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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DB' 신뢰 바탕 더 높은 곳 바라본다


감독-선수 모두 서로에게 승리 공로 돌리는 훈훈한 장면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54-28.' 지난 1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KBL) 서울 SK와 원주 DB의 3라운드 경기 전반전 점수다. SK가 애런 헤인즈와 테리코 화이트의 활약에 힘입어 26점 차의 리드를 지켰다.

보통 이런 점수 차라면 경기 승패는 일찌감치 갸려지는 경우가 많다. 남은 쿼터는 사실상 '가비지 타임'이 되기 쉽다. 끌려가는 팀이 추격 의지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하지만 DB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3쿼터가 이들에겐 경기의 시작이나 다름없었다.

무서운 페이스로 SK를 압박했다. 토종 에이스 두경민의 활약이 컸다. 3쿼터가 시작하자마자 3점을 연달아 림에 꽂으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그는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뒤에도 짜릿한 3점포를 성공하는 등 펄펄 날았다.

경기가 끝난 후 기록지에는 28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라는 숫자가 적혔다. 두경민보다 점수를 많이 올린 선수는 이날 SK 화이트(29점)뿐이었다. 두경민은 3점슛을 11차례 던져 무려 8개를 성공했다. 양팀 통틀어도 가장 많은 3점 슛 성공 개수다. 그를 막을 수 있는 선수는 SK에 없었다.

디온테 버튼도 결정적인 상황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 그는 4쿼터 종료 0.9초를 남긴 상황에서 헤인즈를 앞에 두고 자신있게 3점포를 던졌고 이 슛이 림을 갈라 승부가 연장까지 갔다. 연장에서도 그의 활약은 이어졌다.

연장 종료 8초를 남기고 DB는 92-94로 리드 당하고 있었다. 버튼이 3점포를 터뜨려 경기를 뒤집었고 이어 헤인즈가 시도한 골밑슛을 멋지게 블록해냈다. 1.6초가 남은 상황서 안영준의 슛을 막아낸 것도 버튼이었다. 두 선수의 맹활약에 힘입어 DB는 95-94로 믿을 수 없는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들 사이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다. 경기가 끝난 후 이상범 DB 감독은 "벤치에 있으면서 선수들을 바라보며 뿌듯했고 자랑스러웠다. 끝까지 물고 늘어진 우리 선수들의 감독이라 기분이 좋았다"면서 "추격하는 과정은 그동안 우리 선수들이 늘 해왔던 부분"이라며 "선수들을 믿고 (경기를) 운영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건넨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항상 하는 말이지만 선수들에게 '숨지말라'고 했다. 1골 차로 져도 1패고 100점 차가 나며 져도 1패다. 항상 우리 플레이를 하자고 했다. 우리 색깔대로 우리 것만 지켜내면 리그 54경기는 충분히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단에 대한 자신감이 보였다.

두경민과 버튼도 이 감독에 대한 신뢰를 얘기했다. 버튼은 4쿼터를 펄펄 날아다닌 직후 연장 초반 1분간 결장했다. 이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체력적인 안배를 위해서"라고 설명했고 버튼도 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불만같은 것은 없었다.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며 "우리는 팀이고 감독님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나는 감독님을 믿고 있다"면서 미소지었다.

두경민은 좀 더 각별했다. 그는 "자신이 지금 여기 있을 수 있는 건 감독님 덕분"이라면서 공을 돌렸다. 그는 "신인 시절과 비교해 성장이 더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어느날 저녁에 선수단이 모두 함께 있는 상황에서 내게 '너 에이스 해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셨다"며 "처음엔 놀리나 싶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을 보면 감독님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튼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버튼 다음에 바로 뛴다. 리듬을 배우려고 한다"며 "(버튼은)운동도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다. 어제도 슛 3개를 연속으로 넣으면 끝나는 슛 연습을 했다. 버튼이 계속 못 넣었는데 정말 성공할 때까지 하더라. 우리도 놀랐다. 이런 선수가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맙다"고 동료를 칭찬했다. 버튼도 순박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 감독은 시즌이 끝난 뒤 DB가 있을 자리에 대한 물음에 대해 "나 역시 잘 모른다. 이런 선수들과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며 "선수들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 그 가능성을 보고 가고 있다"고 말했다. DB 선수단에 생긴 신뢰가 이들을 더욱 높은 곳으로 이끌고 있다.

조이뉴스24 잠실=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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