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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침묵', 느지막히 찾아온 사랑 이야기"(인터뷰)


"사람 간 관계 탐구하고 거기에서 파생된 이야기 하고파"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모든 것을 가진 한 중년 남자가 있다. 어느 날 사랑하는 연인이 살해되고 하나밖에 없는 딸이 그 용의자로 지목된다. 한순간 연인과 사별하고 가장 아끼는 딸까지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다.

'침묵'(감독 정지우, 제작 용필름)은 그 중년 남자, 임태산에 대한 이야기다. 최민식은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 임태산을 연기했다. 지난 10월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최민식은 작품과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익히 알려졌듯 '침묵'은 중국영화 '침묵의 목격자'(2013)를 리메이크한 작품. 원작은 법정장르물에 가까운 반면 '침묵'은 '사랑 이야기'에 가깝다. 최민식은 "정신 없이 살아온 기업인에게 느지막히 찾아온 사랑 이야기. 그런 방향으로 원작을 각색하자고 제작진과 이야기 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침묵'에서는 원작의 법정스릴러물의 냄새가 약간 결여돼 있을 수 있죠. 처음에 원작의 스릴러를 품고 가야 할지,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가면서 휴머니티 메시지를 줘야 할지 고민했어요. 하지만 작품은 아버지와 연인, 아버지와 딸 사이의 관계가 주는 메시지가 극단적이죠. 가족과 연인 관계가 아니었다면 모를 일이에요. 관계부터가 인간적인 아픔과 고통을 깔고 있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승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원작을 보고 제작진과 만나 대화를 할 때 서로 이견이 없었어요. 다만 편집 등 방법론적으로 여러가지 의견을 주고 받았죠."

'침묵'의 이야기는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법정스릴러물이 반전을 거듭한 후 사랑 이야기로 바뀐다. 극이 진행될수록 영화는 최민식이 연기한 임태산의 내면을 집중해 보여준다. 최민식은 임태산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을까.

"임태산은 아주 탁월한 동물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비지니스맨이죠. 감정과 (이성이) 따로 분리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사람이에요. 사건에 대한 수습과정을 보더라도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충격과 고통, 아픔이 있지만 이거에 뿌리째 흔들려 끙끙 앓아눕는 사람이 아니죠. 지금의 태산그룹을 일으키기까지 아주 결단력 있는 사람이고 이 사건의 해결책에 대해서도 그렇게 본능적으로 결단을 내린 거예요."

"어차피 이 영화는 페이크가 주를 이뤄요. 그래서 관객들에게조차 많은 걸 감춰야 해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죽었고 딸이 감옥에 가 있는 상황에서 지분 때문에 딸이 만든 동영상을 흘리라고 하죠. 임태산 '저 놈은 완전히 속물이구나', '돈에 환장하는구나'라고 보여줘요. 일어난 사건과 그에 따른 충격에 임태산은 직접적으로 반응하지 않고요. 이렇게 캐릭터를 표현하면 임태산이라는 인물에도, 페이크가 숨겨진 영화 전체의 플롯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방법을 택했어요."

'침묵'의 마지막 장면은 최민식의 아이디어다. 작품을 할 때마다 으레 의견을 내냐고 묻자 "작품을 애정할 때 그렇게 한다"며 "마지막 장면은 '여기(태국) 온 김에 크게 애로사항이 없으면 이건 어떠냐'라고 제안했고 정지우 감독과 스태프들이 의견을 받아줘서 부랴부랴 세팅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영화가 그런 식으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 장면을 찍은 태국 현장에 가보니 노점에서 국수를 파는 곳이 있었어요. 거리에는 태국 가요가 흘러나오고 사람들과 오토바이 소리도 들렸죠. 마지막 장면은 그곳에 앉아 큰 결정을 해놓고 망연자실한 모습, 큰 결정을 실행에 옮겨놓고 그간 임태산의 삶에서 (뭔가를) 툭 내던져버린 모습이죠. 기업인 임태산이 아닌 사랑했던 연인, 사랑했던 딸에 대한 (감정이)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왔다고 해야 하나. 임태산으로서는 새로운 시작이었어요. 부둣가에서 징징대고 돌아서면 너무 재미 없고 상투적이죠."

최민식은 '침묵'에서 임태산의 약혼녀 유나 역으로 등장하는 배우 이하늬와 멜로를 연기한다. 극 중에서는 나이 차이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실제 나이 차이는 19살. 이하늬와 멜로를 연기해 좋았냐는 물음에 최민식은 좋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달라서 좋았다"고 강조했다.

최민식은 "좋았다. 다르니까 좋았다. 다른 역할을 많이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같은, 배우로서의 원론적 욕구다. 장르적인 재미보다 과거 '파이란' 같은 영화나 좀 더 문학적인 냄새가 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더 탐구하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2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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