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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수비진 든든히 만드는 박원재 듀오


베테랑 '큰 박원재'와 신인 '작은 박원재…오키나와서도 '룸메이트'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K리그 클래식 팬들은 지난해부터 전북 현대 경기를 볼 때마다 선수를 헷갈리는 경우가 더러 생겼다.

전북에 박원재라는 이름을 쓰는 선수가 두 명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포지션도 측면 풀백으로 비슷한 부분이 있다.

물론 프로필을 보면 명확하게 구분이 가능하다.

1984년생 '큰 박원재'는 지난 2003년 포항 스틸러스 소속으로 프로에 입문해 어느덧 16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에서 1년을 소화한 것을 제외하곤 K리그에서만 잔뼈가 굵은 베테랑 사이드백이다. 국가대표로도 11경기를 뛸 정도로 실력도 걸출했다. 2015년엔 갑상선 암 발병으로 선수 경력에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암을 극복하고 전북에 복귀해 선수단의 고참으로 제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반대로 '작은 박원재'는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다. 중앙대를 졸업하고 지난 시즌 전북에 입단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모이는 전북은 신인선수들이 쉽게 뛸 수 있는 팀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시즌 2경기를 소화했다. 많은 경기수는 아니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최강희 감독도 선수단에 그를 꼬박꼬박 데리고 다니면서 베테랑들의 경험을 쌓게 했다. 오른쪽 풀백이 주 포지션이라 최철순과 이용이라는 거대한 산이 있지만 그 둘을 넘겠다는 각오도 있다. 23일 열린 콘사도레 삿포로와 연습경기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했다.

공교롭게도 둘은 이번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방을 함께 쓰고 있다. 원래 '큰 박원재'와 최철순이 함께 방을 썼지만 최철순이 국가대표에 차출되면서 방을 같이 쓰게 됐다.

10살의 나이 차가 나기에 분명한 간극은 있다. 사소한 것이지만 TV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다. 큰 박원재는 "나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작은 원재는 아프리카 TV를 많이 보더라. 이런 세대 차이가 좀 많이 난다"고 웃었다. 그러자 '작은 박원재'는 "나는 재밌다고 생각해서 보라고 말씀을 드리는데 몇 번 보다가 안 보시더라"고 멋쩍어했다.

분명 둘의 세대차이는 나지만 축구선수라는 점, 측면 수비수라는 점은 동일하다. '조이뉴스24'가 둘과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박원재들과의 일문일답.

- (큰 박원재에게) '작은 박원재'에 대해 평가를 하자면.

"아무래도 처음에 왔을때보다 나아졌다. 작년보다 여유도 좀 생긴 것 같다. 데뷔전에서 잘하지 않았나. 그리고 동명이인이다보니까 좀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같은 포지션에 있는 최철순에게 배울 점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 (최철순을 넘을 수 있을까?) 최철순이 힘이 부족할때쯤 넘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웃음)

- (작은 박원재에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언젠가는 넘어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 (최)철순이형이나 이용 형과 저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건 전부 배워서 두 형보다 더 저만의 스타일을 제 장점으로 만들어서 경쟁할 수 있게 하고 싶다.

- (작은 박원재에게) 어쨌든 올 시즌에는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작년보다는 올해 더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가대표 차출도 있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도 있다. 이런 것에서 쌓이는 경험을 토대로 좀 더 많은 주어진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격적인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다.

- (작은 박원재에게) 롤모델이 있나.

"원래는 롤모델이 없었다. 예전엔 그냥 공을 잘 차는 선수가 좋았다. 기교파 선수가 좋았었는데 요즘엔 기교보다도 열정이나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배우고 싶다. 그런 부분에서 조성환 선배가 롤모델이다. 데뷔전 때도 같이 뛰었는데 옆에서 정말 많은 말을 해주셨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 (큰 박원재에게) 팀의 베테랑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맡아야할 역할이 있다면.

"올해는 대회가 많다. (김)진수가 대표팀으로 빠지는 날도 많을 것이다. 진수가 빠진 사이에그 자리를 잘 메우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작년에도 진수가 빠졌던 적이 많았지만 부상으로 못 뛴 경우도 있었다. 예전엔 막연하게 열심히 뛰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전북에 오래 있다보니까 힘을 쓸 때 쓰고 몸도 좀 생각을 해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잘하는 선수들 뒤에서 서포트 역할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진수랑 경쟁할 수 있는 위치까지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 (작은 박원재에게) '큰 박원재'에게 조언을 듣기도 하나.

"사실 데뷔할때나 두 번째 경기도 원재형에게 고마워해야한다. 그때 오른쪽 풀백도 그렇고 왼쪽에도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경기에서 뛸 수 있었다(웃음) 그리고 늘 '힘을 100%, 200% 다 쓰면 힘이 빠진다고 조언을 해주신다. 그런 부분을 토대로 지혜롭게 하면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작은 박원재에게) 함께 입단한 김민재는 이미 자리를 잡았는데 부럽진 않나.

- 사실 민재처럼 나갈 수 있으면 좋은데 그정도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아직 부족한 점도 많고 배워야할 것도 많다. 전북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고 싶다. (최철순과 이용 둘 중 누굴 먼저 넘어야 경기에 나갈 수 있을까) 둘 다 넘어야하지 않을까(웃음)"

- (큰 박원재에게) 은퇴 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사실 할 수 있으면 지도자로 나가려고 한다. 이번에 3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실 쉬운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정말 쉽지가 않더라. 공을 차는 것과 남들을 가르치는 것은 정말 다르고 또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도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 1년 뛰었는데 이 부분도 도움이 될까) 일본에 있었지만 사실 한국인 감독(장외룡 감독)과 있어서 한국 스타일이긴 했다(웃음) 그렇지만 일본의 훈련 방식이나 스타일, 한국 선수들이 잘하는 부분이나 일본인들이 잘 했던 걸 접목할 수 있을 것 같다. 선수 생활에서 느낀 저만의 노하우를 잘 만들어가고 싶다."

- 박원재가 박원재에게 한마디 하자면.

(큰 박원재)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나보다 더 잘했으면 좋겠다." (작은 박원재) "선배가 늘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조이뉴스24 오키나와(일본)=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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