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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쓴 취임사…'야구 대통령' 정운찬의 굳은 포부


A4 용지 5페이지 할애해 2021년까지 나아가야할 방향성 제시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정운찬 신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취임사만큼이나 알찬 3년을 만들 수 있을까.

정 총재는 3일 서울 도곡동 캠코 양재타워 지하 1층 브라이드밸리에서 열린 KBO 총재 이·취임식에 참석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 허구연 KBO야구발전위원장과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KBO 총재특별보좌역,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등 여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 총재의 취임사였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글을 짧게 쓰고 글을 못 쓰는 사람은 글을 길게 쓰는 데 저는 아무래도 후자인 것 같다"고 말한 그의 취임사는 무려 A4 용지 5장이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연맹 단체의 취임사는 간략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본인의 손으로 직접 작성하기보다는 홍보팀이나 비서실에서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홍보팀이 사실상 커미셔너의 뇌와 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정 총재의 취임사는 거의 '날것'에 가까웠다. 홍보팀 특유의 문체가 아닌 정 총재만의 글로 KBO 관계자 및 팬들에게 취임 일성을 내던졌다. KBO 관계자도 "하나도 수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총재 스스로 "전날 직접 준비했다"는 이 A4 용지 다섯 장에 그의 야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따끔한 질책 등 다양한 반응이 담겼다.

그는 "학자가 왜 갑자기 프로스포츠 산업의 전문 경영인에게나 적합할 KBO리그 총재를 맡게 됐는지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하지만 야구는 어려서부터 저의 로망이자 삶의 일부분이었다. 열심히 프로야구와 팬들을 위해 일할 각오가 돼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야구에 대한 관심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질책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 프로 스포츠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인 상업 모델 구축에 대한 것이다. 정 총재는 "모기업에 크게 의존하는 구단 운영 체계로는 장기적인 프로야구의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고 미래가 불투명하다. 야구단이 스스로 경제적인 독립체이자 이익을 낼 수 있는 진정한 프로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각 구단의 개별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10개 구단과 KBO가 힘을 합쳐 프로야구 전체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치열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본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그는 "프로야구가 40년을 맞는 2021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2020년까지 3년 동안 KBO리그를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프로스포츠 리그로 만들어 2012년을 맞이하겠다"고 했다. "세부 계획은 지금부터 세워야겠지만"이라는 말에선 되레 진심이 느껴졌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닌 지금부터 차근차근히 준비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는 취임사를 전부 마친 이후엔 직접 '추신'까지 넣었다. "취임사를 다 작성한 후 몇몇 야구기자들과 팬들이 주문한 내용"이라면서 ▲고액연봉 선수들의 팬들과 스킨십 강화 ▲스트라이크존 일관성 유지 ▲늘어진 경기 시간 단축 ▲명백한 오심에 대한 징계 등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일리가 있는 충고다. 성실히 따르도록 노력하겠다"고 야구계 안팎의 소리를 들을 뜻을 내비쳤다.

익히 잘 알려진대로 그는 열혈 야구팬이다. 고교 시절까지 야구를 직접 할 정도로 야구를 사랑하며 두산 베어스의 팬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2년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시구를 하기도 했고 '야구예찬'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야구계의 대통령'이랄 수 있는 KBO 총재까지 올랐다. 일각에서 이른바 '성공한 팬'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기존 야구계 인물이 아니란 점에서 오는 야구계 일각의 불안감도 없지 않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실무를 많이 도와줄 사무총장의 역할이 중차대하다"면서 "시간을 갖고 좋은 분을 모시도록 하겠다"라고 이 부분에 공력을 들일 뜻을 나타냈다. 아직 사무총장이 누가 될지 정해지지 않았는데 확실히 자신을 보좌할 인물을 찾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이날 그의 취임사는 단순히 팬으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다. 처음 맞이하는 야구행정이지만 야구계의 현안을 두루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만큼 내용이 알찼다. 야구계 최고 수장이라는 책임감까지 동시에 느껴졌다.

'정운찬 시대'를 맞이한 야구계가 또 다른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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