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꺾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그는 이 결승에서 인생에서 가장 큰 부상으로 쓰러졌습니다. UAE서 열린 결승 2차전서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는데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재활을 포함해 7개월의 시간의 공백.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2017시즌 겨우 복귀하긴 했지만 지난 시즌엔 크게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 또한 "복귀 후의 시간은 자신감을 찾는 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전례없는 부상이었지만 ACL 우승의 감격은 컸습니다. 그의 오른쪽 다리에 새겨진 ACL 우승 트로피 타투(문신)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사실 기자도 평소 타투를 좋아해 몸의 몇 군데에 새기긴 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것들을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몸에 새기는 행위는 제법 성스러운 의식이기도 합니다. 분명 로페즈에게 있어 ACL 우승 트로피도 큰 의미였을 것입니다.

그에게 "올해 ACL 타투를 하나 더 새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까르르 웃으면서 "아니다.올해는 이 타투 밑에 날짜만 하나 더 새기려고 한다"고 말합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리그 트로피가 없습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함께 나누던 김민수 전북 통역은 "리그는 왜 안 새기느냐고 물었더니 '리그는 의무적으로 우승해야하는 것이라서'라고 답하더라"고 거듭니다. 과연 K리그 최강팀의 일원다운 대답입니다.

그런 로페즈가 하나 더 새기고 싶어하는 트로피가 있습니다. FA컵 우승 트로피입니다. 로페즈는 "팀이 FA컵 우승이 10년째 없다. FA컵에서 우승한다면 반대편 다리에는 그걸 새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전북은 FA컵과 인연이 단절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난 2005년이 마지막이니 햇수로만 따져도 12년동안 FA컵을 품에 안지 못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리그는 5번, ACL은 두 번이나 우승했으니 유독 연이 없다는 표현이 무척 적절합니다. 근 2시즌동안은 한 수 아래로 여겨진 부천FC에게 연달아 패하면서 탈락하는 수모도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준비부터 완벽에 가깝습니다. 로페즈 본인도 부상으로 신음했던 지난해와 달리 벌써부터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공격 선봉에 설 채비를 마쳤습니다. 그가 그토록 바라는 두 가지 타투를 새길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팬들이 그 타투를 더 기다릴지도 모르겠네요.

조이뉴스24 오키나와(일본)=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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